B형간염바이러스 건강 보유자는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불편이나 증상을 느끼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취업에서 당하는 불이익입니다.
과거에는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에서조차 이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하지 않던 때가 있습니다. 이제 공무원과 공기업의 경우는 좀 나아졌지만 민간기업에서는 별로 바뀐 것이 없습니다. 특히 B형간염바이러스 건강 보유자이면서 혈액검사에서 e항원이 양성인 사람은 '활동성'이라고 아무런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분류를 하여 불이익이 더욱 심합니다. 이들 '활동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전체 B형간염바이러스 건강 보유자의 약 절반으로 추정되는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의 3% - 4%가 취업할 기회조차 없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의사들은 이러한 불이익이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00년 7월부터는 전염병 환자가 사회생활에서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입법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B형간염바이러스 건강 보유자는 전염병 환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불이익을 당해왔으면서도 새로 만들어지는 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미 보건복지부에서는 1995년 가을에 이들이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B형간염바이러스 건강 보유자에 대한 기업의 차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이러한 차별을 없애달라고 말하면 보건복지부는 지침을 만들어 전파할 수 있을 뿐 기업에 강요할 수는 없다는 무책임한 말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노동부에 이러한 차별을 없애달라고 말하면 노동관련법에 B형간염바이러스 건강 보유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개별 기업에서 어떠한 채용기준을 가지고 있든지 노동부에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예 취업도 하지 못한 사람은 노동부에서 보호해야할 대상도 되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기업의 잘못된 관행이 고쳐져 B형간염바이러스 건강 보유자가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바랍니다.
B형간염바이러스 건강보균자의 취업차별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우리나라에 B형 간염이 아주 흔하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은 인구의 7% - 8%가 보유자라고 하지만 80년대만 해도 그 비율은 10%였습니다. 급성 B형 간염도 흔했구요. 그래서 B형 간염을 줄여야할 사회적인 필요가 절실했고 국가적으로 B형간염에 대하여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한때 간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간염예방주사를 맞고 술잔을 돌리지 말자는 내용이 대중매체에 수시로 실리곤 했을 정도니까요.
그 결과 국민들이 B형 간염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B형 간염을 줄이는데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B형간염바이러스 표면항원을 조사하면 1% 정도만이 보유자로 나오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홍보의 역효과로 국민들이 지나친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이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의 취업을 막는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보균자의 취업제한이 부당한 이유
기업에서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를 취업시키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회사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입니다. 그러나 혈액이나 성행위가 아닌 악수나 식기, 가벼운 입맞춤과 같은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잘 전염되지 않는 B형간염바이러스의 특성으로 보아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근무하다가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생겨 노동력에 손상을 입게 되거나 산업재해로 보상을 해주어야 할 가능성입니다. 확실히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는 이런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취업을 시키지 않는다면 여러가지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흡연자, 교통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운전면허 소지자, 여러 종류의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음주자 등 역시 채용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 역시 그런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병이 생길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부모에게 그런 병이 있는 사람 역시 채용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B형간염바이러스 건강 보유자의 취업차별을 해결할 방법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표현되는 공공기관은 2000년 8월 1일부터 차별이 법으로 금지되어 외형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민간기업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의 취업차별을 없애려면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용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약자나 소수집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는 병에 걸리기 쉬울 뿐 다른 사람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소수집단입니다. 어떻게 보면 약자인 이들을 끌어안고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이런 일이 이루어지려면 오래 걸릴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일상적인 접촉으로 B형간염바이러스가 잘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꾸준히 알려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