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0월 13일(금)...
집 앞에 있는 <고양 스타필드>에 왔다.
연대기적인 것은 알고 싶지 않고 층별 매장의 종류와 그 내용도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건물 전체가 주는 고요한 미적인 감각이 나를 깨우는 지점만 알고 싶다.
우선...
황금빛 찬란한 바닥이 아름답다.
그곳에 반사되고 있는 하늘색 천정이 투명하게 비치는 모습이다.

둥근 난간의 곡선들과 한눈에 바라보이는 위 층들의 모습이 시선에 여과 없이 흡수된다.

벽돌무늬와 타일 조각의 섬세한 얽힘이 무척 아름답다.

연둣빛 반사 조명과 투명한 하늘색 조명을 타고
사람들이 내려오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오스모 렌즈를 위로 올리니 4층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연갈색과 하늘색의 조화가 온화하게 퍼져 나오며 가을 햇살을 뿌리고 있다.

나는 2층에 서서 3층과 1층을 동시에 바라본다.

타원형으로 구성된 곡선의 내부에서 시작과 끝이 없는 길을 계속해서 걷는다.
이런 식으로라면 나는 어디에도 도달할 수가 없다.
매 순간이 목적지가 되어버린다.

이번엔 건너편 매장들을 바라본다.
확대도 축소도 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거리를 그대로 바라본다.

아름답다.

그런데 사고 싶은 물건은 하나도 없다.
나에게는 이미 무상으로 주어지는 이 거대한 아름다움이 있다.

돈을 주고 뭔가를 구입한다면 오히려 이 거대한 아름다움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 같다.

사고 싶은 욕망과 팔고 싶은 욕망이 섞이게 되기 때문이다.

책방을 찾은 지도 무척 오래되었다.
20대 초에 오쇼 책을 구하기 위해 종로 교보문고에 간 이후로는 가물에 콩 나듯 했다.

대형 인쇄물들과 그 색상 또한 아름답다.
일반 가정용 프린터로는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색상이다.

마치 아바타를 만들어 놓고 조종하는 것처럼 모든 구조가 상업화된 오락과 매우 잘 매치된다.

주로 입고 다니는 의복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아이들을 상대로 한 물건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매장 안에서 환하게 타오르는 황금빛 색채에만 시선이 간다.
전기료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잘 연출하는 LED 등에 애착이 간다.

4층에는 영화관이 있다.
가장 대중적인 장소가 이곳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내게는 아주 먼 얘기다.
나는 영화를 3분 이상 본 예가 별로 없다.
첫 장면 한 컷만 보아도 그 작가의 의식과 영화의 수준을 간파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유튜브 동영상은 예외다.
나는 4분가량되는 그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간을 소비하지만, 별 불만 없이 견뎌내고 있다.
(관심 포인트가 달라서 그런 거다.)

3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치 드론으로 찍은 영상처럼 보인다.

랜즈를 360도로 굴릴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오스모로 이번에도 위를 바라본다.

그림자가 드리워지도록 설계가 된 하늘 창이다.

요즘 인기 있는 IQOS도 판매되고 있었다.
큰 아들 덕영이도 한 때는 저것을 사용하더니 안 하길래 왜 안 하냐고 물어봤더니
저걸로 피우면 담배 맛이 없다고 한다.

흐르는 구름 또는 시냇물을 연상하게 하는 천장 구조물들도 아름답다.

별처럼 박혀있는 조명도 쓸데없이 달아놓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름다움은 전체로부터 나온다.

3층 끝에는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여기서 한 층을 더 올라가 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창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햇살과 드리워진 그림자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든다.

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아름다움 들은 유리창에도 있고 LED조명에도 있으며 그림자에도 있다.
도처에 있다.

나는 일단 배를 채우기 위해 인도 요리를 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냥 메뉴를 살펴보다가 가장 예쁘게 묘사된 음식을 시켰는데
그 이름이 <MALAI KOFTA>였다.

매콤한 수프에 커다란 빵이 나왔다.
(와인 병에 담긴 것은 맹물이다.)

내가 이 음식을 즐긴 노란색 수프 색을 띤 인도 요리점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다시 황금물결이 일고 있었다.

나는 이 황금빛을 그대로 간직한 채 단숨에 내려가서 꽃과 식물들이 있는 곳에다가 냅다 뿌렸다.

섬유의 아름다움도 눈여겨 볼만하다.

충분히 황금빛을 나눠줘서 나도 살고 식물도 산 다음 다시 올라왔더니,
오후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두 시간이 넘은 것이다.

매장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곳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우러러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어깨너머로만 보아도 물질의 내막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80이 넘은 아버지 같은 분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는 황혼과 떠오르는 태양은 매치가 잘 안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이곳에 혼자 오셔서 탕수육을 드시고 가셨다.)

밖에는 강아지 관련 물품들도 판매되고 있었다.

잠시 보았던 황금빛들이 다 어디로 갔는가?
시간이 조금 지나가면 그나마의 여운도 다 잊히고 말 테고
다시 이곳에 온다는 보장도 없다.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 언제였는가?
섬광처럼 스쳐간 그 감동의 순간이 왜 다시는 오지 않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그 감동이 너무 소중해서 놓지않고 잡으려 한 것이 과욕으로 변질되어
나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늘도 충실한 하루를 보낸 저 태양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사라지듯...
나도 모든 것을 놓아버리겠다.
추신 : 이 곳을 건설하다가 떨어져 숨진 무명의 노동자 분과 이 황금빛 물결을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