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가꾸기
쓰레기 사라진 공간에 피어나는 꿈
노인일자리 할 분들이 어렵게 모여졌다.
농사 일로 시간 맞추기 힘들다며 거절하셔서 난감하던 차
"여러분 건강하게 살라고 일자리도 있는 겁니다. 동네도 깨끗하게 하고 운동도 하고 재미있게 해봐요."
설득하여 여덟분이 노인일자리를 시작했다.
첫날 민원이 많던 빈집 쓰레기를 치웠다. 사실 민원은 주민 갈등의 원천이다. 드러나는 문제를 바로 해결하면 주민들 사이가 나빠지지 않을텐데 불편함이 지속되니까 이웃을 탓하며 몇년째 말도 안하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동네 한가운데 30년째 비어있는 집터에 쌓인 쓰레기를 치웠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던 곳을이다. 그야말로 오만 쓰레기가 나왔다. 유리, 음식, 옷, 신발, 푸대, 플라스틱, 쓰레기를 꺼내며
"누가 이런 걸 버렸을까?"
거친 소리를 하던 주민들은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이렇게 버려놓응깨 우리가 청소하고 돈도 벌잖애."
위로를 나누기도 한다.
함께 일하니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이 땅 주인만 좋을 일 났네~~"
"아이고 이당 주인만 좋소~지나 다니는 주민 모두 좋제~"
"이웃이 잘돼야 내가 잘되지~"
사람들 모이는 공간은 언제나 배움터다.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해달라고 말하고, 다음날 다시 만났다. 쓰레기는 한도 없이 나왔다. 마른 풀까지 태우니 공간이 환하게 트였다. 치우는 동안 여러가지 상상력이 발휘되었다. 그 땅에 야생화 씨앗을 흩뿌리자는 의견과 꽃밭을 만들자는 의견이 오고갔다.
땅이 치워지고, 여러 의견이 오간다는 말을 들은 땅 주인과 그의 친척이 그 땅에 흙을 채우고, 텃밭처럼 사용한다고 한다.
땅 주인이 가꾸어준다니 오히려 고맙다.
청소한 주민들에게 소감을 여쭈니 모두들 얼굴 환해져서 말씀 하신다.
"가슴이 툭 트이네~"
"고맙네 그나니나."
동네 쓰레기 치우니, 저마다의 가슴이 툭 트이고, 마음까지 개운해진다는 말을 들으니 서로 기분이 좋다.
동네 쓰레기 치우며 몸의 어딘가 막힌 곳도 풀어지는 느낌이랄까?!
셋째날은 그동안 민원이 많았던 쓰레기 처리 시설 부근을 치웠다. 지난 20년간 쌓여온 플라스틱 태운 흔적, 비닐 태운 흔적 사이로 굴껍질, 고막껍질, 음식 쓰레기가 역겨웠다. 삽과 괭이와 호미로 파고 쓸어담았다. 이 공간도 1톤 트럭 한차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한 어르신은 쓰레기 줍다가 5천원을 주웠다며 한턱 내신다고 한다. 청소하는 모습을 본 이웃들이 커피와 부침개를 들고 나와 잔치가 벌어진다. 쓰레기 줍고 비워진 공간에 어떤 꿈이 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