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말이지만 세월이 참 빠르다. 뒤도 안 보고 앞으로 바쁘게 가는 세월을 보면 저렇게 빨리 가면 소중한 것을 놓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이 그리도 바빠서 잠시도 쉬지 않고 가는지 세월을 따라가기가 숨이 차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시계소리가 침묵을 깬다. 시계도 세월과 나란히 가고 있다. 마치 세월과 시계는 운명의 동반자 같아 늘 같이 간다. 세월은 물 따라, 계절 따라 해와 달과 별을 안고 산 넘고 강 건너 알지 못하는 곳으로 한없이 가고 있다. 인간이 세월을 눈으로 보기 위해 만든 시계는 배터리로 살고 죽고 한다. 고장이 나면 고치기도 하고 아주 망가지면 쓰레기통으로 가고, 세월은 과거가 되어 추억 속에 묻힌다.
시계와 세월은 동반자라서 함께 앞으로 가며 자연을 따라간다. 시계는 배고프면 쉬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앞으로 가지만, 한시도 쉬지 못하고 가야만 하는 세월은 힘들지도 모른다. 세월은 손으로 잡히지 않고 눈으로 보이지 않아 외롭거나 슬프지 않다. 봄과 여름과 놀다 보면 가을이 오고,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며 앞으로 가다 보면 봄을 만난다. 세월은 빨리 가지도 않고 늦게 가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은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너무 늦게 간다고 하는데 그건 세월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보고 싶은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은 세월이 늦게 간다고 하고, 바쁘게 사는 사람은 세월이 빨리 간다고 한다. 세월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똑같은 속도로 갈 뿐, 사람들의 마음이 변덕스러워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세월이 앞으로 가지 않으면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고 돌아갈 수 없는 세월 속에 사람들은 갈팡질팡 하며 어쩔 줄 모를 것이다. 앞으로 가면 무슨 일이 있을 줄 모르지만 뒤로 가면 다 아니까 잘 살 것 같아도 아무런 재미가 없다. 세상에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기에 사람들은 세월 따라 살다가 세월 속에 묻히며 살아지는 것이다. 세월이 앞으로 가지 않고 멈추어 있으면 사람들은 늙지 않고 아이들 그대로 있을 것이다. 노인들은 죽지 않고 세상은 중지하고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바둥대며 사는 사람들은 가난을 헤어나지 못하고 괴로운 생활 속에 살아야 한다. 세월이 멈추어서 사람이 늙지 않는 것은 좋지만 한평생 사는 삶이 피곤할 것이다.
세월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인간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살다 보면 미련이나 후회는 누구나 하지만 인간에게는 망각도 있어서 괜찮다. 세월과 함께 하며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언제까지 세월과 같이 갈지 모르지만 가다 보면 세월과의 인연도 언젠가 끝이 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벌써 서운해지는 것 같다. 지금 열심히 앞으로 가고 있는 시계를 본다. 사람들이 만든 시계와 인간은 어영부영 살다 보면 갈 때가 되어 언젠가 버려지고 땅속에 묻힌다. 세월이 가는 곳까지 끝까지 갈 수 없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도 이렇게 세월과 손잡고 지나온 길은 아름다웠다. 때로는 세월이 빨리 가서 힘들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세월이 고맙기도 하다.
날마다 날 깨워주고, 살아가게 하고, 견디게 하고, 잠을 재워 주었기에 오늘까지 왔다. 세월을 쫓고, 세월을 기다리며, 세월을 보내며, 세월과 함께 한 시간은 기쁨이고 희망이다. 세월이 빨리 간다고, 너무 늦게 온다고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세월은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주고, 나를 이끌어 여기까지 데리고 왔고 앞으로도 같이 갈 것을 믿는다. 오는 세월 막지 말고, 가는 세월 잡지 말라는 명언을 따라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세월은 세월의 길을 가면 된다. 세상 만물은 자연을 따라간다. 달이 차면 기울고, 해가 뜨면 지고, 밤이 가면 낮이 오고, 겨울이 오면 봄이 오는 것이다.
세월을 잡을 수 없고 자연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안달할 필요가 없고 세월과 함께 가면 좋은 일이 있다. 세상이 끝난다 해도 걱정이 해결해주지 않고 세상일이 좋고 나쁜 일을 겪으며 사는 거니까 순리를 따라가면 된다. 잘나도, 못나도 주어진 운명대로 살면 된다. 시계는 똑딱똑딱 소리를 내며 앞으로 가고, 세월은 달과 해와 별을 안고 걸어간다. 바람과 구름을 만나서 얽히고설키며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세월과 함께 가는 것이 인생이다. 시계를 보고 하루를 보내고 세월을 보내다 보면 우리가 온 곳으로 다시 간다. 세월 따라 사람도 세상도 변한다.
세월아, 세월아... 쉬었다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