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인간에게 노력이라는 위대한 선물을 주시기위해 인간을 불완전하게 맹그렀다-
-누가 그딴소릴?-
용피리오빠가 목에 핏대세워가며 외쳐대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만년설 속에서 얼어죽었다.
지랄같은 성질, 까다로운 입맛, 등등이 녀석이 얼어죽은 주된 이유겠으나 기왕지사 죽은녀석이니 미담으로 승화시켜주자.
고매,고결,고상,고귀,고고한 영혼..거기다 고독하기까지...
"용피리 오빠,킬리만자로표범 얼어죽었대자누,얘기 못들었수?"
그렇다는군 얼어죽은 가오재비
그 지경이 되도록 까탈떨다 얼어죽은 킬리만자로 표범보다는
쎄랭게티 초원 구석 구석을 기웃거리며 남들 먹던고기를 줏어먹든 뺏어먹든, 체면따위는 사치쯤으로 여기며, 못생긴 턱쪼가리 드리미는 하예나의 솔직한 실속이 삶을 영위함에있어 유리한 조건의 품성 아닐까?
저승서 기쁨조 수백 거느리고 사는거보단 이승서 조강지처에게 구박 받으며 세탁기 빨래널고,보름씩이나 물붇고 달이는 곰국에 식은밥 한덩어리 말아먹으며 사는게 훨 났다는 얘기다. 맞나? 살아있다는 이유로?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바람불던 언덕에 서서 문득 생각했었다
삶에있어 나이를 먹는다는건 바람에 슬려가는 풀냄새 같은것,
언제부턴가 나의 두뇌는 검소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겸손해지기까지 한다.
오분마다 담배 지펴가며 꾸준하게 뇌세포 학살을 자행했으니...
몆해전 임플란트라는걸 했다. 젊어서부터, 아니 어려서부터 치아관리라는거 생각도 못했다.
하루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고민하기에도 벅찬 도시빈민의 아가리 똥내나는 척박한 삶이었던지라...
마흔이 넘기시작하던 어느날,
낄곳 안낄곳 안가리고 못생긴 턱쪼가리 드리밀다 문득 낭패감을 느낀다. 썩은고기 마저도 제대로 씹을수없는 나의 썩어 문드러져가는 어금니들을 두고 고민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랴,나이어린 손위처남에게 결혼승락 받으로 가는심정으로 치과에갔다. 손위처남쯤의 나이로 보이는 치과선생님 말씀이 이지경이 됐으면 과감 해지라는건데,
해서 어금니 6개 앞니 4개 도합 10개를 2000만원에 합의를보고 1년반동안의 대공사를 역사했다.
그결과로 지금당장은 치아에관한 걱정은 없다.
풋풋한 미나리섞인 개상어무침도 거뜬히 씹어돌릴 기세다.
그러나 튼튼하게 재생된 이빨로인한 행복감을 크게 느끼진 못한다.
다만,썩어문드러진 이빨로인한 불행을 느끼지못한다는정도...
왠지나는 행복을 느끼지못한다.
없는것에대한,모자라는것에대한,잃어버린것에대한,상실감은 절절한데
가진것에대한 포만감은 느끼지 못하는것이다. 나만 그런가?
작년 이맘때쯤인가 무릎관절이 삐걱거리기시작했다.
통증은 없는데 왠지 삐걱거린다는느낌이들었고 불쾌한느낌이었다.다행이 요즘은 좀 낫다.
또한, 마흔중반쯤 시력이 맛이갔다.
맨눈으로는작은 활자들을 읽을라치면 미간을 찌푸려 모으며 애를 써야하는지경에 이르른것이다.
궂이 신문이나 책따위를 보려면 돋보기 안경을 걸치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러고싶지않아 안읽고만다.
내게 뭐가 남았을까...
나또한 젊었던적이 있었지만, 보다 구체적인 소망을 희망바구니에 담아본적이 없는듯하다.
막연한 희망..기다리고 기다리지만 고도씨는 오지않았고,
더러는 초기조건의 동등성에관한 불만을 품은적도있었다.
심지어는 동화속의 마법에걸린 개구리왕자인냥 착각하며 살던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십이넘은 지금에이르러서는 조금은 알듯도하다.
인생에있어서 단맛과 쓴맛은 모든인간이 정해진 비율로 경험한다는것, 잘난놈은 잘난대로, 못난놈은 못난대로 만족한 삶은 있을수없다는것,
아떤 인생이든 자신의 능력치 보다 기대치가 높다면 불행한 것이다.
해서 범사에 감사 하라는건데...
킬리만자로 만년설에 얼어죽은 고상,고매,고결,고귀,고고한 표범의 말라비틀어진 주검보다는
쎄렝게티 초원 구석 구석을 기웃거리는 하예나의 살아숨쉼이 더욱더 우아하고 아름답다는걸 상기하자며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 인간의 존엄성을 손상치않은 우아한 죽음이란건 없다며, 살아숨쉼이 그 어떤 고상한 죽음 보다는 아름답다는 주문을 외고 산다
초극의 해탈? 그딴게 나한테 뭔 필요랴, 쌀이생기나 연탄이 생기나
본능대로 살다가자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가치만 지키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가식떨지 말고 솔직하게 살다 가자는거다.
인간적으로,
2013,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