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으로 전해 오는 말 중에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이 있다.
내세울 게 나이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어른스러움 없이 ‘내가 어른입네’ 하며 늙었다고 어른 대접받기를 바라지는 않았는가.
어른이란 호칭에 책임지는 사람은 어떠해야 어르신 대접 받을까.
노인은 모두 어른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무엇을 물어볼까.
서양 사람은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묻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몇 살이요.’라며 나이를 먼저 묻는다. 서양 사람은 상대의 존엄한 존재를 확인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나이 많은 게 계급장(階級章)인 양 서열(序列)을 계산하기 위해 나이를 묻는다고 한다.
물론, 장유유서(長幼有序) 환경에서 배우고 자란 탓도 있지만 그건 고려시대에 나이 하나만으로 존경받고 대접받는 시대였다.
21세기에 어른 대접받으려면 나이 든 고귀함을 지녀야 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대접 닫겠다는 노인은 추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 20대가 되기까지는 성장하고 이후부터는 성숙을 거쳐 늙게 된다.
나이 많은 사람을 노인이나 어른이라고 칭하지만 늙으면 노인이 되는 사람도 있고, 어른이 되는 사람도 있다. 나이 들면 노인일 수는 있지만 노인이라고 해서 다 어른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어른일까. 국어사전에서 노인과 어른의 차이를 찾아보았다.
노인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이라고 씌어 있고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얼굴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부패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흐를수록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노인과 어른은 무엇이 다를까.
노인은 대체로 말이 많고, 잘난 체하며, 낄 데 안 낄 때 끼어들고, 가르치려 들고, 대접받길 원하고, 공짜를 좋아하며, 집안 자랑 자식 자랑 돈 자랑하며 ‘라떼는 말이야.’ 한다.
어른은 알아도 모른 체, 있어도 없는 체하며 겸손하고 마음이 따뜻하며 배려할 줄 알며 성숙한 행동으로 향기 나는 사람이 어른이다.
우리 곁에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법정 스님 같은 큰 어른이 계셨다는 것은 후배들에게는 큰 행운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에 삶의 지도(地圖)를 항상 점검하고 수정해야 한다.
어른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끊임없이 가꾸고 보살핀다.
노인은 “얼마를 더 살겠다고….”라며 여생을 포기하듯 아무렇게 살려고 한다.
어른으로 살 것인가, 노인으로 살 것인가는 자신의 삶의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