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본 내소사의 단풍이 아른거려 가까이에 있는 백양사로 단풍놀이를 떠난다.
단풍이 한창일 무렵 백양사로 접어드는 길은 거의 주차장이 된다.
오늘은 텅 비어있다.
단풍이 다 스러져 버린 걸까.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가 움추러들게 만들었을까.
백양사 입구에 가서야 차들이 북적거린다.
하지만 이쯤이야.
기다림없이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경내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북새통을 이루지 않는 까닭이 있다.
단풍의 절정기를 지나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뭇가지들이 많다.
말라 비틀어지거나 고스라진 잎들을 달고 있는 단풍나무들도 꽤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단풍의 울긋불긋한 자태를 지니고서 늦가을의 고즈넉함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중간쯤 접어들면 제법 큰 연못이 보인다.
연못 주변으로 단풍나무 가지들에 휘어져 있다.
햇살에 비추인 단풍들은 알록달록 고운 잎새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쌍계루에는 출사 나온 사람들 몇몇이 늦가을 정취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백암산 백학봉과 쌍계루,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단풍, 연못에 비친 반영.
모든 이들이 앞다투어 카메라에 담아내는 멋진 풍광이다.
풍성한 단풍은 아닐지라도 햇살에 반짝이는 애기단풍들을 나도 열심히 담아 본다.
백양사 대웅전 경내는 고요하다.
사람들 발길이 뜸하다.
경내 한켠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 그림자랑 백학봉을 담아 본다.
백학봉은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이곳 학바위가 백색이어서 백암산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고려시대부터 전해지고 있단다.
대웅전 뒤켠에 자리하고 있는 8층석탑에는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비는 사람이 보인다.
커다란 모과나무는 앙상한 가지에 모과 열매 두 개만 덜렁 달고 우두커니 서 있다.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모든 걸 비워내는 빈가지의 모습이 어쩐지 애잔하다.
8층 석탑과 어우러지는 백학봉을 다시 한 번 눈에 담고 백양사를 나선다.
내친 김에 30여분이면 갈 수 있는 내장사도 가보기로 한다.
백양사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붐비고 있고 초입에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는 들어갈 수 있는 지점까지 쭉 들어가 주차를 하고 단풍길을 걸어 들어 간다.
단풍색깔에는 세 계절이 담겨 있다.
무더운 여름을 떨치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초록잎, 오색찬란한 빛으로 한껏 가을을 누리는 단풍잎,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며 겨울맞이를 하는 낙엽.
혼재되어 있는 단풍잎들이 재미있다.
많은 나무들이 잎을 떨궈냈지만 백양사보다 훨씬 풍성한 단풍나무들이 터널을 만들고 있다.
갈래길도 여러 군데 있어 들고 나는데 불편함이 없다.
정자에 날개가 달려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우화정에 도착한다.
파란 기와가 색다르다. 기존의 우화정이 낡아 2016년 한옥 양식으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연못과 어우러진 모습이 멋스러워 여러 컷 찰칵찰칵.
단풍을 즐기며 걷다 내장사 경내로 들어서니 대웅전 불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뭔가 어수한 느낌.
잠시 앉았다 경내를 벗어나 주변 단풍들과 노닐며 되돌아 나온다.
3일전 만났던 내소사의 단풍에는 못미쳤지만 오늘도 단풍이랑 신명난 하루였다.
단풍놀이의 완승 내소사!
그러면서 들었던 궁금증
왜 내소사 단풍은 고스라들지 않았을까?
지형으로 보자면 내소사가 북쪽이라 더 빨리 잎이 질 것 같은데 왜 더 풍성했을까?
겨우 3일 새 백양사와 내장사 단풍들은 잎을 그리 많이 떨궈 낸 걸까?
답을 어떻게 찾지?
첫댓글 백양사 단풍 사진을 보면서 절 집의 단청이 울긋불긋 색상인 이유를 알 듯 합니다.
바로 단풍 색을 단청에 그대로 옮겨 놓은 거란 느낌입니다.
백학봉, 모과, 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햇살을 마주하고 있는 단풍.
풍성한 가을의 정취와 여유로움입니다.
참 살기 좋은 대한민국입니다. 그쵸.
첫 추위 건강하세요.
늘 느끼는 거지만 특히나 나들이를 나서면 더 실감해요.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라는 거.
지자체들이 워낙 필요한 시설들을 잘 정비하고 관리하는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