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생각] ㅡ 탁구 이야기
요즘 다시 시작한 탁구에서 커트 기술 두 가지를 새로 익히고 있다. 중국 마린 선수의 옆으로 긁는 커트 기술을 흉내내는 게 하나고, 최근 선수들이 사용하는 빠르게 찔러주는 쇼트(커트) 리시브 기술, 예전에는 못 보던 이 기술을 흉내내기 시작한 게 또 하나.
이 연습을 요즘 읽는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의 '9장: 바나나'(3부: 전 세계가 더 잘살기)와 곁들여 생각해보면, 선진 기술과 기술 이전 및 그 효과에 주목하게 된다.
세계대회서 선수가 처음 선보인 신기술이 독점적으로 유지되는 건 매우 한시적이다. 다음 대회에선 또 다른 신기술이 등장할 것이 뻔하다.
선수는 영광과 돈을 얻지만, 신기술을 가르치고 이전한 코치나 감독은 부수적 만족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신기술은 다른 선수들에게 전파되고 이전되면서 기술 공유와 평준화가 이루어진다.
만일 기술 독점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 신기술을 꼭꼭 숨기려 애쓰면, 역설적으로 다른 신기술의 등장을 가로막게 된다. 즉, 1인 독점과 하향 평준화의 정체 현상이 나타난다. 다른 코치들이나 감독은 손가락이나 빨면서 구기술만 전수하는 가난하고 초라한 라떼로 전락하고.
결국, 신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신기술 독점을 오래 유지하기보다는 독점 기간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또 더 많이 신기술을 공유할수록, 나아가 투명한 기술 공개가 이루어질수록, 기술의 파급 효과는 탁구계 전체 능력의 향상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리라.
오늘날, 낡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몸부림치는 억지 떼쓰기는 그저 불쌍하고 초라해 보일 뿐이다. 이는 곧 보수의 몰락과 극우가 수면 밖으로 나와 설치는 이상 현상과도 다르지 않다. 즉, 혁신의 피가 흐르지 않는 동맥경화와 발목잡기로 멈춰선 병목현상과도 유사하다고 보인다.
kjm / 2024.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