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선왕이자 자신의 아버지가 그의 형제인 클로디어스 현왕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그 과정에서 재상이자 왕의 고문관인 폴로니어스를 의도치 않게 살해하게 되고, 이에 분노한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즈가 클로디어스와 함께 햄릿을 죽일 계략을 꾸민다. 결국 햄릿과 레어티즈는 서로의 칼에 맞아 모두 사망하고, 클로디어스 또한 햄릿에게 살해당하며 비극으로 극은 마무리된다.
-아쉬웠던 부분과 그 이유
극 중에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전환되는 경우 그 동기를 충분히 제공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글이 희곡의 형식인 만큼 정서가 갑작스레 돌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따라서 작품을 각색하여 인물의 내면 정서를 더 자세히 묘사해 보고자 한다.
클로디어스는 어둡고 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주름진 두 손을 모아쥐고선 등이 굽을 정도로 깊이 고개 숙인 채였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그것은 고해였다. 형제를 죽이고 더럽혀진 영혼을 구원해 주십사 간청하는 기도이기도 했다. 하늘이여 들으시고 천사여 도우소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범한 나를 용서하소서…….
퍼뜩 걸음을 멈추었다. 횃불에 번뜩이는 칼끝이 도로 땅을 향했다. 늙은 돼지의 것을 닮은 쉰 소리가 끊임없이 나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듯했다. 아아, 저자가 참회의 기도를 하고 있구나. 검 손잡이를 쥔 손 위로 분노가 핏줄을 돋우었다. 뻔뻔하고 사악하기 그지없는 자 같으니라고. 하늘은 그를 용서하고 그의 죄를 사하였을까. 만일 그렇다면 이 얼마나 분통하기 짝이 없는 일인가? 위대한 군주였던 자, 나의 아버지는 생전 지었던 죄를 미처 참회하기도 전 형제에게 살해당해 흉측한 모습으로 지상을 떠돌고 있건만. 정작 진정으로 사악한 죄를 범한 자가 죽어서 천당에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클로디어스의 기도가 길어질수록 고뇌는 깊어졌다. 내게 등을 보인 채 눈 감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그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무방비하다. 나의 육신은 복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그리고 나와 저자만이 남은 지금보다 더 복수에 적합한 때는 없다. 그러니 나는 이 검을 들어 저자를 찔러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녕 복수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죽음은 무언가. 무엇이 죽음인가? 죽음은 또 하나의 꿈에 불과한가. 만일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면, 또 다른 꿈을 꾸게 되는가. 무도한 클로디어스는 죽어 다시 한번 악몽을 꾸게 되는가, 혹은 천당으로 가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긴 꿈을 꾸게 되는가.
두려움이 전신을 덮쳐오기에 끝내 검집 안으로 날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왕을 죽이고 나의 어머니를 놀라게 할 것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원수에게 진정으로 복수하지 못해 내 아버지의 원망을 사는 것이 두려워 검을 거두노라. 그의 죄악이 가장 무성하게 피어오르는 때 기필코 내 원수를 처단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