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어(바하사 인도네시아)를 배우면 처음에 자기소개부터 한다.
물론 자기소개에서는 이름을 먼저 말하고 묻는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이름은 거의 맨 나중에 물어보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다음 두가지로 예상된다.
첫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스몰토크(잡담) 하기를 좋아한다.
버스정류장에서 그냥 앉아서 "어디가냐? 뭘하냐? 어디사냐? 어디출신이냐?~" 등의 사소한 대화를 나눈다.
한국사람들도 예전에는 그랬었던 것 같다.
임락에서 37년을 가르치고 있는 요하네스 선생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시간이 금이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언어공부를 할 때 많은 현지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눌 것을 조언했다.
사실 사람들은 이런 스몰토크를 하고는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다.
어떤 때에는 며칠 뒤에 다시 만나도 그 사람을 만났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또다시 동일한 질문들과 대답들이 아무런 의미없이 오고 간다.
그래서 굳이 그 사람의 이름을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혈연, 지연, 학연을 중요시 한다.
다 알다시피 인도네시아는 500개가 넘는 종족들이 함께 어우려져 한 나라를 이루며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자 종족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살수밖에 없다.
선교의 역사를 보더라도 종족 중심의 개종이 두드런 특징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반둥지역은 인도네시아 종족 중 자바족에 이어 2번째로 인구가 많은 순다족들이 살고 있다.
순다족의 인구는 약 4천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인구에 맞먹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99%가 이슬람이다.
순다족에서 기독교인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인도네시아의 기독교 현황을 보면 뚜렷하게 지역별로 복음화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만큼 자기 종족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다보니 스몰토크를 하더라도 출신이 자기와 상관없으면 굳이 이름을 물어보며 더 관계를 지속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위의 내용은 인도네시에서 정착한 지 3개월밖에 안된 나의 어설픈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며 선교의 전략을 세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