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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 사건이 새로운 증인의 등장으로 또다른 국면으로 들어섰다.
바로 유진철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그 사람이다. 유 전 회장은 한국 팟캐스트 대담 프로그램 ‘신의한수’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이 호텔 바에서 인턴 여성과 술을 마시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인턴이 다음 날 새벽 윤창중 씨 방에 찾아오던 날 복도에서도 봤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의 증언 요지는 윤 씨가 호텔 바를 나갈 때까지 인턴을 성추행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호텔 복도에서 봤을 때도 인턴이 룸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밖에 서서 문에 노크를 하다가 문이 쾅 닫히자 엉거주춤 뒤로 물러서는 것을 봤다는 것이었다. 윤 씨가 그동안 주장해온 말과 상당히 부합하는 내용이었고 윤 씨는 자신이 최근 발간한 ‘피정’을 홍보하는 북 콘서트에서 유 전 회장의 등장을 언급하며 다시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음을 강변했다.
그렇다면 윤 씨 사건의 전말은 뭘까?
한 때 윤 씨를 ‘강간범’ 취급하던 한국 언론이 전부 틀린 것이었을까? 틀렸다면 왜 그런 기사들이 나왔을까? 그리고 윤 씨 사건 수사의 실체는 뭘까? 그는 정말 ‘경범죄 공소시효’ 3년이 지났기 때문에 혐의는 충분히 있지만 사법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인가?
의문점들은 여전히 많고 진실과 루머가 마구 혼재돼 있는 게 사실이다. 외양상 도의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이기에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만일 언론의 보도가 대부분 미국 수사 체계에 대한 무지와 엉터리 제보에 근거한 것이었다면 거의 폐인이 될 뻔한 윤 씨의 입장에서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억울한 일이다.
실체가 궁금했다. 워싱턴에 소재한 작은 인터넷 신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안은 아니었지만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었기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질 필요와 책임이 있다는 판단도 내려졌다. 유진철 전 회장과 전화를 연결해 직접 설명을 들었다. 한인 사설 탐정(PI) 모 씨와 그가 함께 일하고 있는 W 미국 변호사의 협조를 얻어 윤 씨 사건을 DC 검찰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아래의 글은 두 사람이 제공한 설명과 증언에 바탕한 것으로 새로운 증거와 자료, 제보가 나오면 언제든 정정할 용의가 있다. 분명한 것은 누구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라 ‘진실과 거짓’을 정확히 먼저 가려야 공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감정과 정치적 목적, 인간적 관계 등을 다 내려놓고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적 증거들을 조합해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숨어있던 큰 그림이 드러나리라 믿는다. 그런 의도다.
<유진철 전 미주총연회장의 증언 정리>
신의한수에서도 말했지만 최근까지 전혀 사건을 몰랐다. 지난 7월인가 지인들과 골프 라운딩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고, 윤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동포간담회를 할 때 봤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됐다. 귀찮게 이제 나서면 뭘 하나 생각도 했지만 ‘아닌 건 아니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한국으로 전화했다.
처음엔 지인을 통해 연결을 시도했는데 윤 씨의 아내가 잘 바꿔주질 않았다. 직접 전화를 해 겨우 윤 씨와 통화할 수 있었다. “호텔 바에서 봤다” 했더니 펑펑 울더라. 어디갔다 이제 왔느냐고도 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하지 말고 신의한수에 출연해달라고 해서 방송에 목소리가 나가게 된 것이다.
그 방송에서 말한 그대로다. 윤 씨가 한 남성은 옆에, 여성은 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 동포간담회에서 봤던 인물이기에 알아봤다. 몸을 접촉하는 성추행을 할 수도 있는 거리였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전혀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윤 씨가 밝힌 대로 얼마 후 그들이 나가는 것을 봤다.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는 들을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 한인타운으로 통하는 애난데일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일찍 호텔방을 나섰다. 시간은 정확히 모르지만 5-6시 사이로 기억한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 여성이 문 앞에 서있는 게 보였다. 막 그 여성을 지나쳐 가는데 1, 2초 후 문이 열렸다가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크길래 저절로 뒤를 돌아봤다. 그 여성이 뒤로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이 내가 목격한 일들이다. 그 후로 나는 조지아주 연방하원, 연방상원 출마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방이라고 볼 수 있는 어거스타에 살면서 한국소식을 잘 접하지 못하니 윤 씨 사건으로 얼마나 난리가 났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나중에 인터넷, 유튜브 등을 찾아보니 참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 너무 많았다. 더 일찍 사건을 알지 못한 것이 크게 애석했다.
<유 전 회장이 설명하는 수사 현황>
난 미국 경찰로 6년간 복무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그러므로 누구보다 정확하게 미국 사법체계를 잘 알고 있다. 비록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큰 선거에 나섰던 사람이기에 지역 정치인, 유지들이 내 눈치를 본다. 과거 함께 일했던 경찰 동료들은 지금 대부분 간부가 돼있다. 이들을 통해 윤 씨 사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한마디로 말해 사건이 접수돼 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아니, 정식으로 수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오픈’돼 있다는 말은 피해자가 확실한 증거를 보강해 다시 형사 고발을 해오면 수사가 속개된다는 의미이지 검찰이나 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지목하고 그의 체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고발을 접수받아 놓은 상태다. 다시 말해 윤 씨는 이번 사건과는 법적으로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성추행 또는 성폭행 사건이 아직 성립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피해자가 직접 고발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경찰보고서를 보면 제3자가 전화로 신고했다. 그런데 그 신고자도 모습을 감췄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경찰은 더욱 수사를 할 수 없다. 아직 수사가 오픈돼 있다는 말은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은 그야말로 공소시효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 10년 전, 20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도 성문제는 수사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윤 씨를 범죄 용의자로 단정해 놓았으나 ‘공소 시효’ 안에 체포하지 못해 무죄가 됐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윤 씨는 법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는 상태다.
내 생각에 당시 윤 씨가 성추행 고발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황급히 한국으로 보낸 것은 사태를 잘못 처리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 의심을 사지 않았나 싶다. 윤 씨가 당당했다면 수사에 응했어야 했다. 외교적 압력 운운은 미국 사법체계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스트로스 칸 전 IMF 성폭행 사건을 보라. 그도 다른 여권을 내밀며 외교관의 특권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했고 재판에 붙여졌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피해 여성이 직접 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찰이 정황을 판단해 칸을 범죄 용의자로 확정하고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았다. 윤 씨 사건은 그 단계로 전혀 나가지 못했다.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다. 당신이 누군가를 성폭했다고 제3자가 신고를 했다고 치자.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공식 수사 요건은 성립될 수 없으나 언제라도 피해자가 나타나 다시 고발하면 수사는 진행된다. 그런 면에서 성추행 사건 재개는 시효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유죄 혐의 입증에 전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배심원들이 누구의 편을 들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경찰 보고서에 적힌 경범죄(misdemeanor)라는 말에 대한 오해도 크다. 이것은 윤 씨를 경범죄로 기소했다는 뜻이 아니다. 고발을 접수한 경찰이 신고자의 상황 설명을 듣고 그 정도라면 경범죄 정도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해석했다는 말이다. 경찰이 피해자나 가해자를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유죄 추정부터 먼저 하나? 사건을 그정도의 비중으로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적인 삽입(penetration)이 있었으면 강간이다. 강간을 하려다 실패하면 성폭행(sexual assault)이다. 만지거나 툭툭 건드렸을 때 성추행(misdemeanor)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 보고서에는 ‘엉덩이를 만졌다(grab)'고 돼있는데 그런 고발을 접수한 경찰은 당연히 경범죄 사건으로 분류한다.
<한인 PI가 모 씨가 전하는 수사 상황>
확인 결과 윤 씨 사건은 성추행 고발만 접수해 놓고 있는 상태다. 물론 기록은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가 나타나 다시 고발하면 언제든 수사가 속개된다. 그러나 법적으로 윤 씨는 자유인이다.
미국을 출입할 때 기록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고발을 받았던 사람이라는 기록을 세관 경찰이 보면 다른 혐의나 범죄 사실이 없는지 더 조사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출입과 관련해 어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고발을 받았었던 기록이어도 그렇다. 상당히 억울한 일이나 누구에게든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왜 윤 씨가 변호사를 통해 기록 삭제(expunge)를 요청해 정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유 전 회장은 경찰은 어떤 사건이든 기록을 남겨두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고발 취하를 했다는 사실도 기록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윤 씨는 범죄 용의자로 지목된 적이 없다. 3년 공소시효라는 말은 윤 씨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수사가 오픈돼 있다는 말을 자꾸 혼동하는데 경찰이 윤 씨를 범인으로 보고 계속 추적해 잡으려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성폭행 사건은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언제든 피해자가 다시 나타나 구체적인 증거로 형사 고발을 하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 만일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윤 씨에게는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과 같다.
드러난 정황과 목격자, 전문가의 설명, 용어 해석 등을 통해 정리한 내용은 위와 같다. 호텔 바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즉 언어적인 성폭력이 있었는지 모르나 증명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언어적 성폭력도 범죄이다. 또 인턴 여성이 윤 씨의 호텔방 문이 열렸을 때 성적으로 모욕적인 장면을 봤는지에 대해서도 확정적인 말을 하기 어렵다. 양측의 주장이 당연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 보고서 기록된 내용 이외의 상황을 추론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그것에 따라 사건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피해자의 더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증언과 고발이 있을 때 다뤄야 할 일이다. 어느 인간에 대해 갖는 애정이나 미움은 누구나 다르게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사법 판단은 철저히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내려야 한다.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
미주 편집부 imjos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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