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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맥킨지- San Francisco>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샌프랜시스코에 오시거든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머리에 꽃 꽂는 것 잊지 마세요.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샌프랜시스코에 오시면
You'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거고요.
For those who come to San Francisco, 샌프랜시스코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Summertime will be a love-in there. 써머타임의 사랑이 기다릴 겁니다.
In the streets of San Francisco, 샌프랜시스코의 거리에서는
Gentle people with flowers in their hair. 친절한 사람들은 다 머리에 꽃을 꽂고 있지요.
All across the nation such a strange vibration People in motion, 온 나라에서 온 활기에 찬 사람들이 발하는 낯선 신비로움이 넘치며
There's a whole generation with a new explanation 모든 세대를 아울러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People in motion people in motion. 활기에 찬 사람들
(이하 생략)
스콧 맥킨지 Scott McKenzie가 불렀던 불후의 명곡 <샌프랜시스코San Francisco>의 가사 일부이다. 작곡은 맥킨지의 불알친구이자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으로 유명한 마마스앤파파스Mama’s & Papa’s의 멤버 존 필립스John Phillips가 맡았다.
얼핏 듣기에는 매우 서정적인 가사 같지만, 실제로는 사회성 짙은 노래다. 이 노래 발표 당시인 1967년의 미국 상황은 폭발직전의 핵폭탄이나 다름없었다. 베트남전 반전시위가 극에 달하였고, 마틴 루터 킹이 주도하는 흑인인권회복운동 등 흑백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로서, 정신적 길을 잃은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가치를 찾아 헤매고 있을 때였다.
특히, 민족의 멜팅 폿 같았던 서부의 샌프랜시스코를 중심으로 반전, 반인종차별, 평화를 갈구하는 젊은이들과 베트남전 참전 부상자, 동성애자, 의무징집을 피하여 몸을 숨긴 학생들이 모여들어 스스로 아나키즘anarchism 흡사한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냈으니, 이것이 히피hippie문화이다.
히피는 반체제 자연찬미주의자들로서 기존의 사회적 통념이나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 회복, 자연에의 귀의 등을 강조하는 동시에 평화주의를 주장했다. 밥 딜런, 존 바에즈, 재니스 조플린 등 쟁쟁한 반전가수들과 지미 핸드릭스 등의 기타리스트를 위시하여 이 코너의 주인공 스콧 맥킨지, 마마스앤 파파스 등 평화주의 가수들이 젊은이들의 새로운 사상을 고무하고 격려했으니, 샌프랜시스코는 의식 있는 가수들의 성지나 다름없었다.
이후 샌프랜시스코는 그야말로 저항의 도시, 자유와 평화 평등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는데, 지금도 최대 번화가인 유니언 스퀘어에 가면 머리에 띠를 두르고 허름한 복장을 한 히피 후예들이 거리에서 “돈의 노예가 되지 마세요.” “정치인들의 선동에 속지 마세요!”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샌프랜시스코>가 미국에선 히피의 노래였지만 유럽에선 꽃을 든 혁명의 노래이자 자유의 찬가였다. 1968년 봄 체코의 프라하 봉기 때 소련 진압군을 향해 시위대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행진했다. 먼 나라 땅 사람들마저 샌프랜시스코를 자유와 평등의 상징으로 여긴 것이다.
샌프랜시스코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시내 곳곳에 무지개빛깔의 깃발의 발상지로서 어느 곳보다 이 깃발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무지개 깃발은 성소수자 운동의 상징이다. LGBTQ(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퀴어) 프라이드Pride의 계절인 6월이 되면 샌프랜시스코에서 고안된 이 무지개 깃발이 세계 곳곳에 나부낀다. 자유와 평등의 도시 샌프랜시스코를 상징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 노래의 가사 중,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샌프랜시스코에 오시거든, 꼭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가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또는 동성애를 인정하다는 암묵적 동의를 구하는 말이라고도 한다. 자유와 평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표식으로도 해석하기도 하는데, 뭐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동성애 인정을 구한다는 뜻도 포함된다.
7월 초 우리나라에서도 UN의 권고에 따라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한다는 의미에서 작년에 이어 시청 앞 서울광장 퀴어(동성애자 성문화)축제 개최를 허용했다. 작년 2016년 행사 때 우연히 목격한 그들의 축제현장. 열린 마음으로 살자는 모토를 가진 나에게도 참으로 기괴한 광경이었다. 무개차 위에서 벌거벗은 채 거리를 누비며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몸짓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졌다. 성정체성을 인정해 달라는 점잖은 시위라면 또 모르지만.
당연히 축제 옹호론자와 반대론자들이 펼친 논란이 아직도 뜨겁다. 동성애 즉 성을 자유롭게 바꾸어 쓰는 행위는 그들을 지극히 혐오하는 학자나 성직자들의 주장처럼 확실히 일종의 망상(정신병)이며, 동일화 증후군인가? 아니면 여성과 남성이라는 두 성과는 다른 제3의 성인가?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천적인 유교 유전자와 후천적으로 얻은 불교와 기독교 유전자를 가진 나 역시 동성애에 대해 근본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성애의 역사는 국가와 지역을 막론하고 기원전부터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그 역사가 워낙 깊은데다가 엄청난 멸시와 견제 속에서도 면면이 그 행위가 이어져 왔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좋든 싫든 이젠 그들의 성정체성을 인정해 주어야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조심스런 내 생각이다.
왜냐? 동성애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과연 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강제로 정신병동에 입원시켜 아예 사회로부터 격리시켜버릴 것인가? 아주 극단적인 보수 종교인들이 주장하듯 아예 말살시킬 것인가? 이 글로벌시대에서는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판을 각오해야할 어림없는 발상이다. 서방에서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동성애자인 경우도 많다.
그런 즉, 차라리 정체성을 인정하여 그들 스스로 마음 놓고 커밍아웃하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편이 더 안전할 것 같다. 음지에 방치해두면 오히려 독버섯(AIDS)처럼 음산하게 기생하여 은밀하게 사회에 퍼져나가 더 큰 해를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졌다. 그런데 미국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샌프랜시스코처럼 유독 샌San(영어식 발음) 또는 산San(스페인어), 세인트Saint(영어)로 시작되는 지명이 많이 보인다. 모두 우리말로 ‘성聖’이라는 뜻을 가지며, 기독교 성인을 헌정하는 의미로 쓰이는 지명 앞에 붙는다.
영어가 공용어인 미국에서 스페인어인 '산San' 또는 '샌San' 을 사용한 도시명이 유독 많은 것은 왜일까? 이 도시들이 과거 스페인 점령지였던 멕시코의 영토 안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샌프랜시스코도 한때는 스페인 점령 멕시코 땅이었다.
본디 멕시코의 영토는 지금보다 훨씬 컸다. 1848년 미국 멕시코 전쟁에서 멕시코가 미국에게 패하면서 지금의 국경이 정해졌다. 당시 멕시코가 미국에게 빼앗긴 영토는 지금의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애리조나, 텍사스 일대였기 때문에 이 지역에 스페인식 지명이 많은 것이다. 샌디에이고, 샌안토니오,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산호세) 등이 다 그러하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기독교 성인들의 이름을 딴 도시 이름을 한번 살펴보자.
☆세인트루이스 Saint Louis
미국 중부 미주리 주의 중심도시. 7~8차 십자군 원정에 참가 활약함으로써 프랑스의 왕들 중에 유일하게 성인 반열에 오른 루이 9세(1214년~1270년)를 헌정한 도시다. 도시 명 하나만으로도 과거 이 지역(미시시피 강 상류)이 프랑스의 영토였다는 증거가 된다. 처음에는 프랑스어 '상 루이'로 발음했다가, 나중에 영어식 발음 '세인트루이스'로 바뀌었다.
☆세인트폴 Saint Paul
미국 북부 미네소타 주의 중심도시. 초기 기독교의 전파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 사도 바울Paul(바오로)에서 유래했다. 브라질의 상파울루São Paulo(포르투갈어)도 포르투갈어로 '성 바울'이란 뜻이다.
☆세인트피터스버그 Saint Petersburg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의 한 도시. 그리스도의 12제자 중 한 분인 베드로Peter에서 유래했다. 성 베드로의Saint Peter's ‘성 또는 도시Burg’라는 뜻이다.
☆세인트어거스틴 Saint Augustine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플로리다 주 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1565년 스페인 탐험대가 근거지로서 인디언 취락에 이 도시를 건설했다. 초대 그리스도교 교회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로서 『삼위일체론』을 저술한 로마의 성인 아울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를 기린 지명이다.
☆샌터배버러 Santa Babara
LA와 샌프란시스코 중간쯤에 위치한 미국 부자들의 휴양도시.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아랍 지역)의 니코메디아 출신 전설적 성녀 바바라Babara를 헌정한 지명이다.
☆샌앤터니오 San Antonio
텍사스 주의 한 도시. 중세 수도승 성 안토니오Antonio(3세기경 이집트의 수도사 성 안토니오 아빠스와 동명)를 기린 지명이다. 그는 분실물의 수호성인이자 포르투갈과 브라질의 국가 수호성인이다.
☆샌디에이고 San Diego
캘리포니아 주의 도시.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이자 스페인의 수호성인 사도the apostle 야고보James(야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디에고Diego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호칭이다. 영어로는 제임스James다. 구약의 야곱(야고보)은 제이콥Jacob으로 구분하여 호칭한다. 프랑스에서는 자크Jacques, 이탈리아에서는 자코모Giacomo, 독일에서는 야코프Jakob, 러시아에서는 야코프Яков라 부르지만 모두 같은 인물이다.
☆샌프랜시스코 San Francisco
미국 서부의 유명한 항구도시. 중세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설립한 수도승 아시시의 프란체스코Francesco d'Assisi에서 유래했다. 그는 동물의 수호성인이자 이탈리아의 국가 수호성인이다.
☆새너제이 San Jose
스페인 식 지명 ‘산호세’ 영어식 발음이다. 샌프랜시스코 만에 위치한 도시로 실리콘 벨리의 중심도시이다. 예수의 양아버지 나자렛의 성 요셉Saint Joseph에서 유래했다. 그는 노동자의 수호성인이다.
☆산미겔 San Miguel
산미겔은 구약에 나오는 천사장 미카엘St. Michael의 스페인어식 표기로, 엘살바도르의 한 도시가 지명으로 그를 헌정했다. 같은 성인을 기린 도시로는 멕시코의 산미겔데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와 아르헨티나의 산미겔데투쿠만San Miguel de Tucumán이 있다.
유명한 맥주 브랜드 ‘산미겔(산미구엘은 잘못된 발음)’을 흔히 필리핀 맥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 말하자면 스페인 맥주가 맞다. 산미겔 본사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바르셀로나에 있어 왔다. 여러 지역에 있는 여러 공장 중 필리핀에 소재하는 것이 규모가 클 뿐이다. 참고로, 필리핀Philippines이라는 지명도 과거 식민지시절 스페인의 최전성기를 주도했던 필리페Felipe(영어식으로는 Philip) 국왕의 이름을 딴 것임을 '알아두어도 큰 쓸모는 없다'.
☆산마리노 San Marino
유럽 남부 이탈리아반도의 중북부에 있는 공화국. 이탈리아 중부 내륙 산악지대에 있는 산마리노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작은 나라이자 가장 오래된 공화국이다. 사냥개 달마시안의 고장 달마치아 지방의 석공石工이었던 성 마리누스Marinus(마리노Marino)가 종교적 박해를 받던 중 4세기 경 이곳으로 피신해 와서 세운 국가라는 의미로 붙여진 도시 또는 국가명이다.
☆샌터머리어 Santa Maria
캘리포니아 주 남서부의 도시로서 성모 마리아Maria를 헌정한 지명이다. 브라질에도 항구도시 산타마리아Santa Maria가 있다. 이곳에서 마리아는 항해의 수호성자이다.
☆산티아고 Santiago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사도 성 야고보(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다. 알렉산더 3세 교황이 예루살렘, 로마와 더불어 성스러운 도시로 선포했던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순례길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산티아고Santiago는 '성 야고보'를 칭하는 표기다. 'Santi'는 '성' 'Ago'는 '야고보'다. 영어로는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라 한다.
가장 먼저 생긴 순례길이면서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택하는 코스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프랑스에서 피레네 산을 넘어 스페인 북쪽을 거쳐 오는 길이다. 이 길은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가 출간된 이후 더욱 유명세를 탐으로써, 또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되어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여행 버켓리스트에 올라 있을 정도다.
칠레의 수도 이름도 산티아고Santiago다.
☆상뜨 뻬쩨르부르크Санкт Petersburg
러시아정교 초대 교황이자 근대 러시아의 기틀을 다진 황제 표트르Pyotr(영어식 이름 Peter) 대제가 스웨덴으로부터 탈환한 지역에 세운 도시 이름이다. 영어로는 상 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라 한다. 풀이하면, ‘표트르(베드로)를 기려 만든 성(부르크Brug)’이란 뜻이 된다. 그런데 왜 하필 ‘성’을 독일어인 ‘부르크Brug’로 했을까? 트르대제가 워낙 유럽문명 특히 독일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서에서 예수의 제자 베드로를 지칭하는 발음과 표기는 국가별로 다른데, 영어로는 피터Peter, 프랑스어로는 삐에르Pierre, 러시아어로는 표트르Pyotr로 표기, 발음된다. 표트르대제는 자기 이름의 본래 주인인 베드로를 헌정하는 의미로 이 도시의 이름을 지었다. 소비에트혁명 이후 한때 레닌그라드로 개칭되었다가 소련연방 해체 후 다시 제 이름을 찾았다.
이외에도 기독교 성인들의 이름을 딴 지역 또는 도시들이 많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여기어 더 이상의 소개는 생략한다.
샌프랜시스코를 포함하여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새너제이 등 캘리포니아California는 20세기 한때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화의 이상향이었다. 우리 한국인들도 그러했다. 달포 전에 그런 캘리포니아의 꿈길이 닫히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노래만 남고 캘리포니아 드림이 깨지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다.
전 달, <포브스Forbes>에서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큰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 일보직전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돈 나갈 구멍은 큰데 들어올 구멍은 쪼그라든 탓이란다. 주정부에서 고작 내놓은 해법이 돈 나갈 구멍 줄이기, 교육과 복지 예산이 그 타깃이 되었단다. 이제 캘리포니아 서민들에겐 현실이 곧 악몽이 된 셈이다. 이제 유토피아는 없다.
20세기 한때 아메리칸 드림의 찬가였던 마마스앤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이 이젠 만가輓歌요, 20세기 낙원을 노래했던 <샌프랜시스코San Francisco>가 21세기 오늘날에는 실낙원失樂園을 은유하고 마는가? 아니다. 산천이 변하고 인걸이 간 데 없어도 노래는 그 느낌 그대로 영원한 법이다.
PS / 전에 소개했던 하모니카 연주가 리오스카가 '서울국제하모니카페스티벌 2017'에 초청되어 연주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서울 삼성동 코엑스 08.03(목)~2017.08.06(일)
<마마스앤 파파스-캘리포니아 드리밍>-왕가위의 '중경삼림' OST로 사용됨(화면은 중경삼림 장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