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들
오늘은 2차 세계대전 중 중동에서 활약한 영국의 특공대, 케예스의 이야기입니다.
특공대는 그 임무가 어려운 만큼 감수해야할 위험도 높고, 따라서 특공대의 절반 이상이 임무수행 중에 전사한다는 통계결과도 있는데요, 모든 군인이 마찬가지겠지만, 특공대라면 더더욱 임무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된 사람들이라 하겠습니다.
케예스 역시 그의 나이 스물네 살에 리비아의 작은 마을 베다리트리아에서 전사했는데요, 그가 맡은 생애 최후의 임무는 북아프리카 군단 총사령관인 엘빈 롬멜 장군을 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스물 네 살의 최연소 중령이었던 그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사라져갔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적에게 포위된 아군을 구출하라!
1941년2월에 북아프리카 군단장으로 부임한 롬멜이 기습적인 공격을 가하여 3월22일 엘 아게일라를, 4월3일에 벵가지를 점령하고, 4월11일, 해상 보급로의 요충인 토부록을 포위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영국군의 완강한 저항으로 장기포위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이후 무려 7개월간이나 버티고 있는 토부륵요새를 제거하지 않고는 더 이상의 진격이 어렵다고 판단한 롬멜이 맹공을 가하게 됩니다.
그러자 영국군은 1941년 11월 18일, 토부룩(86평방km)수비대(증강된 1개 연대?)를 구출하기 위해 크루세이더작전을 펼치기로 결정했는데요, 이 작전은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소수의 희생으로 롬멜이 제거된다면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죠. 그래서 영국군 총사령관 오친렉은 작전개시 하루 전에 특공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특공대가 롬멜을 살해할 수만 있다면 크루세이더작전의 성공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임무를 맡은 사람은 거의 전사하리라는 것이었죠.
시작하기도 전, 낙오자 배출
1941년 11월13일, 달도 없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케예스와 24명의 대원을 태운 잠수함 티베이함이 리비아의 북단해안에 도착했습니다.
잠수함이 부상한 직후 특공대는 해안에서 보내는 섬광신호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세차게 몰아치는 폭풍 때문에 고무보트가 뒤집혔고, 그 결과, 16척의 고무보트를 발진시키는 데에만 무려 6시간이나 걸렸죠.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특공대는 17일 아침, 목표지점으로부터 8km 떨어진 한 동굴에 도착했는데요.
당시 롬멜 사령부는 해안으로부터 18km 내륙에 위치한 베다리트리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특공대가 고단한 몸을 쉬기도 전에 날씨가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이제는 벼락을 동반한 폭우로 돌변한 것이죠. 이 폭풍우를 뚫고 나가는 특공대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질과 설사병으로 수명의 낙오자가 발생했습니다.
드디어 작전개시, 그러나..
그렇다고 작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고, 자정 무렵 특공대는 계획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요. 부 조장 캠벨대위와 테리상사 그리고 다른 3명은 습격조에 가담하고, 나머지 대원은 각자 지정된 위치로 흩어져서 주변 길을 차단하도록 했고, 케예스는 전체 팀의 지휘를 맡았습니다.
본 작전에 돌입하여 케에스가 보초 1명을 처치하고 습격조가 집안으로 난입했을 때, 방안에는 철모를 쓴 10여명의 독일군이 있었습니다.
캠벨이 수류탄을 던져 넣었고, 그와 동시에 테리가 톰슨식 기관단총을 갈겼습니다. 잘했어 라고 케에스가 소리쳤을 때, 독일병 한명이 총을 쏘았고 총탄은 케에스의 왼쪽가슴을 관통했습니다.
케에스는 두 전우의 발밑에 쓰러졌고, 캠벨이 확인했을 때, 케에스의 심장은 이미 멎어 있었습니다.
이후 특공대는 내부에 폭파장치를 하고 철수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켐벨도 다리에 총상을 입고,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다 독일군에게 잡혀 투옥되었고, 24명의 특공대원 중 살아서 돌아온 자는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롬멜은 그곳에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이없게도 그날 롬멜은 그곳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롬멜은 베다리트리아의 그 집을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고, 습격이 있던 날 밤에도 최전방 부대와 함께 전선에 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죠.
이 후일담은, 신빙성 없는 정보가 아까운 희생을 불러온 사례라 할 수 있는데요. 孫子는 用間篇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愛爵祿百金하여 不知敵之情者라면 不仁之至也다. 즉, 지휘관이 비용이 많이 들고 노고가 많다하여 적정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가장 어리석고 무능한 지휘관이다. 라고 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