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저작권토론회 보고 - 작가입장에서 바라보는 판면권

[임정자]

* 8월 저작권토론회 안내 *

제목 : 안녕, 저작권 4 – 공공대출권

날짜 : 8월 20일 오후 6시

장소 : 작가연대 강의실 (참가자가 많을시 장소 변경 가능)

<안녕 저작권 3 – 작가 입장에서 바라보는 수업목적보상금과 판면권> 토론회를 마치고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계는 도서전 관람객을 대상으로, 수업목적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만 주도록 한 <저작권법 62조2항>은 잘못이며, 판면권 인정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되어 있는 저작권법 개정을 촉구하며 서명을 받았다.

저작권법은 출판계만이 아니라 창작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이라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이 판면권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 수업목적보상금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저작권료가 현재 작가들에게 지급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이를 찬성할지 반대할지 판단하기 힘들다.

이에 작가연대는 찬반을 유보하고, 먼저 판면권이 무엇인지부터 공부하고, 판면권을 둘러싼 논의 과정, 법률 개정 시도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지난 6월 20일 6시 작가연대강의실에서 토론 겸 공부 자리를 마련하였다.

공부 내용부터 간단하게 정리한다.

1. 판면권이 뭔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판면권은 ‘저작물의 인쇄배열(typographical arrangement)이나 디자인적인 요소에 대한 권리로서, 권리가 미치는 대상은 출판된 저작물을 구성하는 각 면(쪽, 페이지)의 스타일, 구성, 레이아웃이나 일관적인 외관’을 말한다. 판면권은 ‘도서 내용 등 저작물의 저작권과는 별개로 부여되는 권리로, 판면권이 인정되는 상태에서는 서적을 복사하는 경우 저작권과 판면권이 동시에 문제’가 된다.

2. 판면권이 작가와 뭔 상관인가?

그러니까 판면권이 인정되면 수업목적보상금이나 도서관보상금에 모두 적용이 되며, 차후에 ‘공공대출권’이 인정받게 되면 공공대출권과도 관계가 있다.

또한 절판된 책에 대해서도 요구하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3. 교과서보상금과 수업목적보상금, 도서관보상금이 뭐가 다른가?

	정의	보상권리자	보상	해당저작권법
교과서보상금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	해당 저작재산권자	문체부장관지정단체통해(현재는 한국복제전송협회)	25조
수업목적보상금	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수업목적으로 저작물을 복사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보상금	해당 저작재산권자	//	25조
도서관보상금	도서관 이용자가 저작물의 일부를 복사하는 것에 대한 보상금	해당 저작재산권자	//	3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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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상권리자는 ‘저작재산권자’인데, 출판사는 왜 저작권자라고 하는가? 저작권자와 저작재산권자는 동일한가?

-동일하지 않다.

-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다. 그러나 저작재산권은 양도, 상속이 가능한 물권의 성격을 가지며, 배타적이용권을 갖는다.

작가가 책을 낼 때 출판사와 저작재산권과 관련한 계약을 하고 있다.

저작물에 대한 2차적 이용이나 2차적저작권은 작가들에게 있음에도 간혹 출판사와 계약할 때, 상당히 많은 작가들이 50% 대 50%니 40%대 60%니 하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인을 하는데, 할 필요가 있다. 저작물에 대한 2차적 이용이나 2차적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의 50%를 출판사에게 준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저작권자와 저작재산권자는 동일하지 않다.

- 그래서 실제로 모출판사의 경우 교과서보상금에 대해서도 출판사의 저작재산권을 주장하며 교과서보상금의 일부를 받아가고 있다.

5. 저작권과 저작재산권은 다른가?

다르다.

저작권에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이 있다.

저작인격권에는 ①작가가 작품을 세상에 알릴 권리인 공표권, ②이게 내 저작물이요 하고 알릴 수 있는 성명표시권, ③내 허락 없이 내 저작물을 함부로 고칠 수 없소 하고 주장할 수 있는 동일성유지권이 있다. 이건 오로지 저작자에게만 주어진 고유권리이다. 죽으면 없어진다. 그러나 죽은 뒤에 누가 명예를 훼손하면 상속자나 저작재산권자가 고소할 수 있다.

저작재산권에는 ① 책을 제작하는 복제권 – 작가(저작권자)가 출판계약서 출판사에게 일정한 기간 동안 준다. 가끔 죽을 때까지 주는 계약서에 도장 찍기도 한다.

② 구연. 낭독할 수 있는 공연권- 작가가 하기도 하고 공연자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③ 무선, 유선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는 공중송신권

④ 원화 등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권

⑤ 제작한 책을 팔거나 대여할 수 있는 배포권- 작가가 출판 계약시 출판사에게 일정기간 동안 준다. 가끔 죽을 때까지 주는 계약서에 도장 찍기도 한다.

⑥ 저작권법에는 판매용음반이나 프로그램만 규정하고 있지만 도서대여업에도 해당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여권

⑦ 번역이나 연극, 영화, 드라마 등으로 다시 만들어질 때 적용되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 저작물에 대한 2차적이용과 2차적저작물 작성권은 다르다.

- 2차적이용은 원 저작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며, 2차적저작물로 작성한다는 것은 일정정도 창작이 가미된 것이다. 교과서에 수록되거나 시험문제 출제할 때 이용하는 것은 2차적이용이다.

6. 판면권의 그간 논의과정

2002년부터 출판계에서는 판면권 도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요구해왔다. 2016년 1월에는 노웅래 의원이 출판계의 요구를 수용해, 판면권 정의를 신설하고 복제․배포․전송할 수 있는 배타적권리를 25년 동안 존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통과되지는 못했다. 이후 현재까지 통과되거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7. 외국에서는 판면권이 있나?

영국, 독일, 대만은 판면권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고전어문저작물이나 고문서,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물에 한해서이다. 작가가 살아 있는 저작물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8. 판면권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나?(한국저작권위원회 자료 중에서)

① 판면권이 인정되면 기존의 저작재산권과 중첩되어 사회적(이용자) 부담이 증가한다. - 현상태로도 출판권·배타적발행권(= e-book)에 기한 권리주장이 가능하며, 일정한 경우 채권자대위권을 통한 권리주장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한 권리주장도 가능하다.

② 외국의 경우와는 처지가 다르다.

-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의 출판이 유행했던 영국이나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고서의 출판이나 저작자 사후에 유작 발굴 출판이 많은 독일에서의 입법배경을 우리나라 출판환경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 현재는 컴퓨터 상에서 편집 및 조판이 이루어지고 있어, 판면의 배열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투자되었던 당시의 입법배경과 차이가 있다.

③전자출판이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효용성 있나?

․ 전자출판물은 자동으로 자간조정이 이루어지고,

․ 다른 글자꼴을 사용한다든지 글자꼴 크기를 키운다든지 하는 등의 조작이 가능하므로 전통적 의미의 판면(판면을 그대로 사진적 복제 하는 경우에만 보호)이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 다양한 전자책 리더기로 구현되는 전자책은 원래의 포맷을 유지하기 힘들다.

․ 출판사들의 기획·편집의 역할은 유효하나, 식자·교정 등 전통적인 출판에서 요구되는 노력과 비용은 감소하고 있다.

9. 그런데 왜 출판계는 판면권을 요구하나?

①무단복제행위에 대한 출판사들의 직접적인 권리 구제

(→반론 : 판면권 없이도 불법복제는 현 저작권법으로도 고소, 고발이 가능하다. 현재 저작권법 제6조는 편집저작물 보호에 관한 조항이다.)

- 서적의 불법복제 상황에서 불법복제자는 저작권 및 판면권을 동시에 침해하게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출판사의 권리주장이 용이해질 수 있음

- 같은 내용의 저작물이라도 도서 판면의 구성 및 배열이 이용자의 편의와 도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판면은 도서의 제작에 중요한 요인이고, 이러한 판면에 투자한 출판자의 정신적 노동 및 노력에 대한 적절한 권리 보호가 필요

② 도서시장의 활성화(→의문: 판면권 인정으로 도서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나?)

- 효과적인 판면제작으로 인하여 도서의 가독성이 향상되고, 저작물이 새롭게 조명되어 재탄생함에 따라 도서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가능성이 큼

③출판사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필요

- 도서 출판과정에서 저작물의 편집·교정·디자인 등 창의적인 노력으로 인하여 저작물의 가치를 높이는 등 저작물 보급 기여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방안(저작재산권자 및 저작인접권자에 준하는 교육목적·도서관 보상청구권) 필요

10. 토론 결과

작가와 출판사는(특히 어린이청소년책을 내는 작가와 출판사는) 오랜 세월, 더 나은 책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격려하며 신뢰를 구축해왔다. 현재의 출판계 불황 역시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판면권 관련 문제는 여러 면에서 의구심이 든다. 판면권은 수업목적보상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보상금, 공공대출권 등에 영향을 미치며, 적용범위는 절판된 도서에까지 미친다. 게다가 출판저작권신탁단체까지 설립한다고 한다. 권리 면에서 작가들과 계속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연대는 한두 차례 토론한 것을 가지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많은 회원의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충분히 토론한 후 뭐든 결정할 것이다. 작가연대 회원뿐 아니라 타 단체 작가들, 관련 전문가의 의견까지 다 들어본 후 입장을 결정하려고 한다.

이에 8월에는 <공공대출권>을 중심으로 토론식 공부를 하며, 판면권을 다시 논의하고자 한다. 저작물을 가지고 있는 저작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안녕, 저작권 4 – 공공대출권

날짜 : 8월 20일 오후 6시

장소 : 작가연대 강의실 (참가자가 많을시 장소 변경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