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도 나도 행복한 수필 쓰고 싶다
나는 왜 수필을 쓰는가에 대한 답을 좀처럼 찾을 수 없다. 하나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막막한 어둠의 시간을 통과해야 하듯이 수필을 쓰다가 보면 우연히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 지금껏 글을 써 왔다.
많은 선배 수필가가 말하기를 수필 쓰는 사람은 늘 자기를 성찰하고 닦아야 한단다. 이에 대한 답에도 자신이 없다. 과연 나는 나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닦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과연 내 글 속에 말하고 있는 것이 침묵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외람되게 《행복한 삶 아름다운 삶》《행복한 삶 즐거운 삶》이란 두 권의 수필집을 낸 일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수필집에 <작은 흔적, 나를 위한 글쓰기>란 글이 있다. 짧지만 나대로의 글쓰기에 대한 변명이랄까 이유라 할까. 수필 쓰기에 대해 핑계를 하고 있다. 여기에 그 전문을 옮겨본다.
수필이란 대상이나 세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설명하는 교술 장르의 글이다. 바라보는 대상과 세계가 언제•어디서•어떻게•왜라는 작가의 시선과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글의 수준은 작가의 수준에 비례한다고 한다. 작가가 눈높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쉽게 쓸 수도 있고 어렵게 쓸 수도 있다. 글의 내용과 표현의 수준이 글의 수준이 아니란 생각이다. 다소 어눌한 글이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줄 때도 잦기 때문이다.
작은 이야기 속에 진실을 담고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작품 속의 이야기를 읽고 ‘내 생각과 같다.’고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다. 고급 독자가 아니라도 좋다. 소박하게 옆에서 이야기하듯 같이 웃고, 고개 끄덕이며 손잡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내 글이 그들의 미래의 삶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두렵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 읽게 되리란 기대를 하게 된다. 내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독자가 읽고, 시간 낭비란 생각을 하게 했다면 그것은 기만이다. 나는 독자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 행여 ‘이런 글을 왜 썼느냐?’라고 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은 내 능력의 부족에서 온 것이지 독자를 속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앞으로 얼마간 수필이란 이름의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글을 쓰는 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이 깨끗해지고, 행동을 바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위에서 독자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언급했으나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는 말이 정답이다.
나를 위해 글을 쓴다고 독자를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서법에 맞게 쓰고, 표현에 오해가 없게 쓰겠다. 한 줄의 문장을 정성 들여 쓰는 마음은 한 편의 글을 정성 들여 쓰는 마음이다. 읽은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아무리 귀찮더라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달게 받아 고치는 일에 게으름 부리지 않겠다.
여행하다가, 길을 가다가,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혹은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남길 것이다. 독자들의 평에 둔해질 생각이다. 나는 내 이야기와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쓸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 그때 그곳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작은 흔적이라도 만나고 싶다.
‘나의 수필 인생’이란 테마로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았으니, 여기에 내 수필에 관한 생각 몇 가지를 더 보탠다. 많은 사람이 현실이 행복하게 사는데 부족하고 힘들단다. 대안을 마련하기도 만만하지 않단다. 흔히 문학을 인간학이라 한다. 수필이 문학의 한 영역이라면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작품을 쓴 나도 내 글을 읽는 독자도 가슴에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내 수필은 약점이 참 많다.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려를 못 하고 있다. 인간 존중의 존엄성을 외친 부분도 없다. 내 작은 삶의 울타리 속에 맴돌고 있는 이야기로는 부족함이 많다. 대부분이 이기적인 내 삶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의 아름다움보다 태풍이 몰아치는 여름 하늘도 바라볼 힘을 길러야겠다. 수필은 곧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고 내 삶의 모습이다. 앞으로는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을 바라볼 생각이다. 독자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삶에 도움이 되는 수필을 쓰고 싶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