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관령-진고개 (2003.9.14)
코스: 대관령(06:10)-감시소(06:50)-선자령정상(07:50)-선자령나즈목(08:20)-선자령(곤신봉)(08:45)-동해전망대(09:17)-매봉(10:00)-소황병산(11:40)-노인봉3거리(12:58)-진고개(14:00) 24.7Km(이정표) 7시간50분 소요
누구와: 마눌과 나
돈: 진부택시(033-335-1050) 진고개-대관령 40,000원+고속도로비
추석연휴, 금요일 밤 태풍 "매미"의 경상도 강원도 강타로 인한 水災. 그리고 토요일의 화창하게 개는 날씨. 집에 머무를 수가 없다. 배낭을 꾸려놓고 잠을 청해보지만, 오전에 잠깐 낮잠을 잔 것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업치락 뒤치락 하다가 02:00 일어나 88도로-중부-영동 고속도로를 탄다. 차는 띠엄띠엄, 과속을 자제하며 진부IC를 나와 월정사 방향으로 가다 주문진 방향 도로를 탄다. 꼬불꼬불 깜깜한 길을 하이 빔으로 비추며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 한적한 곳에 주차를 하니 05:20, 진부택시에 전화, 05:45 택시로 바꿔 탄다. 날은 점점 밝아오고, 태풍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바람은 세차게 불고 기온은 조금 춥다. 대관령에 오니 날은 훤해졌고, 휴게소 앞에 차 한 대 세우고 젊은이 한사람 우릴 쳐다본다.
대관령
06:10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휴게소 건물 우측으로 난 포장길을 따라 기상대 방향으로 간다. 기상대 정문에서 우측으로 담을 끼고 길은 나 있다. 지난 밤 까지 비가 왔다는데 아직도 물이 졸졸 흐르는 登路는 빗물로 파여 있고, 비 그친 후 지나간 사람 발자국이 나있다. 기상대를 빙 돌아서니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따라 오르니 넓은 광장이 나오고 그곳에서 떠오르는 태양 빛으로 동해 쪽은 층층 구름이 붉게 물들어 있다. 바람이 몹시 불고 반팔 차림이 싸늘함을 느낀다.
대관령
우측엔 목책들이, 그리고 어린 주목을 보호하는 주머니들이 많이 서 있다. 언덕 넘어로 마이크로웨이브 중계소가 보인다. 산맥 서쪽과 강릉지역의 통신망을 이어주는 중요한 시설이다. 시멘트 포장길을 걸으며 중계소 방향으로 따라간다. 중계소 정문을 지나서도 포장길은 계속되고, 길 한옆에 안내판이 서 있다. 국사당 1.3Km(좌측), 대관령 1.4Km, 선자령 3.8Km, 국사당을 지나가는 줄 았았더니 국사당은 길 아랫 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징소리와 향 내음이 난다.
06:50 또 다른 큰 통신 시설물의 정문을 우측으로 두고 포장길에서 벗어나서, 선자령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과 무단 출입시 체벌을 알리는 경고판을 지나 햇빛 찬란한 좌측 숲으로 든다. 풀과 나무들은 아직도 물기를 잔뜩 머금어 바지를 적신다.
감시 카메라가 서있는 정상(새봉?)을 지나면서 이제까지 서서히 오르기만 하던 길은 내리막으로 변하고 나무숲으로 들었는데, 태풍으로 초록색 낙엽이 사방을 덮었다.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
한참을 정신없이 걷고 있는데 뒤따라온 산꾼 한사람이 있다. 아까 대관령에 홀로 서있던 사람이다. 임도와 초원을 번갈아 지나면서, 휴가를 받아 백두대간을 탄다는 그 총각 산꾼과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넷 OK마운틴 들어가 보시나요 ?" 하고 물으니 "제가 거기 직원인데요", 오늘 임자 만난거다. "조진대라 하는데요..." 하니 "아~" 좀 알아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분과 진고개 까지 함께 산행을 했다.
OK마운틴 직원과 함께
선자령(1,167m)
07:50 선자령 정상이란 이정표가 서있다. 대관령 5.2Km, 선자령 나즈목 1.2Km 그리고 우측으로 초막교 2.5Km, 산자령은 뭐고 나즈목은 뭘까 ? 의아해 하며 내리막길을 간다. 넓은 헬기장 같은 초원을 지난다. 왼쪽에는 커다란 배추밭이 보이고, 키 작은 잡목 벌판을 지나면서 임도와 만났다 헤어졌다,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비 때문에 임도가 깊이 패였다.
선자령
08:20 선자령 나즈목이다. 나즈막 하다고 그런 이름인가 본데 나즈막 하지도 높지도 않은 지형이다. 이정표는 선자령 0.9Km, 대공산성 2.6Km, 보현사(우측 2.5Km를 가르킨다. 임도를 계속 따르다 우측 산으로 들었는데, 우측엔 철조망이 쳐저있다.
08:45 다시 선자령(1,200m)이라 표시된 봉에 왔다. 선자령이 둘인가 ? 지도상 곤신봉인가 보다. 말이 봉이지 언덕이라 불러야 좋을것 같다. 500여m 후 산으로 들었다가 초원으로 나오는데 좌우로 봄날 보리밭처럼 풀(소밥)이 바람에 일렁인다.
09:11 언덕위 평지에 자그만 이정표 서 있는데, 그래도 높이는 1,165m라 하고, 왼쪽은 정문 매표소, 지나온 선자령, 앞에있는 동해전망대를 가르킨다. 왼쪽은 드넓은 목초지, 우측은 나무들이 아직 잘려지지 않은 산같다.
09:17 둥그런 건축물과 나무펜스가 나오고 "동해전망대"라 이름 붙였는데, 우측의 동해는 구름안개로 보이질 않는다. 둥그런 건물 안에는 라면이나 국수를 파는 것 같은데 문은 잠겨있다. 산과 목장의 경계선을 따라 길을 걷는다.
10:00 조금 넓은 공터(매봉?)에 올라 휴식을 한다. 그곳에 경고판이 또 서있는데, 무단 출입시 벌금 1,000만원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한단다. 산 언덕을 내려서고 또 오르니 왼쪽 저 아래 건물들이 군대 막사처럼 도열해 있다. 목초지 어디에서도 소는 보지 못했는데 그게 소 축사인 모양이다. 목장이 무지무지 넓어 아직도 우린 목장 가장자리를 노닐고 있다.
10:20 이동통신 중계기인가 했는데, 산림청의 대피 안내시설을 지난다. 그리고 10분후 진고개 10.3Km, 대관령 14.4Km라 쓴 이정표를 지난다. 어느결에 오늘 산행의 중간을 더 지났다. 언덕을 지나 산으로 들었고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걷는다. 뒤에서 2명의 산꾼 쏜살같이 우릴 지난다.
소황병산
11:05 어디선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우측을 보니 폭포수가 흐르고 비로 인해 수량도 풍부하다. 3분여 더 오르니 길옆에 물이 흐른다. "아니 대간에 웬 물 ?" 컵을 꺼내 한잔 들이키니 시원하다. 길은 앞으로 나있는데, 리본들은 왼쪽 작은 길로 매어 있다. 대간은 물을 지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 리본들을 수거해서 새로 생긴 등로에 매어 놓았단다. 새 등로는 점점 희미해서 급기야는 얼굴을 긁는 나무 가지들을 헤집고 급하게 껄떡대며 20여분 올라야 했다. 능선에 닿자 우측에서 오는 넓은 옛길과 만나고, 왼쪽으로 서서히 오르니 앞이 확 트이면서 다시 목초지이다.
다시 목장과 산의 경계를 타고 높은 쪽으로 오른다. 전방의 더 높이 보이는 봉이 황병산인데 정상은 군 시설물로 덮혀 있고, 우리가 서있는 언덕의 왼쪽 멀리 보이는 보다 높아 보이는 물탱크가 얹혀있는 까까숭이 언덕이 소황병산 이란다. 한 떼의 산꾼이 반대 방향에서 온다. 구로동에서 출발한 "백두산악회" 란다.
11:40 소황병산, 황병산 그리고 노인봉이 보이는 봉(언덕)에 앉아 2인분 점심을 3명이 나누어 먹는 중에도 산꾼들은 많이 지나간다. 12:00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긴 내리막을 서서히 내려서고, 작은 오르내림을 두어번 반복한다. 길이 점점 오름으로 변한걸 보니 노인봉이 가까워 지나보다. 지나던 두 쌍의 남녀, 그중 아주머니 한 분이 말을 건다. "노인봉 산장은 조용히 그냥 지나세요" "네?" 하고 반문하니, "아! 있잔아요 성질 드러운 그 XXX, 벌금 50만원 물리느니 아니니 싱갱이 하니, 그냥 슬쩍 지나세요" 그 말을 들으니 괜히 가슴이 조여온다. 이거 동대산 만이 아니고 여기서도 그러나 ? 그래서 조심 하는게 좋겠다 생각하고 조용히 산장에 가까워 오는데 개는 왜 그리 짖어 대는지...좌우간 대피소 옆에서 왼쪽으로 얼른 몸을 돌려 노인봉 방향으로 지났다.
12:58 노인봉-산장-진고개 3거리에 와서 한숨을 돌린다. 노인봉이 250m, 진고개 3.9Km이다. 노인봉은 몇 번 갔었기에 오르지 않고 진고개 방향으로 간다. 평지 같은 길을 한참을 걷고, 급한 내리막길을 또 한참을 내려와 배추밭을 지나서 언덕을 내려서니 진고개 휴게소 건물 지붕이 보이고, 곧이어 매표소가 나온다. 다음번 갈 동대산 들머리는 매표소에서 도로를 건너 맞은편에 이쁘게 설치해 놓은 긴 나무계단이다.
진고개
14:00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를 타고 OK마운틴 직원이 주차한 대관령 까지 와서 내려주고, 14:45 대관령을 출발하면서 보이는 영동고속도로는 차가 많아 보이지 않아 쾌재를 부르며 횡계IC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시원스럽게 달려 집에 오니 17:40 이다.
다시 대관령에
마눌, 계속해서 긁는다-택시비 깎지 않고 그냥 주는 게 꼭 큰아들 꼭 닮았다고...그래도 좋다, 오래 만에 비 안 맞는 산행을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