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시간이 나기도 하고 왠지 공보의때의 옛 추억들이 떠올라서 한번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공보의 3년의 기간동안 환자를 보면서 여러 가지 좋은 추억들이 참 많았네요. 공보의 생활중 1년은 기존의 사암침법을 그리고 나머지 2년은 백산학회식 침법으로 진료와 진단을 했었는데요. 바꾸기전과 바꾸고나서의 반응이 매우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공보의 3년동안 근위취혈은 한번도 하지않았고 오직 오수혈과 원락극혈만 썻었네요.
여러 환자가 많았지만 개중에는 30년넘도록 두통으로 시달린 소양인 할머니께서 침 두 번에 씻은 듯이나았다고 제게 선생님선생님 하면서 큰절도 받아봤구요.
구안와사 후유증으로 10년넘게 한쪽눈이 자꾸 감겨서 고생하신 태음인열자 아버님도
제가 2개월정도 체질침만으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눈을 시원하게 떠드린적도 있습니다.
12개 경락을 돌아가며 끈질기게 체질보사를 해서 얻은 결과였습니다.
환자와 좋은 인연을 맺어 제가 얻은것도 많습니다.
한번은 80대 할머니 다리 저림 및 쥐나는 것을 체질침법으로 즉효를 얻어 고맙다고 하시면서 서울시내에 침으로 유명한 한의원들 3군데와 여러 유명한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뜸을떠봤지만 보건소 침쟁이가 여태껏 맞아본 침중 최고다 라고 칭찬도 여러번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를 해주셨는데 묵죽화에서는 유명한 대가셨습니다. 고마운마음에 묵죽화 한점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또 스승이 누구시냐? 라고 물으시더니 스승님께 가져다 드리라고 그림 한점을 더 주셔서 유태영 선생님께 부산에 직접 가져다 드리기도 했습니다.
제 그림과 선생님 그림입니다.
이외에도 금방낫지않아 한의원과 여러 병원을 전전하신 환자분들께서 이렇게 침맞고 신기할정도로 효과를 본건 처음이다라고 경탄하신 환자분들을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재밌게도 질병에 이환된 기간이 길거나 만성적으로 오랫동안 앓으셨던 분들이 다른 한의원이나 병원과 비교를 하면서 얘기해 주셨던적이 꽤 여럿 있으셨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다 보니 공보의 말년에는 마을회관에 점심식사를 초대받아 갔는데 제가 명의라는 소문이 돌아 극진히 대접받은적도있습니다, 밥먹다 둘러보니 30년된 두통이 치료된 소양인 할머니께서 다른분들게 제 얘기를 열심히 하고 계셨습니다.
비록 공중보건의 시절이어서 약을 쓸기회가 없었지만, mps나 기타 침법에 문외한이었던 제가 얻게 된 반응들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무엇보다도 비록 아들이지만 한의사로써 믿고 몸을 맡기지 않았던 부모님께서 저에게 체질침치료를 받고 이제는 공휴일 명절에 고향에 내려갈때마다 침갖고 내려와라는 말씀을 항상 하십니다. 저희 어머님은 생각이 많으시고 소음인한자인데 처음 몇 번은 아리까리하다가도 치료가 지속될수록 침맞은 날은 잠도 잘자고 하루나 이틀뒤에는 아픈증상도 깨끗이 나을때가 많아서 이제 저를 믿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태음인한자이신데 체질보사로 3박4일의 여행후 쌓인 여독으로 목어깨가 굳고 자꾸 성질을 내서 제가 체질보사로 굳은 목과 어깨를 풀어드려 그 자리에서 본인 스스로경탄할만한 즉효를 얻으시고 나서는 저에게 고백하시길. ‘평생 한의원에 한두번가보고 침맞고 아프기만했지 그닥 효과를 본적이 없어서 사실 한의학에 대해서 크게 신뢰를 하지 않았었다’ 얘기하시면서 진짜 한의학이 효과 있구나라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 말고도 25년지기 친구 또한 체질보사를 통해 소양인인 것을 알아내었고, 소양인이라 그런지 주변인들한테도 알리고 싶었던게 컸던 것 같습니다. 한번은 명절에 지금 자기와 자기 와이프가 체해서 그런데 침좀 들고 우리집에 와줄수 있냐고 해서 좀 거리가 있지만 왕진을 다녀온적도 있습니다. 왠만하면 약국에서 소화제 타먹고 버틸텐데 얼마나 아프길래 그랫을까 싶어 두사람의 체질을 가리고 식적방과 기타혈을 보사 했더니 그 자리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전날밤부터 굶었던 친구가 점심 먹고싶다고 주방을 기웃거렸습니다. 친구 와이프도 이걸로 정말 좋아질까 라는 의심의 눈초리였지만 침으로 즉효를 보고 고마워하며 한의원에서 여러번 치료받았는데 큰 효과를 못봐서 사실 한의학을 신뢰하지 않았는데, 한의학을 다시 생각하게 되엇다고 나중에 얘기하더군요.
알고보니 친구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방치료로 좋아질수 있다고 와이프에게 얘기햇는데 믿지않아서 그 생각을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저를 불렀다고 하더군요.
한의사로써의 자존심, 보람있는 한의사로써 살수 있게 된 계기가 유태영 선생님의 강의였다고 저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오수혈을 이용한 수많은 사암침 및 그 변형된 형태를 시도해보고 개중에는 어느정도 효과가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이후로는 침효과가 잘 재현이 되지 않아 말로는 조금 좋아졋다고 해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환자들의 표정과 의심의 눈초리는 항상 제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체질이 가려지고 치료를 지속할수록 반복되는 환자들의 환한 표정과, 진심으로 저에게 고마워하는 표정. 비록 어린나이지만 선생님으로 인정해주는 저를 우러러보는 눈빛들 그로인한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자신감은 이전에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제가 일하는 한의원에서, 물론 원장님께서도 진료잘하시고 치료율도 높으시지만 잘 관리가 안되는 환자들에게, 체질보사를 통해서 이전보다 더 나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하는걸 보면서 내가 배웠고 경험했던것들이 공보의 시절 혼자서 몽상했던 허황된것들이아니라 로컬임상에서도 통하는 거구나 라고 다시금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들이 그저 집요하게 체질을 가리고 체질침을 꾸준히 놓은 것 말고는 제가 특별하게 한 것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거만한 얘기일수도 있지만, 제 친구가 와이프와 주변사람에게 얘기하듯이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계속 치료를 하게 되면, 대중들의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수 있지않을까? 저말고도 이렇게 체질진료와 치료를 하시는 원장님들이 늘어나시면 그저 몽상이고 헛소리가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점점 길어지게 되었네요. 다시 읽으니 잘난척하는것같아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들지 만은, 저와 선생님을 비롯한 강의에 참여하신 여러 원장님들과 이러한 얘기들을 공유해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혼자만 좋은 경험을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얘기일수록 나누면 여기 계신분들도 힘이나고 지쳐있을때 좋은 에너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