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공격 The Straw Man Fallacy 偷換概念
어느날 A가 이렇게 말했다. ‘부유세를 더 많이 부과해야 합니다.’ 곁에 있던 B가 ‘당신, 공산주의자 아니오?’라고 물었다. 다시 A가 ‘뭐라구요? 나는 반공주의자요.’ 그러자 다시 B는 ‘당신, 공산주의자가 맞소. 공산국가로 가시오.’ 거친 논박을 하는 A와 B 두 사람 모두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작 논증해야 할 것을 논증하지 않고 가상의 허수아비를 놓고 공격과 방어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쟁은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비약, 왜곡, 과장, 편견 등이 개입한 논리적 오류(誤謬, fallacy)다.
공산주의에는 부유세라는 개념이 없다. A가 주장하는 부유세는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면서 부분적 평등을 실현하자는 사회정의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B는 흑백논리에 근거하여 A가 공산주의자라고 편리하게 오인(誤認)한다. 이렇게 말하는 B는 ‘모든 재화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서 능력으로 획득된 것이며, 재화의 사적소유권은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은 공산주의자다’라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사실 A는 B와 같은 자유주의의 관점을 가졌으며 롤즈(J. Rawls, 1921 - 2002)의 정의론에 근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는 ‘A가 공산주의자다’라는 허수아비를 세운 다음 그 허수아비를 공격함으로써 자기 논리가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려 한다.
그런데 B가 이 허수아비를 쓰러뜨린다고 해도 사회적 정의를 주장하는 A가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전투에서 허수아비를 쓰러뜨린 다음 ‘우리가 승리했다’라고 선언하는 사이에 적이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허수아비(straw man, 傀儡)는 논지를 왜곡하여 공격하기 쉽게 만든 일종의 상징이면서 허상이고 은유이면서 가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허수아비 공격은 주로 인신공격(人身攻擊)의 오류와 함께 사용되는데 상대방의 주장을 무시하는 한편 논점을 임의로 왜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허수아비 공격은 ‘A가 무엇을 주장한다, B는 A의 주장을 허수아비로 대치한다, B는 허수아비를 공격하여 A가 틀렸다고 논증한다.’와 같은 형식이다. 이 논리공방에서 B는 본질이자 논점이 아닌 허수아비를 공격한 것이므로 자신이 논리적 약자라는 사실을 노출시키고 만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허수아비 악마(Straw Demon)’라는 부차적 오류(subfallacy)를 범한다는 점이다. 가령, ‘부유세를 주장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강탈하려는 강도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쁜 사람’이라는 식으로 극단화하여 악마처럼 왜곡하는 것이다.
허수아비 공격은 의도적인 왜곡에 근거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지(無知)나 신념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다. 문제는 허수아비 공격을 받았을 때 이것을 방어하는 또 다른 오류를 범한다는 점이다. 앞의 부유세 논쟁에서 A가 자신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방어하는 경우다. 따라서 A는 B가 허수아비를 세웠다는 것을 입증한 다음 사회정의론에 입각한 자기의 주장을 논증해야 한다. 반면 B는 부유세가 자유주의의 원칙에 맞지 않으며, 그런 방법으로는 사회정의가 실현될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논증해야 한다.
이처럼 수사학이나 논리학의 오류는 첫째, 허수아비 공격과 같은 비형식적 오류와 둘째, 논증과정에서 생기는 형식적 오류로 나뉜다. 허수아비 공격은 논증의 전제가 결론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관련이 없다는 의미에서 관련성의 오류라고 한다. 또한 허수아비 공격은 인신공격의 오류, 무지로부터의 논증, 성급한 일반화, 의도확대의 오류, 흑백사고의 오류, 잘못된 비유 등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허수아비 공격은 분명한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쟁이나 일상 대화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인식이 논리적이지 않고 쉽게 오인하거나 편견을 가지기 때문이다.
김승환(충북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