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일이 크고 무상이 신속하다.
태어나도 온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을 生大라 하고 죽어도 가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을 死大라 한다
다만 이 생사일대사가 참선하고 도 배우는 사람의 중요한 과제이며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관문이다
삼세 여래와 항하사와 같이 많은 부처가 천 번 변하고 만 번 化해서 세간에 나온 것도 대개 이 생사일대사의 본원을 밝히기 위함이며, 서천의 스물여덟조사와 중국의 여섯 조사와 천하의 늙은 화상에 이르기까지 태어나고 죽으며 교화를 펴고 거두어서 역으로 행동하고 순으로 교화함도 또한 이 일대사의 본원을 밝히기 위함이며, 모든 스님들이 수고로움을 꺼려하지 않고 삼십 년 이십 년 동안 풀을 헤치고 바람을 맞으며 옷이 닳도록 돌아다님도 또한 이 일대사의 본원을 밝히기 위함이며, 너희 여러 사람들이 발심출가하여 발심행각하며 발심하고 와서 나(고봉)를 보고 밤낮으로 열심히 수행하는 것도 또한 이 일대사의 본원을 밝히기 위함이다
사생육도에 천 겁 만 겁을 머리를 고치고 얼굴을 바꾸며 괴로움을 받는 것도 또한 이 일대사의 본원을 미혹했기 때문이다
우리 부처 세존께서 금륜의 왕위를 버리시고 설산에서 육 년 동안 고행하시다가 밤중에 명성을 보시고 도를 깨달으심도 또한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달으신 것이며, 달마대사가 이 땅에 와서 소림굴에서 구 년 동안 면벽을 하는데 신광이 팔을 끊고 마음을 찾았으나 얻지 못한 자리에서 콧구멍을 잃은 것도 또한 일대사 본원을 깨달은 것이며, 임제스님이 황벽스님의 육십방의 아픈 방망이를 맞고 대우스님의 갈빗대 아래를 향하여 주먹을 날린 것도 또한 이 일대사의 본원을 깨달은 것이며, 영운스님의 복숭아꽃과 향엄스님이 대나무를 친 것과 장경스님이 주렴을 걷은 것과 현사스님이 발로 돌부리를 걷어찬 것등 위로부터 선지식이 계합하고 증득해서 중생을 이롭게 하고 가르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일대사 본원을 깨달은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많이 보니 형제들이 비록 이 하나의 문에 들어왔다고 말하나 가끔 도를 배우는 근본을 알지 못하여 그 의지를 분발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날을 보내서 지금 갈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위로 부처와 조사들의 도에 들어간 원인과 도를 깨달은 연유를 인용해서 이로써 기준을 삼아 늦게 공부하고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견디고 향해 나아가게 한다
또 말하라.
어떻게 향하여 나아갈 것인가?
보지 못했는가?
옛사람이 말하되 만약 생사를 벗어나려고 한다면 반드시 조사의 관문을 뚫어야 한다고 했으니 필경 무엇을 관문이라고 하는가?
죽비라고 말하면 저촉되고 죽비라고 말하지 아니하면 위배되니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다
만약 이 속을 향하여 외 눈을 얻어 엿보아 타파하여 몸을 뒤집어 기를 통하면 관문을 뚫지 못할 것이 없으며 법을 통달하지 못할 것이 없다
낱낱이 나타나 보이며 물물이 온전히 드러나서 끝없는 세계에서 나와 남이 털끝만큼도 간격이 없으며 십세의 고금과 시종이 지금의 생각을 떠나지 아니할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수료화상이 마대사를 만나 예배하고 일어나서 헤아려 질문하려는 순간 마조대사에게 멱살이 잡혀서 밟혀 넘어졌다가 일어나 ''하하!'' 웃으며 말하기를 '' 백천가지 법문과 한량없는 미묘한 뜻을 모두 한 털 끝 위에서 근원을 알았다''고 하였으며, 덕산스님이 용담스님을 만나 지촉을 불어 끄는 그 자리에서 활연히 크게 깨달아 다음날 드디어 [금강경소초]를 법당에 가져와 태우며 이르기를 '' 모든 깊은 말을 궁구하더라도 큰 허공에 한낱 털을 두는 것과 같고 세상의 제일 좋은 추기라도 큰 골짜기에 한 방울 물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추기: 훌륭한 일이나 지위)
이 속에 이르러서 무슨 禪道를 참구할 것이 있으며 무슨 불법을 배울 것이 있으며 무슨 생사를 벗어날 것이 있으며 무슨 열반을 증득할 것이 있겠는가?
자유자재하여 움직임에 맡기며(등등임운), 움직임에 맡겨 자유자재하면(임운등등) 납월 삼십일이 도래함에 반드시 대자재를 얻어서 가고 머무는데 자유롭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 조계의 길을 알아 터득한 뒤로부터는 생사가 서로 간여하지 아니함을 통달하여 알았다''고 했다
그러하기기가 비록 이와 같으나,
(불자를 세우고 이르기를) 또 말하라.
이것은 살았는가, 죽었는가?
만약 또한 말을 한다면 문득 부처가 없는 곳을 향하여 부처라고 일컬으며 법이 없는 곳을 향하여 설법할 것이다
혹 그러하지 못하다면 내(산승)가 부끄러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여러분들에게 소식을 드러내 보이겠다
(불자로 고기 낚는 자세를 짓고 이르기를)
밤은 차고 고기는 잠겼는데 공연히 낚시를 드리움이여!
거두어 들여 남은 해를 보내는 것만 같지 못하도다!
다시 들어 말하기를 北禪의 과세는 노지의 흰 소를 삶고 백 가지의 귀한 음식을 다 갖추어 넉넉하다
나(고봉)의 과세는 비록 백 개의 구멍이 생기고 천 개의 상처가 났으나 또한 無를 가지고 有를 만들어 고갯마루의 구름을 잘게 썰고, 못속의 달을 얇게 저며서 유행하는 굄새를 만들며, 격을 벗어나 안배하여 개개인으로 하여금 창자와 배를 채우게 하여, 사람사람으로 하여금 길이 굶주리고 허기짐을 면하게 하겠다
또 말하라.
옛사람과 더불어 이것이 같은가, 다른가?
혀끝에 눈이 있는 사람은 시험 삼아 한번 말해보라
첫댓글 이 공부는 딱 하나!
생사일대사의 본원을 밝히기 위함이다
전승이나 선지식의 방편력이 다 같지 않은데,
혹여 옳다그르다 시비하거나 분별한다면 그것은 다 공부초점력이 견고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저 화두를 초점하려 했을 뿐인데 이러한 것까지 다 알게되는 것이 신기하다
아주 초보인데도 불구하고 안중에 없어지는 것들이 점점 분명해지는데 참구의 향배에 따라
더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오래오래 생각해가고 오래오래 생각해가자.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