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용머리고개
강감찬(姜邯贊)이 전주에 있을 때 어느 해 가물어서 몹시 걱정하다가 하인을 시켜 지금 막 내를 건너는 초립동이 있을 터이니 데려오라고 일러 보냈다. 과연 그 사람이 있어 데리고 오니, 강감찬이 호령해 “이렇게 가물어도 못 본 체하고 지나가다니 괘씸하도다”라고 했다. 그 초립동은 용이 둔갑한 모습이었다. 강감찬의 꾸중을 듣고 죽음을 면하고자 승천하며 비를 내리게 하고 떨어져 죽은 곳이 용머리고개이다. 강감찬은 그 용을 후히 장사지내 주고 묻어 주었다고 한다.
전주의 전주천에서 자란 용이 천 년을 기다렸다가 강물을 모두 삼키고 승천하다가 힘이 빠져 떨어졌다. 이 때 용이 떨어진 곳이 완산 칠봉계곡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힘이 빠진 것이 아니라 천 년에서 하루가 모자랐기 때문에 승천하지 못한 것이고, 그 용이 한을 품고 몸부림치다가 머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 떨어진 자리가 용머리 형상이라 용머리고개라고 했다.
=> 용머리고개는 용이 떨어져 죽은 곳이다. 강감찬의 꾸중을 들었거나 자기가 실수를 했거나 해서 용이 떨어져 죽었다. 하늘에 거침없이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해준다.
*전주천
3. 이규보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전주의 성황사(城隍祠) 기린봉(麒麟峯)에 있다고 하고, 이규보(李奎報)가 쓴 다음과 같은 <몽험기>(夢驗記)를 실었다.
나는 일찍이 완산(完山)에 장서기(掌書記) 벼슬로 있었다. 평소에 성황사에 가는 일이 없었는데, 하루는 꿈에 사당에 가서 당하에서 절하니 법조(法曹)의 동배자(同拜者)가 있는 듯했다. 법왕(法王)이 사람을 시켜 말하기를, “기실(記室 고을 원의 비서일은 맡은 사람)은 계(階)에 오르라”고 했다. 내가 청사에 올라 재배(再拜)하니 법왕이 베로 된 모자에 검은 빛의 유의(襦衣)를 입고 남쪽 뜰에 앉았다가 일어나 답배(答拜)했다. 나를 이끌어 앞으로 오게 하니 홀연히 한 사람이 탁주를 들고 와서 부었는데 술과 찬이 또한 초라했다.
한참 동안 같이 마시다가 말하기를, “들으니 목관(牧官)이 근자에 새로 <<십이국사>>(十二國史)를 찍었다 하는데 그런 일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또 말했다. “어찌 나에게 주지 아니하는가. 내가 여러 아들이 있는데 읽도록 하고 싶으니 몇 책을 보내줄 수 있는가?” 내가 “예예” 하고 대답하니, 또 말하기를 아전의 우두머리 누구는 좋은 사람이니 보호하여 주기를 청한다고 했다. 내가 다시 승낙하고, 화복이 어떨지를 물었더니 법왕이 길 위에 달리다 축이 꺾인 수레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 “그대의 운수가 마치 이 수레의 모양이니, 금년을 넘기지 못하고 전주를 떠나리라” 하고 곧 가죽 띠 두 개를 가지고 나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자네는 존귀할 것이므로 이것을 준다”고 했다.
꿈을 깨니 온 몸에 땀이 흘렀다. 당시에 안렴사(按廉使) 낭장(郎將) 노공(盧公)이 목관을 시켜 <<십이국사>>를 새로 찍게 한 일이 있고, 또 관리 중에 아무개가 내 뜻에 맞지 않아서 어떤 일로 인하여 내몰고자 한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말한 것이다. 다음 날 그 아전을 불러 <<십이국사>> 두 책을 갖다가 바치게 하고, 그 사람의 죄는 불문에 부쳤다.
=> 꿈 꾼 것을 적는다고 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냈다.
4. 효자 박진
죽정공 박진(朴晉)이 영암군수로 있었던 태조 3년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벼슬을 버리고 고향 교동으로 돌아왔으나 때마침 8월 장마로 남천이 범람하여 건너지 못할 형편인데 급한 마음에 말을 타고 물결 속에 뛰어 들었더니 물 줄기 한복판이 딱 갈라져서 무사히 내를 건넜다고 한다.
엄동설한이 되어 부친의 병환이 차도가 없었다. 부친에게 소원을 물었더니 꽃순이 먹고 싶다 하므로 목욕재계하고 산에 올라가 하늘에 축원한 뒤 눈을 뜨니 눈속에 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 꽃순을 따다가 달여 드렸다. 다시 잉어를 원하는 부친을 위하여 방죽을 덮은 얼음장을 깨뜨렸더니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뛰어 올랐다고 한다. 또 수박을 원하는 부친을 위하여 눈에 덮인 산골짜기를 헤매었더니 탐스럽게 익은 수박이 달린 수박덩굴을 발견했다고 한다.
꽃을 구하려 해매었던 산을 박과산(朴菓山), 얼음 속에서 잉어가 뛰어 나온 방죽을 잉어쏘, 수박을 얻은 골짜기를 수박동이라고 한다.
*전주 교통 한옥마을 내 <박진효자비>
*전주 톨게이트 진입문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