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갑 교수님
철학과 1200306 윤재영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옛 속담이 있다. 여자의 한이 그만큼 무섭다는 말이다. <백발마녀전 2>의 내용은 한을 품은 연예상의 이야기다. 남성 중심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속하지 못 한 옛 여성들은 흔히 악녀 또는 음녀로 치부됐다. 옛 여인에게서 이데올로기라는 두꺼운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악녀가 나온다. 영화 속 연예상은 마녀로 나왔지만, 자신을 없애려고 하는 8대 문파를 죽이려 한 것뿐이며 탁일항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할 뿐이다.
그렇다고 <백발마녀전 2>가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진 영화는 아니다. “모욕당하는 것은 여자의 몫이란 말인가?”와 “남자를 위해 우는 것을 멈춰라.”라는 말이 여성이 일자리에 전면의 나오던 시기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었다. 월아 역으로 나온 종려시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왔으나 주체적인 모습을 그려내는 데 아쉬움이 있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봉준걸 외 8대 문파로 대표되는 남성과 백발마녀로 대표되는 여성의 대결이 눈에 띈다. 여성과 남성의 대결 구도에서 여성은 감정적이고 허약하며 남자는 이성적이다. 이를 다시 남성은 선이며 여성은 악이라는 대결 구도로 둔 것이 20세기 영화라는 한계를 보인다.
권선징악이란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받게 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을 죽인 연예상이 결국 죽는다는 권선징악이라는 면에서는 도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민간 도가에서는 권선징악을 강조한다. 이야기 구조에서도 권선징악은 이러한 도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 형식은 화려한 카메라 워킹, 과다한 클로즈업과 와이어 액션, 회상 장면을 흑백 처리하는 것이 옛날 방식인 것이 보였지만, 영화 속 캐릭터만큼은 현대에 들고 와도 무색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의 연출과 스토리 구조가 부실하단 것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복선 제시를 미장센으로 충분히 보여줄 수 있으나 “불길한 징조야.”, “백발이 되겠어.”처럼 인물의 대사를 통해 직접 전달한다. 구성에서 전통적인 영웅서사구조에 친절한 설명이 더하니 극의 긴장감이 없어졌다. 오히려 탁일항과 연예상의 얘기가 주를 이뤘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