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소금, 그리고 군 중대의 어원
중대의 어원은 “함께 빵 먹는 군인 단체”

영어로 동료·전우를 뜻하는 컴패니언(companion)은 고대 로마 군인들이 빵을 함께 먹었던 것에서 비롯된 단어다. 빵을 나눠 먹으며 식구처럼 끈끈한 정이 배어 있다는 뜻이다.

군인이라는뜻의솔저(soldier)는소금을지급받은사람이라는의미로고대로마에서는군인에게 귀중한 소금을 월급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염전 모습.
식구는 같은 집에 살면서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다. 그 때문에 가족이라는 단어가 혈연으로 이어진 피붙이라면 식구는 정으로 이어진 살붙이라는 느낌이다. 단어 자체도 먹을 식(食)자에 입 구(口)자를 쓰니 밥을 함께 먹으며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은 사람이 곧 식구다.
식구·가족에 못지않게 가까운 사람이 고향 사람이다. 보통 태어나서 자란 곳을 고향이라고 하는데 원래의 의미는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갑골문에서 마을 ‘향(鄕)’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다. 옛날 고향 마을은 같은 성씨가 모여 사는 씨족 마을이었으니, 고향이 같은 사람은 밥을 함께 먹는 식구였으면서 동시에 피를 나눈 일가친척들이었다.
서양인의 주식은 빵이다. 서양 사람에게 빵을 함께 먹는 사이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처럼 밥을 함께 먹는 식구와 같은 존재였을까? 아니면 개인주의가 발달한 곳인 만큼 빵 좀 나눠 먹었다고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을까?
영어로 동료·친구를 뜻하는 컴패니언(companion)에 해답이 있다. 이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면 엉뚱하게 ‘빵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라틴어로 함께 라는 뜻의 ‘컴(com)’과 빵이라는 의미인 ‘파니스(panis)’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 ‘식구’인 것처럼 빵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동료·친구인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우라는 뜻에서 비롯된 말이다. 로마시대에는 빵을 함께 나눠 먹는 사람들이 주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고대 로마의 군인들이었다. 빵이 귀한 음식이었고 군대에서 식사로 제공해 단체로 빵을 먹는 사람들이 주로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뜻의 컴퍼니(company)도 마찬가지다. 역시 ‘컴’과 ‘파니스’의 합성어니 월급을 받아서 함께 빵을 사 먹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이익단체라는 뜻이다. 그런데 컴퍼니 역시 원래는 군인들의 집합체, 다시 말해 군대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빵을 나눠 먹는 전우들이 모여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비롯된 단어인데 군 조직에서 중대를 컴퍼니라고 하니까 그 흔적이 남아 있다. 회사라는 뜻으로 처음 쓰인 것은 1553년 비즈니스 연합체인 무역조합(Trade Guild)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하면서부터다.
로마군대는 빵과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기에 빵이라는 라틴어 ‘파니스’를 어원으로 해서 전우·동료·중대·회사라는 단어가 생겨났을까?
밀을 갈아 만든 고급 음식이었던 빵은 로마 군인들에게 먼저 보급되는 군용 식량이었을 뿐만 아니라 로마시대에는 부대 자체가 빵 굽은 공장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빵은 밥과 달리 가정에서 단독으로 만들기는 어려운 음식이다. 특히 기원전 로마에서는 빵 만드는 도구나 화덕, 그리고 가옥구조 등의 문제로 빵 만들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을 단위로 빵 굽는 장소를 설치해 각자가 반죽을 가져와 구운 후 가져갔는데 빵 굽는 장소가 주로 로마군단이 주둔하고 있던 요새였기 때문에 라틴어로 빵을 어원으로 하는 단어 중에는 로마 군인과 관련된 것이 많다.
회사라는 뜻의 영어 단어 컴퍼니가 빵을 함께 먹는 군인들의 집합체인 군대라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했으니 이야기를 확대하자면 회사에서 일하고 받는 월급이라는 뜻의 단어 샐러리(Salary) 역시 로마 군인으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로마 군인은 주로 직업군인이었기 때문에 급여를 받고 복무했다. 서기 1세기 무렵, 로마의 해군 제독이며 동시에 학자였던 플리니우스는 그가 집필한 백과사전 형식의 저서인 ‘박물지’에 로마시대 초기의 군인들은 복무의 대가로 소금을 월급으로 받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소금 월급은 현물지급의 번거로움에 더해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소금을 살 수 있는 동전으로 대체됐다. 샐러리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샐러리의 라틴어 어원은 살라리움(Salarium)이고, 소금의 라틴어 단어는 살(Sal)이니 살라리움은 소금을 살 수 있도록 지급되는 배당금이라는 뜻이다.
군인이라는 영어 단어 솔저(Soldier) 역시 소금과 관련이 있다. 어원이 라틴어 ‘살 다레(Sal Dare)’인데 소금을 지급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왜 하필 군인에게 소금을 월급으로 지급했을까 싶지만, 고대 로마에서 소금은 식량인 밀가루로 만드는 빵 못지않게 중요한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하기도 했지만 힘든 노동을 할 때 역시 소금이 필수였기에 소금을 그만큼 귀하게 여겼다. 또한 후손들에게 소금 그릇을 물려주는 전통도 있었다고 한다.
빵과 소금,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두 식품이 모두 로마 군인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 식구인 것처럼 영어로 동료와 전우라는 단어 역시 함께 빵을 먹는 사람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시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