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병원의 알코올피해 환자
치료, 재활서비스 중단사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즉각 긴급구제에 나서야 한다.
주류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논의가 있었던 2000년 한국주류산업협회(이하 주류협회)는 공익적 주류소비자사업을 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하였고, 그 결과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하 카프재단)이 만들어졌다. 카프재단은 공익재단으로서 비영리 공공병원인 카프병원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연인원 26,760명의 알코올 피해환자에 대한 의학적 치료를 해왔다. 특히 카프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학적 치료와 더불어 알코올피해환자 가족구성원에 대한 공동치료, 상담 등의 관리 및 사회복귀훈련을 위한 재활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등 통합적 치료모델로 운영되어 온 공공병원으로서, 치료재활 성공율은 민간병원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용하는 환자 및 가족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병원이었다.
그런데, 주류협회는 카프재단의 목적사업인 치료(병원운영), 재활사업의 축소와 폐지를 강요하며 2010년부터 재단출연금을 일방적으로 중단해왔으며, 결국 올해 2월과 5월 카프병원의 병동이 폐쇄되고, 환자들은 강제 퇴원당했으며, 재활과 사회복귀훈련 중인 환자들은 정상적인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국내의 알코올 피해환자의 규모는 최소 160만명으로 추산되며, 가족구성원을 고려할 때 알코올 피해자수는 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알코올피해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코올피해는 개인의 문제로 방치되어왔고, 알코올 피해환자의 치료 역시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로 여겨져왔다. 이러한 한국 현실에서 카프병원은 국내 유일의 알코올피해전문 공공병원으로서 공공적 가치가 매우 높은 병원이다. 카프병원의 지난 십여년 우수한 치료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병원과 치료모델을 더 확대해야 할 상황에서 우리는 공공병원인 카프병원의 운영이 중단되고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중단되는 시대착오적 상황을 접하게 되었다. 이에 국민이 건강한 삶을 제일의 목적으로 하는 의료인으로서 비참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 일차적 원인은 애초 카프재단에 매해 출연금을 약속한 하이트진료, 롯데칠성, 오비맥주 등 주요 주류업체로 구성된 주류협회가 사회적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파렴치한 행위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 주류업체와 주류협회는 즉각 사회적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알코올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절감하는 의료인으로서 좀 더 살펴본다면, 그동안 정부가 알코올피해 환자 치료 및 재활에 대한 책임을 다해오지 않았던 점이 그 배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유일의 알코올피해 치료전문 공공병원이 오직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들의 협회인 주류협회의 지원에만 의존하여 운영되어 온 결과 이처럼 환자 치료가 중단되는 시대착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카프사태를 통해 공공의료가 매우 취약한 한국보건의료현실과 그에 따라 언제든 환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으로 금할 수 없다. 따라서 카프병원 정상화는 단지 다시 주류협회가 출연금을 내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제는 국민건강 확보를 위해 국가가 나서서 알코올피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부가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 치료 중단 사태에 절망하는 카프 환자들이 카프재단의 알코올피해 환자 치료 및 재활 중단사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였다. 국가인권위가 긴급구제조치를 취하는 것은 알코올치료 공공성을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에 행동하는의사회는 국가인권위가 카프병원의 알코올피해 환자 치료, 재활 중단사태에 대해 즉각 긴급구제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3년 8월 28일
행동하는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