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壽恒, <殤兒七龍壙誌>(상아칠룡광지), <<文谷集>> 권19
김수항, <어린 아들을 묻으며>
"壙誌"(광지)는 장례를 지낼 때 시신과 함께 관에 넣은 글이다.
원문:
七龍者 安東金壽恒之幼子也 其父獲戾于朝 竄于湖南之靈巖郡 其母亦隨至 乙卯十二月十六日 生于鳩林之村舍 其父名之 七以序龍以夢也
生二十一日而死 埋于西南十里許淸寧洞 始兒骨相異凡 意其不偶生也 髮未燥而旋夭 豈非坐\其父餘殃也 其父越禮而哭之 自書此納諸窽 志其哀也
系曰 蓁蓁南土 哀汝殤之爲旅鬼 百歲之後 人知爲金氏之子 尙無踐毀也
읽기:
七龍者(칠룡자)는 安東金壽恒之幼子也(안동김수항지유자야)라. 其父獲戾于朝(기부획려우조)하고 竄于湖南之靈巖郡(찬우호남지영암군)할새 其母亦隨至(기모역수지)라. 乙卯十二月十六日(을묘 십이월 십육일)에 生于鳩林之村舍(생우구림지촌사)하다. 其父名之(기부명지)하되 七以序龍以夢也(칠이서룡이몽야)니라.
生二十一日而死(생이십일일이사)하니 埋于西南十里許淸寧洞(매우서남십리허청령동)이라. 始兒骨相異凡(시아골상이범)하여 意其不偶生也(의기불우생야)더라. 髮未燥而旋夭(발미조이선요)하니 豈非坐其父餘殃也(기비좌기부여앙야)리오. 其父越禮而哭之(기부월례이곡지)하고 自書此納諸窽(자서차납저규)하고, 志其哀也(지기애야)니라.
系曰(계왈)하노라. 蓁蓁南土(진진남토)에서 哀汝殤之爲旅鬼(애여상지위여귀)하노니, 百歲之後(백세지후)에 人知爲金氏之子(인지위김씨지자)하고 尙無踐毀也(상무천훼야)라.
풀이:
“七龍者”(칠룡자)는 “칠룡이라는 사람”이다. “安東金壽恒之幼子也”(안동김수항지유자야)는 “안동 김수항의 어린 아이”이다. “其父獲戾于朝”(기부획려우조)는 “그 아비가 조정에서 죄를 짓다”이다. “竄于湖南之靈巖郡”(찬우호남지영암군)은 “호남의 영암군에서 귀양살이를 하다”이다. “其母亦隨至”(기모역수지)는 “그 어미도 따라 오다”이다. “乙卯十二月十六日”(을묘 십이월 십육일)은 태어난 연월일이다. “生于鳩林之村舍”(생우구림지촌사)는 “구림촌 집에서 태어나다”이다. “其父名之”(기부명지)는 “그 아비가 이름 짓다”이다. “七以序龍以夢也”(칠이서룡이몽야)는 “칠(七)은 순서, 용(龍)은 꿈에서 유래하다”이다.
“生二十一日而死”(생이십일일이사)는 “태어나 21일만에 죽다”이다. “埋于西南十里許淸寧洞”(매우서남십리허청령동)은 “서남 10리쯤 되는 청령동에 묻다”이다. “始兒骨相異凡”(시아골상이범)은 “처음에 아이의 골상이 예사롭지 않다”이다. “意其不偶生也”(의기불우생야)는 “우연히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여기다”이다. “髮未燥而旋夭”(발미조이선요)는 “털이 마르기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나다”이다. “豈非坐其父餘殃也”(기비좌기부여앙야)는 “어찌 그 아비의 남은 재앙에 연루되지 않으리”이다. “其父越禮而哭之”(기부월례이곡지)는 “그 아비가 예법을 넘어서서 곡을 하다”이다. “自書此納諸窽”(자서차납저규)는 “이 글을 스스로 지어 관에 넣다”이다. “志其哀也”(지기애야)는 “그 슬픔을 기록하다”이다.
“系曰”(계왈)은 “덧붙여 말하다”이다. “蓁蓁南土”(진진남토)는 “무성하고 무성한 남쪽 땅”이다. “哀汝殤之爲旅鬼”(애여상지위여귀)는 “네가 죽어 떠돌이 귀신이 된 것을 슬프게 여기다”이다. “百歲之後”(백세지후)는 백년이 지난 뒷날“이다. “人知爲金氏之子”(인지위김씨지자)는 “사람들이 김씨네 아들인 것을 알다”이다. “尙無踐毀也”(상무천훼야)는 “존중해 밟고 훼손하지 않다”이다.
번역:
칠룡이는 안동 김수항의 어린 아이이다. 그 아비가 조정에서 죄를 짓고, 호남의 영암군에서 귀양살이를 할 적에 그 어미도 따라 왔다. 을묘 십이월 십육일에 구림촌 집에서 태어났다. 그 아비가 지은 이름에서 칠(七)은 순서, 용(龍)은 꿈에서 유래했다.
태어난 지 21일만에 죽어, 서남 10리쯤 되는 청령동에 묻는다. 처음에 아이의 골상이 예사롭지 않아, 우연히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털이 마르기도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났으니, 어찌 그 아비의 남은 재앙에 연루되지 않음이리오. 아비가 예법을 넘어서서 곡을 하고, 이 글을 스스로 지어 관에 넣어 슬픔을 기록한다.
이에 말한다. 무성하고 무성한 남쪽 땅에서 네가 죽어 떠돌이 귀신이 될 것을 슬프게 여긴다. 백년이 지난 뒷날, 사람들이 김씨네 아들인 것을 알아보고 존중해서 밟고 훼손하지 않으려나.
논의:
시신과 함께 관에 넣은 광지(壙誌)의 독자는 후대인이다. 나중에 무덤이 망가지면 볼 수 있는 글이다. 죽은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내력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고, 시신을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태어난 지 21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죽으면 시신을 간단하게 처리하는 것이 관례인데, 정식으로 장례를 지냈다. 예법을 조금 넘어선다고 하고, 세상에 태어났으니 곡을 하는 것이 마땅하고 광지를 써서 관에 넣었다. 어린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고, 하고 싶을 말을 했다.
끝으로 한 말은 짜임새가 절묘하다. 서울과 먼 남쪽, 시신과 귀신, 지금과 후대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먼 남쪽에서 죽어 귀신이 된 아들의 시신을 후대의 사람들이 알아보 고 훼손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존재 영역의 구분을 모두 넘어선다.

*<홍엽여화(紅葉如火)>

*<서풍묘음(西風妙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