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오늘도 밭에 가기 위하여 아침 일찍 선거를 하고 왔습니다.
시흥2동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투표관리관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담소를 나누고 왔습니다.
내 입사동기 3명 중 2명이 국장이고 한명이 동장으로 남아있다 했습니다.
그 직원은 부부공무원으로 움직이는 중소기업이라 부릅니다.
"구로구청 선거부정 시간"
1987년 12월 16일 대통령선거 때 나는 시흥3동 제2투표소 서기로
선거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선거인명부를 컴퓨터로 출력하지만 당시에는 주민등록표를 보고
먹지를 대고 4부를 볼펜으로 쓰고 투표용지에 정당 참관인 도장을 찍는 등
엄청 번거로웠습니다.
당연 선거업무는 스트레스도 엄청 주었습니다.
그날도 투표함을 빨리 반납하고 술을 마시자고 하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투표록을 작성하고 투표함을 봉인한 후
부-웅! 개표 장소인 시흥4동 부녀복지관으로 총알같이 달려갔습니다.
1분이라도 일찍 가야 일찍 함을 반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째 개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 뭔 일이여? "
투표함 반납이 중단 되었고 대학생들이 꾸역꾸역 모여 들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직감적으로 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 후 누군가 말했습니다.
구청이 부정선거를 했다하여 대학생들에게 점거됐다는 것 이었습니다.
“ 뭐 부정선거?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사이 우리 수송버스가 대학생들에게 완전히 포위가 되어 버렸습니다.
" 우선 도망치자. 지금 유리창 깨고 화염병 한방이면 우리 모두 바비큐 된다."
급히 차를 돌려 시위대를 따돌리고 도망을 친 후 얼마 지나,
이제 투표함을 반납하라는 지시가 내려 왔습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겨우 투표함을 반납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근처 술집으로 들어 가 술을 마시면서 TV을 보니,
김종* (후에 국회의원에 당선 됨)라는 대학생이 투표함 위에 드러누워 있고
구청 옥상을 대학생들이 점거 한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랬습니다.
요즘은 사전투표를 하지만 당시는 부재자투표라는 게 있습니다.
투표종사자, 군인, 장기 출타 자 등이 하는 투표인데
우편물이 도착하면 선관위에서 부재자투표함에 넣어 보관 했다가
선거 당일 개표장소로 가져가 개표를 합니다.
그날도 구청 선관위에 보관 중이던 부재자투표함을 개표장소로 이송하려고
화물차에 실으면서 투표종사자들 야식용 빵을 함께 실었던 모양입니다.
이를 본 대학생들이 함을 빵으로 위장하여 가지고 나간다고 트집을 잡았고
그 소문이 삽시간에 서울시 전역에 퍼졌고
당시 부정선거감시단으로 각 투표소에 배치되어 있었던 대학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구청을 점거해버린 사건입니다.
사건의 진실이야 내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결단코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습니다.
투표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모두 여당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만약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목슴걸고 폭로 할 공무원들은 많습니다.
다만 선거에 임박하여 취로사업 등 선심성 사업 들은벌였던 것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