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먹거리
엄마가 밤을 튀겨 두었으니 가져가라고 전화를 하셨다. 요즘은 튀밥 튀는 곳에서 밤을 튀겨 준다. 튀긴 밤은 군밤과 맛과외양이 비슷하다. 냉동실에 보관하고 전자렌지에 뜨겁게 덥혀 먹으면 된다.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서 사먹는 군밤 맛에야비길 수 없지만 간식거리로는 이만한 것도 드물다. 튀긴 밤이 내 계절 먹거리 리스트에 오른 것은 3년 정도 된다.
복숭아 중에서는 얇은 껍질의 달콤한 수밀도를 좋아하는데, 복숭아의 계절마다 충분히 먹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황도 복숭아를 좋아하는 지인 중의 한 사람이 자기는 해마다 황도의 계절이 오면 한 박스를 사서 혼자 다먹어 버린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나도 잘 익은 백도를 만나면 5kg짜리 한 박스를 사서 남편이 먹든 말든 수시로먹어치웠다. 과연 복숭아를 잘 먹고 여름을 보냈다는 포만감이 왔다.
올 가을에는 머루포도를 놓쳤다. 공교롭게도 머루포도 출하 시기인 10월 초중순에 샤인머스켓을 두 군데서 선물받는 바람에 비싼 포도를 잘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머루포도의 달콤한 맛을 포기했다.
최근에 10월 초중순의 먹거리를 하나 더 발견했는데 ‘태추단감’이라는 품목이었다. 일반 단감보다 훨씬 크면서 당도와 아삭거리는 식감이 얼마나 뛰어난지 단감을 먹는지 배를 먹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올해는 해마다 올벼쌀 1kg을 주었던 지인이 소식이 없어 인터넷으로 올벼쌀 검색을 했더니 보성의 웅치올벼쌀이 대세였다. 마침 학교 가까운 평화시장의 방앗간에서 판매를 한다기에, 가까스로 차를 대고 올벼쌀 1kg짜리 세 개를 사왔는데 주인이 전해준 꾸러미를 펴보았더니 웅치올벼쌀이 아니라 자기네 방앗간에서 만든 것이었다. 조금 불쾌하긴 했지만 자영업자들 어려운 형편 감안해서 그냥 먹기로 했다.
아, 복잡한 세상에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먹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게 미안하다. 그러나 나처럼 맛있는 것을 사먹는 사람도있어야 경제도 활성화되지 않겠는가.
첫댓글 사과대추도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가을 과일 중의 하나예요. 또 일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어요 ㅜㅜ
대추는 삼계탕이나 대추차의 재료로 쓰는 말린 대추만 대추인 줄 알았는데, 올해 처음 사과대추를 맛보고 이놈도 과일의 반열에 올려줄 만하다고 생각했지요. ^^
태추단감도 처음 들어봅니다. 나중에 형편이 풀리면 먹어보겠습니다.^^
태추 단감, 정말 아삭아삭 맛있었어요.
그런데 한참 밖에 두니 물렁물렁 보통 단감처럼 변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