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응가라니.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야기이다.
나는 우리 반 부실장이었다.
실장은 박슬기.
어릴 적 내가 처음으로 이쁘다고 생각했던 옥천슈퍼 집 딸 바로 그 박슬기이다.
당시 내가 부실장을 했으니 아마도 공부도 잘하고 의젓하며 예의 바른 모범생이었겠지?
하지만 소심쟁이었다. ㅜ.ㅜ
사건은 어느 오전 수업 시간에 일어난다.
아침에 밥을 많이 먹어서인지 아침부터 배가 부글부글 거린다.
이제 막 수업이 시작했는데 40분을 견뎌야 한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생이 참을 수밖에 어쩔 도리가 있었겠는가?
지금 같으면 손을 들고 공손히 “선생님, 제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도 배가 너무 아파 수업 시간이지만 화장실에 잠시 다녀와도 될까요?”라고 말했을 텐데...
그러나 1학년 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손을 들고 선생님에게 말을 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을 게다.
40분 참아내기를 한창.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창피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드디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 화장실 좀...”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화장실로 뛰었다.
너무 심하게 뛰었나 보다.
꿀렁거리던 나의 배가 폭발을 해버렸다.
화장실 변기에 앉기 위해 바지를 채 내리기도 전에.
헐...
이를 어찌해야 하나 한동안 화장실에서 서 있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뭘 할 수 있었겠는가?
화장실에 한참을 있으니 친구가 나를 찾으러 왔다.
선생님이 보내셨단다.
화장실에 빠졌는지...
실제 그 시절 화장실은 재래식으로 간혹 사람이 빠지는 일도 있었단다.
‘친구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도저히 창피해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겠기에 선생님만 불러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오셨다.
너무나도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선생님은 나의 상황을 바로 파악하시고 엄마에게 전화해 주셨다.
엄마는 부리나케 달려오시더니 나를 꽉 안아주셨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학생들이 있는 교실을 뒤로하고 냄새나는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집으로 갔다.
가는 내내 택시 안에서 앉지도 못하고 뒷자리에 서 있었다.
기사 아저씨, 선생님 그리고 엄마에게 너무너무 미안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싫었다.
집에 가자마자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 던지고 욕탕에 물을 받아 샤워에 목욕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응가가 묻은 나의 엉덩이의 그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를 보자마자 혼내거나 난감해하지 않고 꼭 안아주며 걱정하지 말라는 엄마의 얼굴을 더 잊을 수 없다.
이 자리를 빌려 그날의 나의 엄마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따뜻한 기억이다.
나도 이런 아빠가 되어야 하는데...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