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몸치의 댄스일기(44) - 내추럴 턴의 도전
2006. 7. 27
여태껏 왈츠 강습을 받으면서 첫 스타트는 언제나 내추럴 턴이었던 것 같다.
베이직 코스든 상급수준의 베레이션에서든.
그만큼 왈츠 발을 떼는 순간부터 그 내추럴 턴이란 동작이 많이 활용되고 중요한 동작인 건 틀림없는 것 같다.
스승님들도 매번 그것이 잘 되면 왈츠는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입문 초기에는 그게 그거 같고 제대로 되는지 안 되는지도 자각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히려 그 중요성을 인식할 겨를이 없어서 편했다.
점차 세월이 흐르고 왈츠에 대해서 눈이 뜨여지니까 그 내추럴 턴이란 존재가 사람의 마음을 괴롭고 고통스럽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욕구불만이 들고 아쉽고 짜증나고 욕심나고. 뭐, 그러면서 댄스가 발전해가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이 내추럴 턴이 왈츠 루틴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첫 스타트에서부터 각 모서리에서 방향전환을 할 때 대부분이 내추럴 턴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에서도 알 수 있을 게다.
그래서 요즘 들어서 그 내추럴 턴 연습에 많은 비중을 두고 매달렸다.
물론 또 다른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중요해서 그렇게 많은 연습을 한 건 아니고...
어떤 숙녀님과 홀딩을 하고서 처음부터 핀잔을 듣고 자존심 구겨지는 말을 들은 게 이 내추럴 턴 때문이었다.
아니, 한 왈츠 하신다고 소문이 났더니...
막상 잡아 보니까 이게 뭡니까 내추럴 턴도 제대로 못하시면서 하고 대놓고 면박을 주었다.
아마 그 여성은 작정을 하고 나를 골려주려고 한 듯 했는데...
그 순간 등에서 진땀이 나고 아찔한 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다른 분들 같았으면 대충 흘러가고 넘어갔을 텐데. 이 여성분은 그것 하나 가지고도 아주 내 댄스 자존심을 마음껏 유린하고 짓밟았다. 내추럴 턴도 못하면서 무슨 모던댄스를 한다고 그러냐고.
으아~~! 정말 쥐구멍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 당시에 쥐구멍을 발견했더라면 그날 이후로 난 생쥐 인생으로 살았을지도 몰랐다.
하여튼 참으로 난감하고 쪽 팔리고 존심 팍팍 구겨지고...
정말 기분 개떡 같았다. 글타구 그 자리에서 성질부릴 수도 없었고.
해서 그 수모를 만회해보려고 나름대로 혼자서 낑낑 대며 열심히 내추럴 턴에 매달렸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서 이제야 겨우 그 넘의 내추럴 턴이 뭔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 우아하고 멋진 동작이라는 걸 실감하고 약간의 흉내를 내며 자태를 뽐내고 싶었다.
정말 아름답고 멋있고 우아하고 맛깔스런 동작이었다.
내추럴 턴 중에서도 스타트할 때 첫 내추럴 턴의 매력은 아주 대단했다.
예비보를 내딛고 이어서 스윽 미끄러지듯이 숙녀를 향해 흘러들어갈 때 살짝 비키듯이 받아들여주는 여성의 재치와 기량이 물론 협조를 해야 제 능력을 발휘할 테지만 그 묘미!
여성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치켜 올리듯이 스윙과 스웨이가 이루어지고 「투우~」 카운터를 길게 끌면서 그리고 서서히 라이징을 하고.
가장 최고조에 도달했을 때 잠시 호흡을 멈추고 기다리는 그 여유로움.
이때가 가장 큰 희열감을 맛보고 황홀함의 극치를 달렸다가 이어서 다음 동작을 잇기 위한 다운이 시작되고 연속적인 스윙으로 연결되어지면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하고 만족감이 들어찬다.
아마 이 맛을 보기 위해 수많은 모던댄스 매니아들이 그 마력에 빠져들어서 고민하고 연구하며 긴 세월을 몸부림치며 노력하는가보다.
가끔은 실패도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가 추구하고 동경해오던 그 동작을 몸소 이루어내고 겪어냈다는 기쁨과 자아 만족감은 무엇보다 크고 성취감을 북돋워 주었다.
이제 되는 것을 느꼈으니까 한 단계 더 높이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