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4 주일설교
너, 은혜받기 원하니?
누가복음 1:26~38
오늘은 12월 24일, Christmas Eve입니다. Christmas Eve에서 ‘Eve’는 영어 Evening의 줄임말입니다. Christmas Eve는 원래 12월 24일 저녁을 뜻하는 말인데 요즘은 24일 전체를 ‘이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Christmas Evening이면 12월 25일 저녁이 아닌가요?” 하지만 유대인의 하루는 오늘 해 질 때부터 내일 해 질 때까지이므로 24일 저녁이 Christmas Eve가 맞습니다. 25일 저녁이 되면 성탄절 다음날이 됩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설교 준비를 하려고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제 마음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은혜받기 원하니? 은혜받으면 곤란한 일이 많을 텐데.”
그래서 저도 여러분에게 좀 물어볼게요. 다음 질문에 ‘예’ 혹은 ‘아니오’로 답을 해 보세요. 마음속으로 대답하세요.
(1) 여러분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원하십니까?
(2) 여러분은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하기 원하십니까?
(3) 여러분은 천사를 한번 만나보기 원하십니까?
(4) 여러분은 하나님께 크게 쓰임받기 원하십니까?
(5) 여러분은 사람들 사이에 유명해지기 원하십니까?
(6) 여러분은 사람들에게 큰 유익을 끼치기 원하십니까?
어떠세요? ‘예’라고 대답한 것이 몇 개입니까? 전부 다요? 잘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먼저 신세(身世)를 망쳐야 합니다. 아니, 하나님의 은혜를 받으면 좋은 건데 왜 신세를 망쳐야 할까요? 지금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위의 여섯 가지를 모두 경험하고 모두 이룬 사람이 있는데 바로 2000년 전에 갈릴리의 나사렛에 살던 마리아입니다. 마리아에게 이 질문의 1~3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녀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고 천사를 만났는데 기적적으로 그녀가 하나님의 아기를 잉태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낳아서 예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 모든 인류를 구원했습니다. 그래서 4~6번 질문도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마리아는 유명해졌습니다. 전 세계 신자들이 예배시간마다 “동정녀 마리아에 나시고~”라고 고백합니다. 마리아는 여자 이름 가운데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입니다. 마리아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 마리, 미리암, 마리사, 마리안나, 메리 등으로 이름을 지은 여자도 아주 많습니다. 이렇게 유명해졌으면 좋은 일 아닌가요? 맞습니다. 마리아는 복 받은 여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예수님을 임신했을 때 그녀는 처녀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냥 처녀도 아니고 요셉이라는 총각과 약혼한 처녀였습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말인지 아십니까? 당시에 처녀가 임신하면 처녀를 임신시킨 남자가 책임지고 그녀와 결혼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 남자는 처녀 아버지에게 돈을 내고 처녀를 데려가야 합니다.
하지만 약혼한 처녀가 다른 남자의 아기를 가지면 그 남자가 남의 약혼녀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불륜을 저지를 남자와 여자 둘 다 공개 처형을 당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돌로 그 남녀를 쳐죽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율법이고 그 시대의 관습입니다.
그런데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가 남의 다른 아기를 가졌으니 그녀는 지금 돌에 맞아 죽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행으로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어서 비밀리에 파혼하려고 했습니다. 만일 이 사건을 폭로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죽이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임신시킨 남자가 누구냐고 추궁할 것입니다. 마리아가 천사의 방문을 받았고 하나님의 아기를 가졌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그런데 마리아를 찾아왔던 그 천사가 요셉을 찾아가서 사실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 사건이 마태복음 1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셉은 천사의 말을 듣고 믿음으로 마리아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와 아기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원래는 시골의 평범한 부부가 될 상황이었는데 전 세계에서 요셉과 마리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았고 전 인류에게 큰 유익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요셉과 마리아는 유명해져서 좋겠다’라고 생각하기 전에 마리아와 요셉은 얼마나 갈등과 고민이 심했을지 상상해 보세요. 우선 마리아가 천사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두려워했습니다. 천사는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평안하라’는 헬라어로 χαίρω, ‘기뻐하라’, ‘즐거워하라’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기뻐하기는커녕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천사가 마리아에게 “무서워하지 말라”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무서워한다’는 헬라어로 φοβέω인데 영어로는 phobia, 한글로는 공포라는 뜻입니다. 이것을 보면 사람이 천사를 만나는 것은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 아니라 무서운 일입니다.
게다가 천사가 전해준 소식도 신나는 소식, 즐거운 소식이 아닙니다. 약혼하고 신부수업을 받는 처녀에게 임신이라뇨? 그러면 돌에 맞자 죽을 텐데요. 게다가 자기는 남자와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데 이 얼마나 억울하고 어이없는 일입니까?
더구나 천사는 마리아에게 그 아기는 하나님의 아들이고 인류의 구원자가 될 것인데 기꺼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 줄 알라고 선언했습니다. 완전히 하나님 마음대로입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를 입거나 천사를 만나거나 기적을 경험하는 것은 낭만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는 것은 자기의 계획은 뒤틀리고 사람들에게는 오해를 받고 때로는 목숨도 위태로운 일입니다. 마리아는 한 마디로 신세를 망쳤습니다.
신세를 망친 것은 마리아만이 아니라 요셉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셉은 꿈에 천사를 만난 이후에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마리아가 처녀 잉태를 믿지 못할 때 천사는 늙고 불임인 엘리사벳도 6개월 전에 임신했다며 하나님께 불가능한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주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그 천사가 요셉을 찾아와서는 더 엄청난 말을 했습니다. 마리아에게 일어난 일은 선지자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인데 이사야 7:14에 이런 예언이 있습니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그 말을 듣고 요셉은 고민했을까요, 안 했을까요? 신혼의 단꿈을 기대하던 것이 다 깨어진 요셉은 당연히 고민했습니다. 기도도 많이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기도할수록 믿음이 커지고 결국 마리아를 데려와서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하나님께 은혜를 받고 기적을 체험하고 하나님께 크게 쓰임받는 일, 사람들 사이에 유명해지고 사람들에게 크게 유익한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굉장히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도 다 그렇게 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낭만이 아닙니다. 공짜도 아닙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모두 전도하러 다니다가 순교했습니다. 그리고 천국에서 면류관을 받았습니다. 다메섹으로 가던 사울도 예수님을 만난 후에 예수님의 사도가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바울은 결혼도 하지 않았으니 자식도 없고 평생 독신으로 미친 듯이 전도하고 다녔습니다. 바울은 줄을 뻔한 위기를 수없이 넘겼지만 목숨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세상에서 바울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우리 모두 바울에게 빚을 졌습니다.
하나님의 특별 은혜를 입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은 것을 기념하는 성탄절 이브에 하나님은 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너, 은혜받기 원하니?”
여러분에게도 묻습니다. “너희들은, 은혜받기 원하니?”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마리아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주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저도 그렇게 대답합니다. “주님, 저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저를 붙들어 사용해주옵소서. 제 계획이 뒤틀려도 괜찮습니다. 저의 인생에 다만 주님의 계획이 이루어지기 원합니다. 주님의 계획을 따르느라 고생이 오더라도 기쁨으로 따르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저에게 주님의 계획을 이루어 주옵소서.” 여러분도 그렇게 대답하시고 여러분의 인생을 주님께 맡기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기 전에 하나님은 벌써 저의 인생과 여러분의 인생에 하나님의 계획을 실행하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저와 여러분에게 물으십니다. “너, 은혜받기 원하니?” 그러므로 여러분도 똑같이 대답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제 인생에 주님의 뜻, 주님의 계획이 이루어지기 원합니다.”
최덕신 작곡가가 지은 “나를 받으옵소서”라는 CCM이 있습니다. 이 노래는 주님의 부르심에 대한 대답입니다.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
나의 맘 나의 몸 주께 드리오니 주 받으옵소서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써주소서
가진 것 모두 다 주께 드리오니 주 받으옵소서
주님은 지금 저와 여러분에게 이렇게 선포하십니다. “내가 너의 인생에 개입할 것이다. 너에게 큰일을 이룰 것이다. 나 때문에 너는 유명인사가 될 것이다. 너는 다른 사람들을 큰 유익을 끼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래도 되겠느냐 물어보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도 주님은 물어보지 않고 태어나게 하셨는데 주님이 우리를 사용하시려는데 물어볼 리가 있습니까? 전능하고 선하시고 저와 여러분을 가장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항상 우리를 최선의 길, 최고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만일 우리가 불순종하고 버티면 우리만 손해입니다. 그러므로 “나를 받으옵소서” 이 노래를 주님께 대답으로, 헌신의 고백으로 부르시기 바랍니다.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
나의 맘 나의 몸 주께 드리오니 주 받으옵소서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써주소서
가진 것 모두 다 주께 드리오니 주 받으옵소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
나의 맘 나의 몸 주께 드리오니 주 받으옵소서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써주소서
가진 것 모두 다 주께 드리오니 주 받으옵소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나를 받으옵소서. 나를 받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