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전국 각 지자체는 시ㆍ군(특별ㆍ광역시 포함)별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장애인콜택시’로 부르는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필수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중증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거주지 불구하고 전국 어디서든지 그 지역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휠체어 장애인들에게는 비로소 외출과 여행이 가능해졌으며, 병원에 가는 것은 물론 직장이 있는 경우 출퇴근까지 가능해 세상 살아가는 맛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법령을 제정할 당시 법 제16조에서 특별교통수단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을 하위법에 위임하면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위임했다. 이로 인해 국가의 지원이나 통일된 가이드라인도 없이 중앙정부의 역할이 빠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별로 운영방식은 천차만별이 되었다. 또한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할 뿐 아니라 장애인의 평등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들로 각 지자체와 장애인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 지역별 천차만별인 운영방식
가. 이용자 등록 절차에 관하여
통상 ‘장애인콜택시’ 또는 ‘장콜’이라고 부르는 이 특별교통수단은 운영하는 지자체별로 이용대상, 운영방식, 공식명칭 등이 모두 달라 연락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용하려는 사람은 운영 지역마다 같은 정보를 일일이 사전에 등록을 해야 하고 장애인등록증 등 증빙서류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시작단계에서부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동일인이 전국의 각 지역에서 이용하려면 운영하는 지자체 단위로 10번이건 20번이건 모두 각각 새롭게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을 할 때는 보통 해당 지역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에서 사용하는 이용자등록신청서와 정보공개동의서 서식을 다운받아 내용을 적고 증빙서류와 함께 이메일이나 FAX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등록신청 서식이 지자체별로 모두 달라 이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등록신청 서식을 규정해 두고 이 서식을 사용하게 하더라도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시·군에서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이용신청서를 미리 제출하지 않더라도 최초로 차량을 이용할 때 차량을 이용하면서 해당 서류를 작성하여 장콜 운행 기사에게 제출함으로써 가입절차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이용 신청의 효력은 그 시·군에만 미치기 때문에 이용하려는 시·군마다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불편은 마찬가지이다.
다수의 지역에서는 지역마다 스마트폰앱을 개발하여 회원가입을 통하여 회원관리를 하고 있으나, 이 또한 통합앱을 사용하지 않고 지역마다 다른 앱을 다운받아 각각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사용할 때마다 앱을 열어서 사용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세계적인 IT강국에다 통신환경 및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공유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우리나라이지만 유독 이 문제만큼은 석시시대를 사는 것 같다. 지자체 단위(광역단위 혹은 시군단위)로 달리 운영하더라도 당해 법령을 담당하는 국통교통부에서 “교통약자 정보공유 시스템”을 마련하여 이용대상자는 거주에서 한번만 등록(정보공유 및 이용동의 포함)하면 적어도 같은 정보를 반복하여 등록하고 서류를 반복해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겪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
지역마다 적용대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고? 그러면 정보는 공유하되 적용은 각 지자체별로 맞게 하면 되지 않는가? 교통약자법 시행령에 명시된 사항은 공통적으로 적용되는데 지자체별로 자체 조례에 따라 이용자 범위를 예외적으로 확대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경우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소수이고 지자체별로 해당되는 사람만 적용하면 될 것이다.
필자는 수년 전 위와 같은 취지로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개선제안을 제출한 적이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관계부처가 다른 대안을 마련한 것 같지도 않다.
나. 명칭 및 콜센터 운영에 관하여
그리고 해당 교통수단의 명칭을 통일하여 사용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각자의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서 지역마다 달리 사용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보통 헷갈리는 게 아니다.
주요 명칭을 보면 두리발(부산광역시), 나드리콜(대구광역시), 새빛콜(광주광역시) 사랑나눔콜(대전광역시), 부르미(울산광역시), 누리콜(세종시), 희망카(광명시), 한아름콜(수원시), 착한수레(안양시), 하모니콜(안산시), 행복드림팀(용인시), 희망네바퀴(시흥시), 화성나래(화성시), 나눔콜(하남시), 행복콜(의정부시, 포천시), 해피콜(청주시), 동행콜(포항시) 등 수없이 많다.
심지어 어떤 도시는 시장이 바뀌면서 명칭을 바꾸는 곳도 있다. 서울특별시처럼 달리 브랜드 명칭을 만들지 않고 그냥 장애인콜택시라고 쓰는 곳도 많다. 이런 경우가 가장 찾기도 좋고 누구에게나 이해시키기에도 좋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이라는 의미가 없이 앞에서 열거한대로 명칭을 사용하다 보면 경증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등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지나가는 빈차를 만나게 되면 자기도 태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생기고, 시비가 붙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구시의 경우 ‘나들이콜’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동대구역에 장애인콜택시 전용승강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장애인콜택시 전용승강장이라는 안내는 전혀 없고 ‘나들이콜 승강장’이라고만 표시되어 있다. 이렇다보니 일반 승용차들이 동대구역 이용객(나들이하는 사람)을 배웅하거나 마중 나가는 장소로 사용하는 웃지 못 할 사례가 빈번하고, 정작 장애인콜택시의 승하차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불필요한 브랜드로 인한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이처럼 명칭이 제각각인데다 운영 주체마다 독립된 홈페이지를 갖춘 곳도 많지 않다. 일부 지역들은 시설공단 홈페이지 하위메뉴에 구성하는 경우도 많다. 본인의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면 연락처를 알아내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하는데도 매우 찾기 어렵다. 굳이 지역별로 명칭을 다르게 하고 교통약자와 관계없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줄 필요가 있을까?
운영주체별로 반드시 독립된 홈페이지를 운영토록 하고 명칭은 “○○(지역명)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또는 “○○장애인콜택시”로 조회하면 검색이 가능토록 하는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국토교통부 지침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자체별 운영방식을 보면 특별시와 광역시는 모두 광역단위로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있다. 그러나 도 지역의 경우 전남·경남·강원,제주도만 도 단위로 통합되어 있다. 다른 도는 시군(기초지자체)단위로 운영되고 있으며, 경북의 경우에는 같은 도이면서도 일부 시군은 통합콜센터로, 일부 시군은 지자체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콜센터를 광역으로 운영하는 곳이 이용자들에게 훨씬 편리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우 최근 통합운영 체제로 변경되었지만 시행초기라 그런지 아직 다소의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지역에서는 통합운영을 준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자체별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장애인단체 등 별도의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많다. 대체적으로 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지역의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편이다.
다. 이용대상자 범위에 관하여
교통약자법 제16조 및 동 시행규칙 제5조·제6조에 의하면 시장·군수는 보행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도 너무 추상적이고 불합리한 점이 많아 지자체별로 이용대상자 선정기준이 제각각이다.
휠체어장애인들은 장애인콜택시가 도입되기 전인 불과 십몇 년 전만해도 이용할 교통수단이 없다 보니 택시요금의 두 배가 되어도 좋으니 휠체어와 함께 탈수 있는 교통수단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장애인콜택시는 휠체어장애인에게 전철이 없는 곳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며 절박한 생존의 수단이다.
그러나 이 교통수단은 법령상 이용대상이나 통일된 운영방식이 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지역 간 이용자 선정기준도 차이가 많다. 이러한 차이점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 중 압도적인 다수가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고 보행이 가능한 사람도, 단지 보행이 어렵다는(불가능이 아니라)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이용 대상자로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기사들로부터도 휠체어를 타지 않은 사람들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다거나 이로 인한 예산 쓰임이 왜곡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된다. 물론 휠체어를 타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중교통 수단이나 일반택시를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경우까지 제한해서는 안 되겠지만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로 인하여 장애인콜택시가 아니면 다른 이동수단이 없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상대적인 피해를 받게 된다. 꼭 필요한 시기와 꼭 필요한 사유임에도 제때에 이용이 아예 불가능한 사례도 많이 발생한다. 이는 보행불능자에 대한 특별교통수단 도입의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 이후 이용대상자 규정이 더욱 추상화 되어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이용대상자를 축소하는 것은 복지혜택을 줄이는 것이어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장애인콜택시 차량을 한없이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증차와 더불어 휠체어 장애인 우선이용 등 이용기회를 차등 제공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침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6월 28일 교통약자 이동권 증진을 위한 정책권고 결정을 통하여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별교통수단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방안을 강구하라”고 제시한바 있다. 그 이후 국토교통부와 많은 지자체들이 이 문제를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해 본다.
국가인권위 지적도 있기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기 위해서는 휠체어 이용자와 비이용자로 구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용자를 구분하고 장애인콜택시 이용 시 즉시 콜과 시간단위 예약제(이용 1시간 전에도 예약이 가능하도록)를 병행하여 운영하되, 시간단위 예약은 휠체어 장애인에게만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휠체어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휠체어를 타지 않은 사람에게는 휠체어 장애인의 예약이 없는 경우에 이용토록 한다면, 휠체어 장애인이 이미 예약으로 이용 기회를 선점하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용기회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다른 교통수단 이용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접 지자체 등 관할지역 밖으로 연장 운행하는 것 또한 휠체어 장애인이 이동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시행되어야 한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다 보면 휠체어를 타지 않음에도 휠체어 장애인으로 위장하여 이용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휠체어 이용 신규 등록자나 휠체어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서 등 객관적 증빙을 제시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