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밤
<줄거리>
영화는 진석(강하늘)이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하는 차 안에서 악몽에 시달리다 깨면서 시작된다. 이사 온 대문 앞에 서있는 가족의 모습은 그냥 평범한 가족이다. 진석은 명문대 출신의 형 유석(김무열)을 자랑스러워하면서 한편으로 교통사고로 다리를 저는 그를 안쓰러워한다. 유석이 벽에 거는 달력으로 보아 이삿날은 1997년 5월 어느 날이다. 아버지는 전에 살던 주인의 짐이 있는 창고방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하며. 당분간은 유석과 함께 방을 사용하라고 한다. 진석은 삼수생이며 신경 쇠약에 걸려있다. 이사온 날부터 창고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불안해 한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산책 중이던 진석과 산책 중이던 유석이 정체 모를 사람들에게 납치 당한다. 실종 신고를 했지만 경찰도 형의 행방을 찾지 못한다. 진석의 불안 증세가 더 심해지고 창고 방에서도 소리가 계속나고 악몽도 꾼다. 19일이 지난 날 초췌한 모습으로 유석이 돌아온다. 유석은 납치된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해리성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유석이 왼쪽 다리가 아닌 오른쪽 다리를 절고, 밤마다 어딘가를 나가는 등 어딘가 변해버린 유석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다. 어느날 진석은 유석을 미행한다. 진석은 유석이 다리를 절지 않고 조폭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비오는 어느 날 진석은 엄마의 전화 통화 소리를 듣게 되고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과 부모도 가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충격을 받은 진석은 가까스로 탈출해 근처 파출소로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신원조회 결과 자신의 나이가 21살이 아닌 41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진석은 스스로 유석을 찾아가 모든 것을 듣게 된다.
20년 전 비오는 어느 날 진석이 이사 온 그 집에서 모녀가 살해되는 사건 발생한다. 범인을 찾지 못해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모녀의 유족은 조폭인 유석을 고용해 범인을 잡아달라고 의뢰한다. 그 후 유석은 진석이 범인인 것을 알게 되지만, 진석은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자 유족은 최면을 걸어 사건 당시의 기억을 되돌려 자백을 받기 위해 연극을 했던 것이다. 모든 사실을 듣게 된 진석은 그날을 기억이 돌아온다.
20년 전, 진석은 가족들과 이사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은 중상을 입고 의식이 없는 채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마침 IMF가 터져 일거리도 구하지 못해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한다. 인터넷 구직방에 무엇이든 하겠다는 글을 올린다. 어느 날 채팅방에 자신의 아이들 엄마를 죽여달라는 살인청부가 들어온다. 진석은 이를 수락하고 범행 장소로 간다. 범행 장소는 가짜 가족들과 이사 했던 그 집이다. 평화로운 가족을 보니 도저히 살인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아 되돌아가려던 진석을 딸이 발견하고 놀라 소리를 지르자 의도치 않게 딸과 엄마를 칼로 찔러 죽이게 된다. 막내 아들만 남겨 놓고 그 집을 나오던 중 거실에 걸린 가족 사진을 보고 살인청부업자가 담당 의사인 사실을 알게된다. 진석은 담당 의사를 만나 왜 그랬냐고 다투던 중 의사는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진석은 충격으로 인해 그때의 기억을 모두 잊게 된다.
모든 기억이 돌아 온 진석은 미안하는 말을 유족에게 전해 달라고 하고 죽음을 기다린다. 이때 유석이 그때 살아 남은 아들은 사실을 알게 된다. 진석은 유석의 아버지가 살인을 청부한 사실을 알리지 않지만 유석은 어렴풋이 아버지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목숨을 끊는다. 진석 또한 독극물을 투약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감상>
대문 앞에 선 가족 모습은 평온해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의도된 평온함이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층 창고 방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이삿짐 직원이 진석에게 유석이 진짜 형이냐고 묻는 장면, 관객과 진석에게만 들리는 소리, 납치되었다 다시 나타난 유석이 다른 쪽 다리는 저는 모습, 샤프심으로 눈을 찌르려는 모습 등 영화 곳곳에 심어둔 트릭은 초반부터 긴장하게 만든다. 관객은 진석이 신경쇠약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현실과 환상이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되면서 진석이 경험했던 일들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이 서서히 드러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진석이 파출소에서 자신이 스무한살이 아닌 마흔한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 충격적인 기억의 회복은 유석의 진정한 역할과 가족의 과거에 숨겨둔 어둡고 깊이 묻힌 비밀을 완전히 드러낸다. 납치, 진석의 환각, 조작된 현실은 정교하게 계획된 것으로 밝혀진다. 영화는 해리성 기억상실증, 최면, 신경쇠약의 주인공 등을 활용하여 관객을 지속적인 긴장속으로 몰아가다 충격적인 반전으로 진실을 드러낸다. 반면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너무 이른 감도 있다. 파출소에서 자신이 납치된 사실을 알고 난 다음부터 영화의 긴장감이 줄어든다. 더 이상 관객을 서스펜스로 밀어 넣을 트릭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영화 중반으로 가면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닌 기억과 죄책감, 가족의 의미 등 무거운 소재가 드러난다. 한 가족의 우연한 불행과 이와 맞물린 IMF라는 사회적인 위기가 불행의 단초가 된다. 자신의 형 수술비 마련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진석, 가족의 경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아내를 살인 청부하는 의사, 보험금까지 모두 친척에게 빼앗기고 쫓겨난 유석 등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깊은 아픔이 잘 드러난다.
영화는 스릴러 이상의 여운을 주지만 복잡한 설정과 이른 반전으로 인해 몰입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불행 앞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모습들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반면 반전을 위한 트릭이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최면과 약물 투약으로 심리적 조작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들고, 형사들에게 잡혀 19일 만에 돌아온 유석(사실 경찰관에게 체포된 경우 19일동안 구금할 수 없다. 체포영장인 경우 2일 동안 구금할 수 있고, 구속되면 1심 판결 전 적어도 3개월 동안은 나올 수 없다. 윤석열만 빼고) 등이다.
이러한 부족함에도 스릴러라는 형식으로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갈등, 진실을 마주하는 두려움을 보여 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