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이러고 논다.
북 치고 장구 치고 ㅋㅋㅋ
밥을 먹자마자 1시에 교실에 모여 사물놀이를 한다.
이러고 놀이하고 논다.
농담이다.
대한민국 어느 학생이 점심시간에 이러고 놀겠냐?
그런 학교는 없겠지?
강제로 모였다.
1시에 연주하자고.
실은 다음 주에 전라북도 예술축제가 있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사물놀이로 참가한다.
하여 연습 겸 공연 예행연습으로 모였다.
1시부터 한번 뚜드려 보자고.
매주 수요일엔 방과후로 사물놀이를 배운다.
꽹과리, 북, 장구, 징 4개의 악기로 구성된 우리나라 전통 밴드라고나 할까?
전통적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방과후 수요일은 언제나 사물놀이다.
(내가 근무한 4년, 그 이전부터 그래왔다.)
그리고 잘한다.
내가 볼 때는.
멋지다.
그 배웠던 것을 다음주 전주 공연장에 가서 뽐낸다.
그래서 이번주 내내 1시가 되면 교실에 모여 연주에 빠진다.
(영어 선생님의 제안 및 명령이었다.)
학생들은 상쇠를 바라보며(꽹과리가 보통 상쇠) 자신의 악기에 빠진다.
상쇠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나 할까?
모두 우리 학교 학생 수진이를 바라본다.
수진이가 시작하면 시작하고 멈추면 따라 멈춘다.
수진이 진짜 멋있다.
합주를 본인의 마음대로 이리저리 이끌고 간다.
수업 시간에 만나는 수진이보다 훨씬 더 멋있다.
수학 잘하는 수진이보다 더 멋지다.
연주하며 흥에 취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난 거기에 도취한다.
학생들의 연주를 동영상으로 찍다가 나도 모르게 박자에 맞춰 흥이 나서 춤이 춰지고 고개를 끄떡끄떡한다.
연주하다 어떤 녀석은 그런 날 보며 씽긋 웃는다.
다음은 오늘 점심시간에 찍은 영상이다.
https://youtu.be/QRWrD9qiQ8o?si=poKRLralROCavZsO
드디어 연주가 끝나고 촬영을 마치며 난 학생들에게 엄지척을 들어 보였다.
어느 연주가보다 훨씬 더 잘했다.
진짜 멋지다.
나는 악기를 거의 다루지 못한다.
그래서 더 멋있어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 학생들은 잘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