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후에 성요셉성당
2024. 3. 19
판관기 3장에서 5장까지!
(판관 5,7) 끊겼네,
이스라엘에 선도자들이 끊겼네,
드보라, 그대가 일어설 때까지
그대가 이스라엘의 어머니로
일어설 때까지.
묵상ㅡ
미니시리즈 드라마에도 주인공이 첫 등장할 땐, 복선을 깔아준다. 시청자가 눈치를 채거나 감을 잡도록 유도하여,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하려는 일종의 시청률 올리기 작전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인이 등장한다. 공채출신도 아니요, 특채도 낙하산도 아닌 여인 드보라다. 그녀는 첫 여성 예언자이며 판관이다. 웬만한 남자 몇 사람 몫을 해내는 여장부 스타일!
여성상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던 구약시대의 환경에 맞서기라도 하듯 그야말로 뜬금없는 출연인거다.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이 나도 모르게 솟구치는 이런 기분, 성경통독의 양념반찬같은 묘미다. 끊겼네. 드보라의 노래 중, 이 부분의 문장이 와 닿았다. 이스라엘의 선도자들이 끊겼다는건데, 그럼 드보라가 나설때까지 또 드보라가 이스라엘의 어머니가 될 때까지, 연결된 어떤 것이 끊겼다는 말일 터, 그것은 연결감, 혹은 소속감, 더 나아가 연대감 같은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는 것을 보시고, 끊겼네, 나 주 하느님과의 연결이 끊긴 단절의 상태, 그것을 염려하신 나머지 이들을 당신과 연결된 자녀로 삼으시려고 끊기고 단절된 것을 이어주는 연결자로 모세를 내세운게 아닌가 하는 나만의 예감.
이로서 그들은 파라오에 구속된 노예가 아니라, 주님께 구속된 그분의 자녀로 거듭나게 되었다. 소속감이 생긴 거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님과 모세와 연결된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광야의 혹독한 단련과 싸움에 적응하며, 연대하면서 함께 가나안땅, 젖과꿀이 흐르는 그 땅으로 나아갔던 거다. 이때만해도 나름 잘 연결된 상태가 되어, 느보산 언덕까지 모세와 함께 다다를수 있었다.
가끔 주님께로부터 돌아서서 제단을 쌓고 우상을 섬기며, 연결이 끊긴 단절의 상태에 빠지곤 했지만, 뭐 그 정도면 순진했던 시절이었지 싶다. 여호수아의 통치에 이어 판관기에 접어들면서 툭하면, 언제그랬냐는듯이 천연덕스럽게 제 길을 벗어나는 백성들이 늘어났다. 주님께서는 속이 터지다 못해 미치고 팔짝 뛰실 것 같은 상태가 될 때마다, 판관들을 순서대로 등판시키신다. 잘 달래서 가르쳐놓으면, '어라, 또 끊겼네! 다시 다른 신을 찾고 나를 버리네. 이 노릇을 어쩐담' 그러면 노하신 주님께서 적수들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넘겨주어 패가망신하게 되고, 이에 백성들이 울부짖으면 다시 판관을 내세워 당신의 자비로운 손길로 상황정리 끝!
끊겼네!라는 한마디를 핵심적으로 암시하는 문장이 몇개 등장한다. '백성들이 울부짖자.. 그들은 울부짖었다.'
사고쳐놓고 배째라는 식이다. 이 짧은 문장엔 주님과 다시 연결되고픈 갈망과 감히 또 주님과 단절되어 다른 데로 눈을 돌린 나약함에 대한 자책과 통탄이 믹스커피처럼 섞여있다. 주님과의 연결감이 사라진, 그 단절의 상태가 되면 우리 역시 주님께서 업그레이드시켜주신 신분에서 벗어나 다시 파라오에 속한 종살이 시절로 돌아가, 온갖 우상을 섬기며 타락한 사람으로 살고 있는거나 진배없어진다.
연결과 단절의 차이, 그저 종이 한장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주님께 등돌리고 딴짓하면 주님과 연결감 끊기고 단절, 백성들 울부짖으면 주님께서는 판관 및 예언자 등 연결자 등판, 끊어진 다리 잇고 연결하는 작업 지시, 주님과 백성들 사이의 연결감 회복, 역시 울아부지 밖에 읎어! 찐한 소속감 다지며 앞으로는 진짜 배신하지 않을껴! 각오 한스푼 섞어 연대성 뿜뿜. 선순환인지 악순환인지 모를 이런 고리의 반복, 성경통독에서 우리가 읽고 목격해온 양상들이다. 하여 판관기 주님의 취미는 다른데 눈돌리는 놈 벌주기, 특기는 그러시다가 용서하기다. 참으로 근사한 분이시다.
우리라고 안 그러리란 보장이 있을까. 미련해보이고 바보천치 같은 모습이지만, 나만 해도 하루 24시간, 올곧은 마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변하는 인간의 변덕이 공식화된이상, 열두번만 그러면 정상인거다. 나 역시 세상 근사하고 그럴듯한것에 홀딱 빠져서, 그것들과 스무스하게 연결, 이때 주님과 단절되는건 당연지사, 그러다 모세나 여호수아, 또는 드보라같은 예언자가 뜨겁게 열심히 주님 섬기는 것을 보면, '아, 내가 다른데에 정신이 팔려서
주님과 연결이 끊어졌구나. 콘센트가 빠져 있었구나' 하고 자아인식을 하고는, 세속적 욕망 빠이빠이, 다시 주님께 다가가 염치없이 다시 연결,
"아, 주님 잘못했슈, 저는 주님밖에 없다는걸 깨달았슈! 다신 안 그럴게유."
이 정도의 내용이면 나 역시도 판관기에 등장하고도 남을 것 같네. 끊겼네. 선도자들이 끊겼네. 드보라, 그대가 일어설
때까지 그대가 이스라엘의 어머니로 일어설 때까지.
감사한 판관기,
고마운 드보라.
주님,
당신과의 연결이 끊어진다는 건 곧 단절이며 세상 욕망을 향한 과도한 연결을 의미하는 거겠지요. 판관기의 예언자
드보라처럼, 올곧고 강직한 믿음을 지닌 여인들이 이 시대에 많이 존재하기를 기도합니다. 저희 역시 주님께 변함없이 연결, 소속되어 서로 연대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백성되게 해주소서
베트남 붕따우 호메이 파크 예수그리스도 조각상
첫댓글 넘 감사해요 박지현 요셉피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