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용접공 아내의 고백(실화)
1986년 H그룹 콘테이너를 제작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용접공 아내가 남편에게 고백하는 이야기이다.
때는 1986년 유난히도 무더웠던 8월의 어느날....
당시에는 근로조건이 힘들었지만 기술입국의 기치 아래 시급제로 임금을 지급받을때이다. O.T TIME 에 의한 수당이 지급되어 평균 근로자의 임금에 1.5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을때였다.
당시 울산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고소득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일부 가정주부들은 흥청 망청 과소비를 하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것을 간과한 회사는 중역진 회의에서 사원부원들을 초청하여 현장 체험을 통한 사원부인 교육에 돌입한것이다.
무더운 8월의 어느날 ...
초청된 사원 부인들은 회사의 엄청난 규모와 세계 콘테이너 업계에서 1위라는 홍보 영화에 세계제1위의 회사에 남편이 근무하는 것을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원부인 간담회 1교시를 끝내고 30분간의 휴식 시간을 가졌을때의 일이다.
사원 휴게실에 모인 근로자 부인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간식을 먹으면서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널어놓고 있을때였다.
어느 용접공의 아내는 남편이 일하는 현장을 보고싶어 휴게실 밖을 막 나서는순간
작업장 끝편에서 어딘가 모르게 낮설지 않는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한사람이 있었다.
다가오는 근로자의 걸음걸이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걸음 걸이였다.
머리엔 기름때가 잔뜩묻은 청색 뚜꺼운 면 모자에 눈엔 보안경...
입엔 문어와 같이 생긴 검은 방진 마스크를 쓰고.
몸엔 너들너들한 피혁 조끼에 바지 엮시 두꺼운 피혁 바지와 안전화 위에 또다시 피혁 덥게가 덥혀져 있었으며 조금 노출된 얼굴엔 용접가스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 무더운 여름 날씨에얼마나 더울까 ....가까이에 다가 올수록 어디서 낮 익은듯한 걸음걸이다 . 혹시....그이가..
설마........아닐거야..그럴리가 없어!
아침저녂으로 회사 출퇴근 할때에는 출퇴근사원복에 깨끗한 차림으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연상 시키며. 연신 "그럴리가 없어"라고 중얼 거렸다.
그 근로자는 휴게실 문을 들어서서 방진 마스크를 벗으며 카운트로 다가 가서는 담배를 사기 위해 지갑을 꺼내 들었다.
그 근로자는 바로 남편의 얼굴이었다.
근로자가 꺼낸 지갑속에는 가족들이 함께찍은 가족사진이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었다.
용접공의 아내는 그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용접공의 아내는 얼른 아이를 안고 사내 공원으로 정신없이 뛰어가서는 쪼그리고 앉아 엉 엉 울었다.
얼마전 부부 동창모임에 가서는 검게 그을린 남편의 모습이 챙피스러워 아이와 함께 집으로 먼저 보냈던 생각이 떠 올랐다.
남편은 밥먹듯이 하는 특근과 야근을 하면서도 가족들에겐 힘든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야외 나들이 한번 가지않는 남편에게 투정을 부렸던 자신이 한없이 미웠던것이다.
지금은 50을 한해 앞둔 남편은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곤히 잠든모습에 아내는 오늘도 눈물을 글썽이며 남편의 머리에 핀 세월의 무게를 뽑아내며..
거칠디 거친 남편의 손마디에 조용히 입을 맞추며
하느님 감사 합니다.
첫댓글 남자들이 밖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여자들이 안다면 백번 큰절을 해야합니다.
사랑으로 감싸서 이해하려는 마음을 많이 가져야겠죠
남자는 70이 넘어야 비로소 철이든다는 옛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가끔 아내를 도와 집안살림을 합니다. 집안일도 밖에 일 못지않게 힘들더군요. 모두 사랑으로 이해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