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산 둘레길
산림연구원 메타스퀘어나무
제주도 둘레길, 앞산 둘레길 등등 둘레길 바람이 불어 지역마다 둘레길이 둘레둘레 생겨나고 있다. 경주 남산에도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걷거나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둘레길이 있다. 역사문화유적이 가는 곳마다 널려 있고 거기에 아름다운 풍경이 더해져 힐링로드로 그만이다. 남산 둘레길은 자동차로 한 바퀴 둘러보는 길이가 30㎞ 정도 된다. 탐방객들이 역사유적이나 의미 깊은 곳을 찾아다니며 둘러본다면 거리는 더 늘어날 것이다.
신대 왕들이 행차하면서 건넜을 월정교에서 인용사지를 지나 상서장, 불곡마애여래좌상, 보리사 미륵곡석조여래좌상, 경북산림연구원, 화랑교육원, 통일전을 지나 사리저수지에서 임도를 타고 남남산으로 이어지는 길. 다시 월정교에서 천관사지, 나정, 창림사지, 포석정, 삼불사와 망월사, 삼릉과 경애왕릉, 석불두를 지나 약수골, 비파골을 지나 용장리 천룡골과 틈수골 입구에서 용산서원, 남남산으로 가는 길. 크게 두 코스로 소개된다.
앞서 소개한 코스를 동남산 가는 길, 다음코스를 서남산 가는 길로 나누어 남산의 둘레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탐방코스를 나누어도 걸어서 탐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둘레길 곳곳을 조금씩 2~3시간씩 나누어 탐방하거나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일단 자동차로 둘러보면서 힐링하기에 좋은 구역을 별도로 소개한다.
◆동남산 가는 길
동남산 둘레길은 월정교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아직 주차장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아 남천 건너 교촌마을 주차장에 차를 두고 일행들이 한 차로 모여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월정교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들판에 인용사지 푯말이 있다. 지금은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지만 김춘추의 둘째아들이며 문무왕의 친동생인 김인문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던 절이다. 도당산 허리를 지나 고갯길을 내려서는 중턱에 하늘로 오르듯 가파른 계단이 있다. 최치원이 임금에게 상소하는 글을 작성했다는 상서장이 있는 곳이다. 차를 세우고 잠시 걸어들어가야 상서장 전체를 볼 수 있다.
남산의 발뿌리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내리면 남천을 따라 둑길이 이어진다. 둑길을 따라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불곡마애여래좌상, 탑곡마애불상군, 미륵곡석조여래좌상으로 가는 길이 계곡을 따라 나 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길이다. 모두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적이다.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각각 30분에서 두어시간까지 걸릴 수도 있는 코스다.
경북도산림환경연구원은 편안하게 마련된 주차장이 있고 들어서면 잘 다듬어진 정원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체험학습장으로 학생들과 가족단위 탐방객들로 사철 붐빈다. 여기서 500여m 떨어진 곳에 화랑교육원이 있고, 다시 500여m 가면 통일전이 있다. 화랑교육원과 통일전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사이에 서쪽으로 헌강왕릉과 정강왕릉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어 산책하듯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통일전에서 곧바로 남쪽으로 진행하면 서출지와 남산리 삼층석탑, 칠불암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나온다. 동쪽으로 은행나무가로수길을 일직선으로 뻗은 통일로를 달리다 보면 석공명장이 있는 석물점이 나타난다. 석물점을 지나서 남천을 가로지르는 동방교를 건너기 전에 남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된다. 여기에서부터는 마을안길이 좁게 이어진다. 평동교를 지나 임도가 시작되는 곳까지 약 5㎞ 마을안길과 들판길을 달려서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이 사리 저수지다. 임도에 들어서면 오르막 내리막길을 따라 남남산으로 이어진다. 열암곡으로 연결되는 삼거리까지가 동남산 가는 길이다.
상서장
◆상서장과 불곡
상서장 좁은 주차장에 내려서면 하늘길이 열린다. 남산의 북쪽 끝단에 깎아지른 듯 절벽처럼 곤두선 계단이 시선을 압도한다. 힘겹게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솟을대문이 나타난다. 쪽문을 밀고 들어서면 오래된 한옥이 웅크리고 있다. 신라 명문장 최치원이 머물렀던 상서장이다.
최치원은 12세에 당나라 유학길에 올라 18세에 급제해 당나라의 벼슬을 얻었다. ‘토황소격문’을 지어 명문장가로 당나라에 이름을 떨쳤으나 신라로 돌아와 골품제에 묶여 큰 뜻을 펴지 못했다. 그는 신라 효공왕 당시에 고려 왕건이 임금이 되기 전 그의 뛰어난 인격을 두고 “신라의 계림은 낙엽이 지고, 고려의 송악산엔 솔이 푸르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고려 8대 현종이 이 글을 나중에 보고 최치원이 고려 건국에 공로가 있다고 인정하여 ‘문창후’라는 시호를 내리고 공자묘에 위패를 같이 모시게 했다. 이때부터 최치원의 위대함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가 지냈던 집을 ‘상서장’이라 부르게 됐다. 태조에게 글을 올린 집이라는 뜻이다.
상서장 마루에 서면 서북쪽으로 신라의 궁성이었던 월성이 훤하게 내려다보이고 남천이 상서장을 돌아 월성으로 길을 내고 있는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서장 동쪽도 깎아지른 벼랑으로 멀리 벌지가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남산의 정기가 절정에 이르는 자라가 목을 치켜드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 명당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상서장에서 동남쪽으로 길을 접어들면 남천을 따라 제방길이 이어진다. 길섶에 주차하고 소나무숲길을 따라 서편 남산으로 드는 길로 10여분 걸으면 바위 이불을 덮어 쓴 듯 얕은 석굴이 나타난다. 온화한 할머니표정을 하고 있는 석불이 있다. 보물 198호로 지정된 불곡마애여래좌상이다. 선덕여왕을 모델로 했다는 설이 있는 남산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석불로 손꼽힌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옥룡암과 탑곡마애불상군을 만날 수 있다.
불곡 마애석불
탑곡에서 내려와 다시 남쪽으로 달려 오른쪽 마을안길로 들어서면 미륵곡 석조여래좌상을 만나러 가는 길이 나타난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가도 금방 남산 최고의 미남부처를 만날 수 있다. 광배와 대좌 등 신라불상의 전형적인 틀을 갖춘 불상으로 보물 136호다. 광배 뒷면에 약사여래좌상이 새겨져 있는 특이한 석불이다. 불상 뒤쪽에는 고래바위가 고개를 내밀고 부처를 지키는 수호신인양 웅크리고 있다.
불곡 신우대길
◆청년들의 체험교육장 화랑교육원과 산림연구원
박정희대통령이 머물렀던 금오정사
-경상북도산림연구원: 경주시 배반동에서 1907년 4월에 한국경영묘포장이라는 명칭의 기관으로 출발해 임업시험장, 임목양묘장으로 다시 명칭을 바꾸어 1969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1973년 산림학교 및 산림병원, 1978년 솔잎혹파리 천적사육실을 건립하고 1993년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 2008년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연구원은 임업시험연구 및 실용화를 통해 농촌의 소득증대를 꾀하고 산림재해예방 및 복구 등 각종 산림연구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산림 생산성 향상 등 산림산업도 같이 한다. 산림환경연구원은 그 자체가 조경이 잘 되어 있고 습지생태관찰원, 야생동물원, 야생화원, 무궁화동산, 산림전시실 등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자연학습 및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커지면서 체험학습을 위한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연간 50만명 정도의 방문객이 찾고 있으며 휴일이면 연구원 일대가 교통마비가 될 정도로 붐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관람이 허용되고 있는데 단체로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을 관람하고자 하면 미리 견학신청을 해야 한다. 개방시간은 동절기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이며, 하절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화랑교육원: 경주시 남산동에 있는 경상북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청소년 교육기관이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1973년 청소년들이 화랑의 얼을 계승하여 투철한 국가관을 확립하고 바른 품성과 인격을 도야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 설립했다.
13만5천여㎡ 부지에 국궁과 씨름, 축구 등의 수련장과 대나무숲 등의 녹지가 조성돼 있다. 교육원은 화랑문을 들어서면 성화채화기념관, 남산정사, 금오정사, 생활실, 화백당, 화랑정, 육덕정 등의 수련시설이 있다. 이곳에서는 교원연수와 중고생 수련, 재외 교포학생과 사관생도, 대학생, 공무원 교육 등이 시행된다. 지도자과정, 자기개발과정, 심성계발과정, 적응력배양과정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강의와 토의를 비롯하여 아침수련, 자기관리, 봉사활동 등의 집단활동까지 교육프로그램을 작성 운영한다.
국궁, 전통예절, 전통음악, 태권도, 씨름, 널뛰기, 그네뛰기, 강강술래 등의 체력단련과 함께 전통문화를 익히는 과정을 두고 있다. 탁본과 전통문화활동, 국토순례와 유적답사 등의 현장학습, 대화와 다례 등의 전통의식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신라삼국통일의 기본 정신이 되었던 화랑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청소년들의 교육은 물론 공무원과 기업인 등의 일반인들도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남남산 가는 길
사리 저수지에서 열암곡 입구까지 이어지는 임도는 6㎞ 남짓 된다. 처음 오르막이 다소 가파르게 시작돼 일반 승용차는 초보운전자라면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일단 임도로 접어들면 소나무숲길이 계속되면서 폐부 깊숙이까지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어 머리가 시원해진다. 길이 좁아 맞은편에서 차량이 다가오면 비껴가는 길을 찾아야 된다. 양보를 모르는 고집 센 사람들이라면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산길 옆으로 가끔 돌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운치를 더한다.
오르막 끝 지점쯤에 이르면 동쪽으로 시원하게 트인 전망을 즐길 수도 있다. 다시 노곡리 방향으로 조금 진행하다보면 오른쪽 계곡으로 오가리 들어가는 진입로가 나온다. 5가구가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고 있는 동네다. 지금도 특작과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경주 최고 오지로 불리는 별천룡골의 사람들이다.
남산 둘레길은 아직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이 없다. 남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주말이나 공휴일에라도 순환버스, 서틀버스라도 운행하는 편의를 제공해야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고의 힐링명소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아직 많다.
첫댓글 남산을 전부 알기란 많은 시간, 세월을 투자해도 쉽지 않다.
수천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몇시간, 몇년만에 다 알기란 그렇게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산의 역사는 갈수록 거꾸로 진화한다. 지나간 시간을 역추적해 회귀하는 연어와 같이 자꾸 세월을 거슬러 오르게 한다.
하나씩 벗겨지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금씩 허락하는 남산의 신비가 자꾸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