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1 ㅡ음악 듣기
지금 내 책상 앞에는 케이비에스 에프엠 오후 음악이 흐르고 있다. 새벽부터 프로그램에 따라 여타의 멋진 음악이 진하게 물들이고 있다. 그러나 무슨 작곡가의 곡이며 어떤 연주가의 최신곡이 나와도 나는 잘 모른다. 그동안 많은 세월을 클래식 광팬이어도 아직 잘 모른다. 베토벤이나 슈만, 베르디나 모짜르트, 바흐나 헨델 정도가 고작이다. 생상스나 리스트, 사라사데, 라흐나니소프나 차이코프스키가 그저 그렇게 이름을 올린다. 그나마 유키 구라모토나 조성진, 신영옥이나 조수미, 손열음이나 이루나,용진 오닐도 자주 들은 음악가이다.
그런데 내가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했던 것은 역사가 오래다.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같은 반에 어떤 애가 담임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였다. 방송국의 어린이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고 음악시간마다 대표선수로 무대에 섰다. 나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런 재주를 가져보나 한없이 부럽고 오기도 생겼다. 하지만 내게는 가질 수 없는 환상이었다. 중학교 때도 겨우 중급의 가창 실력이었다. 게다가 음표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음악 시간만 되면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 정말 무섭고 정확한 음악선생님이라 더욱 긴장되었다. 최예수 선생님. 고등학교때는 기악이어서 리코더와 단소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음악은 내게 한없이 어렵고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클래식에 맛을 들인 건 교사로 발령나고 같이 근무한 음악선생님의 추천 음악이었다. 그리그의 페르괸트였다. 나는 그리그라는 작곡가를 처음 알았고 페르괸트의 새벽 기운에 빠져들게하는 이미지에 푹 빠졌다. 그때 삼성출판사에서 서른 개의 음반을 세트로 해서 팔았다. 고가의 돈을 주고 사서 듣기 시작했다. 그당시 나와같은 국어선생님은 '쇼팽' 의 영어식 발음을 '초핀"으로 발음하는 헤프닝도 벌였으니 클래식에 대한 무지가 대단했다.
그러다 선생님으로 근무하던 중 스승의 날 선물을 받았다. 서준호라는 제자가 비발디의 사계 음반을 포장지에 싸서 교탁에 놓아 주었다. 나는 감개무량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듣고 또 들었다. 지금도 몇 소절만 들어도 담박에 알아 맞촌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베토벤과 모짜르트, 유키구라모토의 피아노 곡이다. 볘토벤은 열정적이고 모짜르트는 밝고 살아가는데 위로가 되게 한다. 유키는 애절하고 마음속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가 여수에 공연을 하러 왔을때 한달음에 뛰어갔다. 음반보다 라이브 연주를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 뒤에 나는 디지탈 피아노를 구입하여 연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때 오른팔이 마비되는 상처로 화음을 넣어 연주할 형편이 안되었다. 참 복이 한계가 있었다.
우리 집에는 작지만 성능이 뛰어난 오디오가 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나와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남편이 살림을 장만하면서 동시에 오디오를 챙겼다. 한동안은 오디오를 나몰라라 하였다. 남편이 최신 바이올린 곡을 음악 앱으로 심어 주었고 나도 클래식 곡을 유트브로 들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부터 오디오를 켜기 시작했다. 하도 심심하고 티비도 이내가 나서, 식탁 한쪽에 쳐박혀 있는 게 안타까워서였다. 그러자마자 잠자고 있던 갈증이 다시 목마르게 했다. 맞아 바로 그거야~
아들이 어렸을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그럭저럭 잘해서 집에도 피아노와 바이울린을 구비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아들에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물건너 갔으나 책 읽을 때 쇼팽의 야상곡을 틀어놓는다고 하니 어렸을 때 들은 게 있어서 심연에 뿌리 박혀 있나보다.
특히 나는 매일 성경 쓰는 데 열을 올리는데, 음악을 틀어놓고 들으면서 쓰면 참 마음이 안정되고 뭔가 깊이가 생기는 것 같아 뿌듯하다. 다음에 내 손주가 생기면 어릴 때부터 클래식을 들려줘야지. 트로트가 대세라는데 트로트는 아기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요즘 각광받는 연주가들이 많다. 우리나라 절은 연주가들의 음반도 많이 나오고 새로운 음악도 많이 지어져서 나의 음악 듣기도 한층 성숙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