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가을의 쓸쓸함을 한층 더 깊게 만들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 자리 잡은 작은 막걸리집, 이름은 "세레나데". 오랜 시간 동안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곳은 낮에는 그저 소박한 음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었지만, 밤이 되면 그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은 무대 위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막걸리 향이 바람에 스며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줬다.
오늘도 "세레나데"는 빗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주인 할머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작을 넣어 난로를 지폈다. 벽에는 오래된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그중 몇 장은 젊은 시절의 주인 할머니와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때는 이 동네도 번화했고, 막걸리집도 사람들로 넘쳤었다.
밤이 되자, 젊은 남자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무대로 걸어갔다. 그는 동네에서 보기 드문 낯선 얼굴이었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코트 자락을 털어내며 무대 앞에 서 있던 마이크를 붙잡았다.
"노래 한 곡 불러도 될까요?"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타를 꺼내어 천천히 튕기기 시작했다. 낡은 기타줄에서 울려 퍼지는 멜로디는 단순했지만, 그 속에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곧이어 그의 목소리가 막걸리 향과 함께 가게 안에 퍼졌다.
_"막걸리 한 잔에 추억을 담고_
_비 내리는 골목길을 걸어가네_
_희미한 불빛에 그리움은 짙어지고_
_너의 얼굴은 아직도 선명해."_
노랫말은 그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아련함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막걸리집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각자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누군가는 첫사랑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했던 오래된 기억을 생각해냈다.
주인 할머니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오래전 사랑했던 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옛날, 이곳에서 함께 웃고 떠들며 막걸리를 마시던 젊은 날의 기억들이 그녀의 마음을 울렸다. 막걸리 한 잔을 들고 살짝 떨리는 손으로 마시며 그녀는 그 시절을 그리워했다.
노래가 끝나자, 가게 안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누군가 조용히 막걸리 잔을 들어 그를 향해 건배를 했다. 다른 이들도 하나둘씩 잔을 들어 올렸다. 말없이 잔을 나누는 그 순간, 그들은 각자의 상처와 그리움을 막걸리 한 잔에 씻어내고 있었다.
그 낯선 남자는 기타를 고이 넣고 할머니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막걸리, 한 잔 주세요."
그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할머니는 그의 잔에 조용히 막걸리를 따랐다. 따뜻한 미소와 함께.
"여기는 노래 부르면 막걸리 공짜야," 할머니가 말했다. "다음에 또 와서 불러주렴."
그는 잔을 들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마음속에도 따뜻한 무언가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날 밤, 빗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던 막걸리 세레나데는 오래도록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첫댓글 어제는 새벽까지 막걸리 마셨네요ㆍ세레나데 좋아유
술 한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세레나데 식당에 막걸리에 얽힌 사랑이 가득하군요.
잘 읽었습니다.
저의 소주 한잔의 낭만은
일년에 한번쯤 마시는 핑계지요
이런 술집 있으면 지금이라도 그 분위기에 취할텐데
제천 의림지에 있는 낭만 짜장집은 이름 뿐
낭만은 없던데요
막걸리에 저도 잠시 취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