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울림’
* 飛龍비룡 辛鐘洙신종수 總務총무님 提供제공.
** 가을이 깊어가네요. 오늘, 가을 내려앉은 한잔의 커피와 함께 김수영의 ‘울림’에 빠져보시는 것 어떠세요? **
“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 있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 김수영의 묘비명에서
* 김수영(1921-1968)이 잠들어 있는 곳: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 282-329 도봉서원 내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
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자신의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김수영이 한 말이다. 자신의 주장처럼 시인은 온몸으로
시를 썼다. 영원한 권력을 꿈꾸는 권력자나 일상을 보듬고 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이나 고급 시
어 찾기에 몸이 야위는 시인들까지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김수영은 서울에서 태어나 조양 유치원과 계명 서당, 효제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선린상업학교에 진학한다. 선린상업을 졸업한 뒤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미즈시나 하루키 연극연구소에서 연출을 공부하다 1944년 학병 징집을 피해 귀국한다. 귀국 후 서울에서 연극활동을 하던 김수영은 같은 해 가족들이 있는 길림성으로 이주해, 길림성예술연구회에서 연극활동을 한다.
1945년 광복 후 서울로 돌아온 김수영은 「예술부락」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연극에서 시인의 길로 전환하고, 같은 해 연희전문학교 영문과에 입학했다, 한 학기 만에 그만둔다. 1949년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함께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펴내고 같은 해 김현경과 결혼한다.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 피난 시기를 놓친 김수영은 북한군의 문화공작대에 강제 동원되었다, 가까스로 탈출한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던 중 경찰에 체포되어 거제도수용소에 수용된다. 1952년 2년 만에 석방된 김수영은 미군 통역, 강사, 평화신문 기자 등의 일을 하다
1956년 이후 양계(養鷄)와 번역, 평론 등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시작(詩作)에 전념한다. 1959년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펴내고, 1960년 4·19 혁명 이후 현실비판과 저항정신을 담은 시들을 발표한다. 그러다 민중시의 출발로 평가되는 시 「풀」을 남기고 1968년 6월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김수영은 1960년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가 일어나자 시 「하……그림자가 없다」를 쓴다. 시 중 일부다.
- 전략
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 있다
민주주의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식으로 싸워야 한다
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민주주의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그림자가 없다
- 후략
4·19가 일어나자 시인은 시를 쓴다. 시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
기념탑을 세우자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 후략 --
날이 시퍼렇다, 시어의 날이. 돌려 말하기나 은근슬쩍 드러내기가 없다. 권력자는 멈칫하고 시민은 분연히 일상을 털고 일어서고 시인들은 자신의 시를 등 뒤로 서둘러 감춘다. 헤겔이 틀렸고 마르크스가 옳았다. 시인은 역사를 해석하지 않고 역사를 만들어간다.
공자는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엎드린다’(君子之德風군자지덕풍 小人之德草소인지덕초 草上之風초상지풍 必偃필언)고 했다.
힘없는 백성들의 예속을 길들이는 주장이다. 신분제의 그림자는 길고 강고했다. 민주정이 되
고서도 포장만 민주주의일 뿐 내용물은 여전히 왕정이었다. 한 줌도 안되는 세력이 땅의 주인인 시민을 겁박하고 억압했다. 군사정권이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때 김수영은 공자를 딛고 일어선다. 시 「풀」이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이렇다 할 가진 것 없는 ‘백성’을 일러 ‘민초(民草)’라 한다.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라는 의미다. 김수영은 바람은 지나가는 것일 뿐 땅을 지키는 상수는 ‘풀’이라 말하고 있다. ‘민초’의 의미 그대로 이 땅의 주인은 한 줌도 안되는 불한당 무리가 아닌 깨어있는 시민이라 말하고 있다.
시인은 시 「풀」을 쓰고 한 달이 안된 1968년 6월 16일 형형한 눈빛만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난다. “몸부림은 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민감하고 세차고 진지하게 몸부림을 쳐야 하는 것이 지식인이다. ‘진지하게’라는 말은 가볍게 쓸 수 없는 말이다. 나의 연상에서는 진지란 침묵으로 통한다”(염무웅 등 엮음,시는 나의 닻이다,2018,창비,247면 재인용)라는 자신의 말 그대로 지식인의 모범을 보여주고 떠났다.
지금 당신이 호흡하는 공기 속에서 자유의 싱그러움을 느낀다면 한 번쯤 당신은 시인 김수영
을 떠올려야 한다. 그 자유로 건너오는 강 어느 지점엔가 「하……그림자가 없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풀」이 징검다리 되어 놓여 있을 테니.
* 출처: 신동기 저 《울림》(M31, 2020년 9월 출간) p19-24- 4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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