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 수호지 - 수호지 49
- 송강, 드디어 적수를 만나다
궁중 경호장관 고 태위는 사랑하는 조카 고렴이 양산박 도적 떼에게 죽었다는 말을 듣고 분한 생각을
억제할 길이없었다. 그는 서둘러 입궐하여 휘종 황제 앞에 엎드려 고했다.
"양산박의 괴수 조개, 송강의 무리가 강도와 약탈을 일삼는 가운데 앞서는 계주에서 관군을 살해하고,
이번에는 고당주에서 관민을 살해하고 재물을 모조리 노략해 갔으니, 이들을 지금 속속들이
토벌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소탕하기 어려울 것 같사옵니다. 부디 이들을 치도록 영을 내려 주시옵소서."
천자는 놀라며 고 태위로 하여금 장수와 군졸들을 거느리고 양산박 도당들을 소탕하도록 분부했다.
고 태위는 군사들을 거느릴 총 지휘관으로 호연작이란 명장을 황제에게 천거했다.
휘종 황제는 호연작을 보더니 늠름한 모습에 기뻐하며 그에게 말 한 필을 하사했다.
그 말은 온 몸이 먹물을 칠한 듯 검고 네 개의 발은 분을 바른 듯 희며,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명마였다.
호연작은 고 태위와 양산박을 토벌할 작전을 의논하며 제의했다.
"지금 양산박의 형세가 자못 크니, 소장이 두 장수를 추천하여 선봉을 삼아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야만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고 태위가 물었다.
"그들이 누구요?"
"한 사람은 민병을 훈련시키는 교관 한도이고, 또 한 사람은 영주의 군사지휘관 팽기로,
두 사람 모두 무예가 출중하여 선봉으로 삼으면 적을 섬멸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고 태위는 몹시 기뻐하며 두 장수를 선봉에 세우도록 하였다.
이에 호연작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군사를 훈련시키도록 하는 한편, 황실 무기고에서 창검을 비롯한 무기와
갑옷과 투구 등을 가져오게 하여 충분히 싸울 준비를 한 다음 양산박으로 출발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양산박에서는 호연작의 군대를 맞아 싸울 계책을 논의하고 있는데,
군사 오용이 나서서 말했다.
"호연작은 명장이므로 그를 힘으로 사로잡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먼저 용맹한 장수를 보내어 싸우게 하고, 다음에 지혜로 사로잡아야 합니다."
진명이 오용과 상의하여 진을 짰다.
진명은 나가서 선봉을 치고, 임충은 제 2진을 치고, 화영이 제 3진을 치고, 일창정 호삼랑이 제 4진을 치며,
손립으로 하여금 제 5진을 치게 하되, 이 5대는 물레바퀴처럼 서로 응하여 전군이 후군이 되고 후군이
전군이 되어 번갈아 싸우게 했다.
송강은 열 명의 두령과 함께 본부 군사를 이끌고 후방을 지키되, 좌측 진영은 주동, 뇌횡, 목흥, 황신,
여방에게 맡기고 우측 진영은 양웅, 석수, 구붕, 마린, 곽성 다섯 두령에게 맡도록 했다.
또한 물에서 싸울 때는 이준, 장횡, 장순, 원가 삼 형제가 배로써 응원을 하고 이규와 양림은 보병을 지휘하여
잠복해 있도록 지시했다.
이와 같이 결정되자 진명이 먼저 군사를 이끌고 산을 내려가 넓은 평원에 진을 쳤다.
이때 겨울철이긴 해도 날씨가 따뜻했다.
이튿날 관군의 선봉대가 나타났으나 그 날은 서로 적진만을 바라볼 뿐 전투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관군 쪽에서 선봉장 한도가 창을 빗겨잡고 말을 달려나와 진명을 보고 크게 꾸짖었다.
"황제의 군대가 이르렀건만 빨리 항복하려 하지 않고 도리어 항거하니, 그 죄가 더욱큰 것임을 아느냐?"
진명은 본디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말을 몰아 칼을 뽑아 들고
달려나갔다. 진명과 한도가 20여 합을 겨룬 끝에 한도가 힘이 달려 뒷걸음을 치자 호연작이 황제에게서
하사받은 천리마를 타고 달려가 한도를 거들었다.
양산박의 임충이 그것을 보고 말을 몰아 진명 대신 호연작을 맞았다.
두 장수가 창과 칼을 휘두르며 50여 합을 넘게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임충이 말머리를 돌려 돌아서자, 호연작도 그의 무예가 출중함을 보고 또한 본진으로 돌아갔다.
화영이 창을 꼬나들고 말을 전진하자, 마침 호연작의 후군이 이르러 팽기가 칼을 빗겨잡고 말을 급히
몰아 나오며 화영을 꾸짖었다.
"이놈 역적아, 빨리 나와 내 칼을 받아라!"
화영과 팽기가 서로 어우러져 20여 합에 이르자, 팽기의 칼 쓰는 법이 점점 어지러워지는 것을 본
호연작이 달려와 도우려 하는데, 어느새 호삼랑이 내달았다.
호연작이 화영을 맡자 팽기가 호삼랑에게 덤벼들었다.
호삼랑은 도망가는 척하고 쌍칼을 말안장 밑에 감추고 스물네개의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꺼내 팽기가
오는 것을 기다려 밧줄을 던졌다.
의외의 공격에 팽기는 방어할 사이도 없이 말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손립은 부하에게 명하여 지체없이 팽기를 묶도록 했다.
팽기가 생포되자 한도는 관군에게 명하여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이를 본 송강도 신호를 하여 열 사람의 두령들을 시켜 접전케 하는 한편 후방의 4대 기병을
두 개로 나누어
관군을 좌우에서 협공토록 했다.
그러자 호연작은 급히 북을 울려 관군을 물러서게 한다음 다시 진영을 정돈시켜 마주보는 모양을 그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호연작의 진중이 모두 연환마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연환마란 말도 사람도 두 눈만 깜박거릴 뿐 나머지는 모두 철로 만든 갑옷으로 둘러쌓인 형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관군의 말은 마갑을 입고 사람은 갑옷을 입었는데, 사람은 오직 눈만 내놓았을 뿐이고,
말은 다만 네 굽을 드러내었을 따름이었다.
이를 본 송강은 급히 군사를 뒤로 물렸다.
송강이 산 서편에 이르러 군사를 정비하고 나자, 마침 군사들이 팽기를 결박하여 들어왔다.
송강은 이를 보자 군사를 꾸짖어 물리치며 친히 묶은 밧줄을 풀고 자리에 앉힌 다음, 그 앞에 절을 했다.
팽기가 깜짝 놀라 허리를 굽혀 답례를 하며 물었다.
"소장은 사로잡힌 몸이니 마땅히 참을 당해야 옳은 일인데, 장군이 도리어 이러하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송강이 대답했다.
"우리가 몸 둘 곳이 없어 잠시 양산박에 몸을 감추고 있으려니와, 이제 황제께서 장군을 보내시어
우리를 잡으려 하니 의당 우리가 항복을 해야겠으나 다만 목숨을 보전해야겠기에 이렇게 죄를 지었으니
장군께서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급시우 송강어른의 함자는 익히 들었습니다만 이제 뵈오니 과연 의기 심중하신 것을 알겠소이다.
만일 어른께서 소장을 용납하여 주신다면 마땅히 몸을 버려 보답하겠습니다."
송강이 크게 기뻐하며 두령들에게 팽기를 소개하고 작전을 짜는 데 함께 동참시켰다.
한편 관군 진영의 호연작과 한도는 연환마 전법에 만족해하며 내일의 작전을 세웠다.
"우리의 연환마에 놈들이 주눅이 든 것 같습니다."
"잘 보았소. 내일은 삼천의 기병을 한 줄로 세우고 삼십 기를 한 조로 해서 쇠고리를 잇고,
적을 만났을 때는 멀리서 활을 쏘고, 가까이에서는 창으로 찌르게 하시오.
삼천의 연환마 기병은 삼십 기씩 일백 대로 갈라 줄을 잇고, 오천의 보병이 그 뒤를 응원하게 하십시오."
묘책이 결정되자 날이 밝은 즉시 출전하기로 했다.
다음날의 전투는 과연 관군의 대승리였다.
송강이 군사를 물려 점검해 보니 반이 넘는 군사들이 죽었고 임충, 뇌횡, 이규, 석수, 손신, 황신 등이
적의 화살을 맞아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관군의 승리가 조정에 보고되자 황제는 호연작에게 어주를 내리고 양산박을 토벌하고 오면 모든
병사들에게도 큰 상을 내리겠다는 말을 전했다. 호연작은 황제의 칙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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