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 복 바가지
김민술
전라북도 남원 골에 놀부와 흥부 형제가 살았다. 흥부는 심성이 고와 착하고 논, 밭 한 퇴기도 없으면서 삼시랑 네가 연을 주는 대로 아기를 낳아 아기가 올망졸망 연아 무명 되고 놀부는 심술보 하나 더 오장 칠보 심술꾸러기다.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먹는 것이 아까워 아기도 없다. 그래서 곡간이 그득하다. 흥부가 보리쌀 좀 달라고 하면 부지깽이로 종아리를 때려 그냥 보냈다.
예전에 그릇이 귀할 때 바가지는 요긴하게 썼다. 특히 물을 푸고 농산물 쌀, 보리, 콩, 팥 퍼 담는 데 일등 공신이었다. 호박심어 반찬 만들고 박은 초가지붕에 올려 한해 연 아무개 바가지를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했다. 바가지가 뭔가? 의구심을 갖는다면 바가지는 놀부 형제 그리고 제비와 뱀이 등장한다.
어느 날 춘삼월 흥부네 처마에 제비가 집을 짓고 새끼를 부화했는데 뱀이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을 어미 제비가 죽기 살기로 뱀을 쪼아내고 제비도 떨어져 다리 골절 된다. 흥부가 발견하고 정형외과 의사도 아닌데 다리에 부목하고 깃스해 지극정성으로 치료했다. 흥부가 복 바가지 얻기 위해 깃스를 해준 게 아니다. 어질고 착한 마음씨가 그랬을 것이다. 흥부야말로 심성이 착해 논, 밭 한 틔기 없이 삼시랑 네가 연을 주는 대로 낳아서 자식이 연 아무명 되고 밥 달라는 자식들 달래려고 형님 댁으로 간다. 형님 저 왔습니다. 보리쌀 한 되 박만 주세요. 애궐 한다. 보리쌀은커녕 부지깽이로 종아리 맞고 쫓겨나며 형수가 가마솥에 밥을 푸는데 한 그릇만 주세요, 하다 밥 푸던 주걱으로 뺨을 맞고 피식 웃으며 얼굴에 밥알을 띠어 먹는다. 가난은 용천에 비한다고 명색이 도련님 인데 윤리조차 모른다.
시간이 지나 심었던 박이 초가지붕에 주렁주렁 열렷다. 흥부는 제일 큰 것으로 따 톱질하며 박속에 쌀보리 가득하여 굶주린 새끼들 배불리 밥 먹이는 게 소원이었다. 이게 웬일, 금은보화가 가득하고 신선이 노래하며 나와 음식을 장만하여 대궐 잔치를 벌였다. 일순간 흥부는 남부럽지 않은 부자가 된다. 소문은 놀부 집으로 놀부가 가만있으리? 부랴부랴 흥부 집에 당도한다. 흥부 있느냐? 예 하고 나오니 거두절미하고 박통 이야기한다. 선후는 이렇다고 이야기 하자 곧바로 집으로 와 제비 생다리 부러뜨려 부목하고 치료해서 흥부보다 열 배 많이 나올 박 씨를 주문한다.
이듬해 제비가 박 씨 하나 물고 와 놀부에게 건네주니 좋아라. 물주고, 걸음 주어 빨리 크라고 아침저녁 조아린다. 시간이 흘러가고 놀부네 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제일 큰 것으로 따다가 톱질하며 흥부 네 것보다 열 배 더되게 금은보화를 주문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금은보화는커녕 도깨비가 나와 놀부네 가족을 혼쭐내니 사방으로 흩어져 거지가 된다. 흥부 이야기 고만 접고 색다른 이야기 하나 더 해보자.
앞에서 말한 그대로 바가지는 무언가를 퍼내는 그릇, 인 바가지다. 그런데 사람이 조롱당하며 골탕 먹는 게 속아서 바가지 썼다. 하는 신조어가 생겼다. 그릇인 바가지에 요금을 비싸게 내 손해 본다는 의미가 담긴 것은 조선시대 말 바가지 같은 그릇 여러 개를 엎어놓고 이리저리 섞은 후 속에 넣었던 숫자를 맞추는 도박이 유행했다. 숫자가 틀리면 걸었던 판돈을 잃었는데 이때부터‘바가지 섰다는’ 관용구가 생겼다. 사람은 어려울 때 순간을 바보처럼 행동한다. 어리석은 사람이다. 한 푼 갖고 떡 하나 사먹느니 도박해서 열 배불려 많은 떡을 사고 싶어서였다. 잃으면 오기가 발동하고 본전 생각에, 있는 돈 다 걸어 읽고 나면 패가망신이다. 패거리들은 전문적 계획적으로 사기도박에 눈물 없이 갈취해간다.
시골에서 거지가 밥을 동냥할 때 바가지 가지고 다닌다. 거지형편에 따습고찬 밥 가릴 수 없고 반찬도 따로 챙기지 못하니 바가지 하나로 시쳇말로 짬뽕이다. 안성맞춤 아닌가? 새도 일직 일어나야 싱싱한 모이를 먹는다는 말처럼 거지도 부지런해야 한 끼라도 더 얻어먹는다. 아침 조반 챙기는 시간을 잘 맞추어야 김이 나는 밥 한술 얻을 수 있다. 내 알기로는 거지는 평생 거지다.
택시요금 바가지 있었다. 지금도 곳곳에서 택시 바가지요금으로 사회적 문제로 산업화가 본격화하던 때다. 택시 기사는 하루 사람을 백여 명 싫고 내린다. 그러다 보니 관상쟁이가 다됐다. 척 보면 시골 띠기 알아보고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간다. 요금이 더 나오도록 미터기 조작해 시골 사람 엄청 바가지 쓴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국위가 손상되던 우선 돈을 벌고 싶어 양심을 속인다. 출퇴근 시간도 마찬가지 손님 골라 태우고 합승도 하고 누우면 코 베어가는 서울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가난하고 의지할 때 없는 지성至誠과 감천感天의 우정에 하늘이 감동하여 복을 주었다는 설화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바가지 금이 가서 집에서 사용할 때 물이새면 당연히 밖에 내놔도 새겠지요, 본바탕이 금이긴 바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본바탕이 나쁜 사람은 어디를 가나 그 본색을 드러내고야 만다는 말입니다.
물새는 정도가 때워 쓸 수 없으니 이제 깨트려야 한다. 그래야 새 바가지를 써서 살림을 꾸려갈 수 있지 않은가? 파박 破朴 바가지 깨트려야, 야바우, 미터기 조작 돌아가기 택시 기사 바가지 깨트릴 수 있으니 종로 사거리 가운데 사기 바가지 놓고 구둣발로 밟아 부숴 버리자. 바가지 쓰고 나면 얼마나 괴로운지 바가지 안 써본 사람은 그 심정을 알까? 바가지요금 일벌백계 하여야 우리가 산다.
(202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