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20쪽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가끔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아프리카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국인들이 냉장고에 먹을 것들을 가득 채우고, 좋은 옷을 입고, 10대들도 대형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상상을 초월하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문한다. 왜 아프리카인들의 삶은 그렇지 못한가?”
그러면서 이야기는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로 이어집니다.
전제는 “아프리카는 가난하다”는 것일 터인데
내가 보기에 아프리카는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손꼽을 수 있는 유전(油田)이 있고
역시 세계 최대라고 할 만한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으며
강인한 체력과 신체능력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이 있고
그들이 이어나가야 할 역사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역사도 있었’다고 말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라고는 ‘마다가스카르’ 말고는 가 본 곳이 없지만
그들의 역사는 오늘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들어가서 그들의 삶을 온통 흐트러뜨리면서
역사적 맥락은 끊어지고 말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프리카의 문제는 가난이 아니라 비극입니다.
그들은 서구인들이 누리는 문명과는 거리가 멀지만
분쟁이나 내전이 있을 때는 서구인들이 가져다 준 무기로
서구식으로 싸웁니다.
서구인들의 눈으로 보면 그들은 무지한 사람들이고
그들이 서구식 재산 개념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이지만,
사실 그들의 비극적 현실은
속속들이 서구인들의 식민지배와 관련이 있다고 해야 옳습니다.
서구인들은 이에 대해 깊은 성찰과 거기서 이어지는 뼈저린 반성,
그리고 ‘원조’가 아닌 ‘보상’이 필요합니다.
‘원조를 해 주었더니 온통 부패한 권력자의 배만 불려주었다’는 식의 발언은
그들의 ‘도움’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아프리카인의 입장에서 먼 데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한 마디로 말하는 것인데도
‘무지개의 땅 아프리카’가 비극적 현실에서 벗어나는 길은
서구화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제국주의자의 또 다른 횡포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아주 비슷한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었지만
‘멋지게 극복한 한국과 같은 나라’도 있다는 말에는
한숨만 나왔습니다.
읽어서는 안 될 책의 첫째 목록에 넣을
그야말로 한심한 책을 읽는 동안
자꾸만 슬픔이 목구멍으로 기어오르는 것을 가누느라
많은 애를 썼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