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농원
아무리 빼어나게 멋진 나뭇가지라도 그것 하나만으로는 봄이 왔음을 알 수 없다.
울긋불긋 온갖 꽃들이 만발해야 비로소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세상 살아가는 방법도 황량한 들판에서 홀로 자라난 수려한 나무보다는 온갖
잡초가 무성한 초원에서 자라는 귀한 사람이 되리라. 당신의 열정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한다면, 모두가 힘이 하나로 모아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세상 안에 있는 우리 가정도 아주 특별한 행복이 올 것이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30년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해남농원 배기완 씨는 나무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한다. 나무는 한 자리에서 묵묵히 한 길을 가지만 결코
제 혼자 그 길을 가지 않는다. 나무는 물을 먹고 살지만 물끼가 너무 많으면
함초로히 물을 훔쳐 땅을 패이지 않게 하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면 가지들이
흔들려 바람이 가는 속도를 줄어주어 다른 나뭇가지가 부려지지 않게 도와준다.
배기완 씨는 나무의 성품을 많이 닮았다. 나무는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산뜻한
산소를 제공해주듯, 그도 역시 어느 사람에도 따뜻한 마음이 지녔다.
해남농농원은 해남 계곡면 가학리에 있다. 향나무와 동백나무 그리고 황칠나무가
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특히 배 씨는 동백나무와 황칠나무에 대해 애정을 쏟고
있다. 동백나무는 고목나무부터 어린나무까지 다양하게 기르고 있다. 동백나무의
자생지를 찾아서 꽃이 단아하면서 꽃잎이 추운 날씨에 잘 견디는 씨앗만 채취한다고 한다.
황칠나무는 요즘 혈액에 좋다고 하여 인기가 좋다고 하지만 배기환 씨는 10년 전부터
키워왔단다. 중국의 진시황이 인삼나무라고 불리는 황칠나무는 정원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배기완 씨의 부인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다양한 화초를 기른다. 지금은 남편이 하는
일에만 돕고 있지만 한 때는 야생화 화원을 운영했었다. 지금도 시장에 내다 팔
야생화초를 기르고 있다. 그리고 야생화 화초를 기르는 방법도 일러준다.
첫째 화초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단다. 둘째는 필요할 때만 물을 주고 화분 흙의
표면에 말랐을 때만 물을주어야 한다. 셋째는 원산지가 열대 지방인 화초는 외풍을
몹시 싫어하므로 환기를 시켜줄 때는 문을 모두 활짝 열지 말고 창문만 열어준 것이
좋다고 한다. 넷째는 물을 주고 난 뒤에 화분받침에 고인 물이 2~3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있으면 따라 버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린 화초는 매년 1번은 분갈이를 하고 다 자란
화초는 2~3년 한 번씩 해주어야 한다. 서로 화초들이 닿지 않게 해주고 주로 화초들이
밝은 창가를 좋아한다고 전해준다. 제일 좋아하는 꽃은 그래도 남도를 대표하는 동백꽃을
좋아한다. 그것도 흰동백을 무척이나 좋아한단다. 옥천 죽천마을에서 시집와 꽃과 나무와
함께 살아온 것이 제일 행복하다는 배기완 씨의 아내는 남편과 함께 일하는 두 그림자를 보면
작은 즐거움이 큰 기쁨보다 훨씬 났다고 한다. 일하다 새참으로 가까운 텃밭에 노지상추를 띄어
먹는 일은 이들 부부의 일상이다. 입가에 쓰디쓴 상추냄새는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도 아깝지
않는 듯 보였다. 이제 세월이 점점 짙어져 오십에 가까운 이들에게 꽃이 지고 진짜 아름다운
초록꽃을 보는 듯하다.
해남농원 배기완 씨는 논농사와 미꾸라지 농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일하는
모습이 다르다. 하지만 나무를 좋아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이웃과 함께 웃음 짓는 그의 얼굴에서
한결같은 희망이 있다. 그것은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명에 대한 강한 애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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