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동안의 야영생활과 여행 코스에
남편과의 협상 끝에 순천만에 들리기로 했다.
남편은 우리나라에서 다섯번 째로 큰 섬인 여수 '돌산' 에서 태어났으며
고등학교 이후엔 거의 서울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바로 옆 동네인 순천을 잘 모른다.
순천만 연안습지대는 더더욱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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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으로 끌고 갔다.
남편은 닷새동안의 여행 중에 하이라이트라고 평가했다.
바로 옆 동네에 이러한 진풍경이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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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탕 순천만 갈대바람과 싸우고
탐사선을 타고 흑두루미 350 여마리를 아주 가까이서 관찰하고 난 후
마침 출출했던 우리 부부는
순천만 님의 사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전주콩나물국밥집으로 달렸다.
전주에 가서 원조 콩나물국밥도 먹어봤지만
순천의 전주콩나물국밥 맛은 기막혔다.
사모님께서 직접 담그시는 '모주' 한잔에 알딸딸~
여수 돌산 시댁까지 어떻게 갔는지 나도 모르겠다.
(꾸벅꾸벅 조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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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씀드리고자 싶은 건 이제부터이다.
콩나물국밥집 대문에 두 마리의 개가 지키고 있었다.(흑백 사진)
국밥집 안은 온통 이름도 모를 사진기와 순천만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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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문제가 아니였다.
5~60년도 더 되었을 4옥타브짜리 풍금.
국밥집에 들어오면서부터 그 녀석이 자꾸 손짓을 했다.
일본제 '야마하' 의 고급스런 풍금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선 그나마도 왠만하다는 '아리아' 제품도 아닌 것같고.
순천만 님께선 소리도 참 잘난다고 말씀했다.
난 오른쪽 구두의 모래와 먼지를 털고
페달을 밟고 건반을 눌러봤다.
놀랍게도 소리가 잘 울렸다.
풍금의 오른쪽 구석을 보니
'광양남국민학교' 라는 낡은 금속마크가 확실하게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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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는 자리.
속 풀리는 전주콩나물국밥이 있는 자리.
그리고
모주 한잔이 사람 마음 넉넉히 풀어주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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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말했다.
정말 자주 들리고 싶은 곳이라고.
첫댓글 그.래.서. 남편은 모주 10병을 택배로 부탁했답니다. 남편 체질에 맞는 약주였기 때문이죠. 황공스럽게도 한병당 1천원씩이나 깍아주시고 주문한지 단 하루만에 사무실로 도착!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요즘들어 힘에 버거운지 '모주' 한모금씩 합니다. 약주란 좋은 것이여~~~.
글을 참 정감있게 잘 쓰십니다. 전주콩나물국밥집은 잘 모르지만 콩나물국밥은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메뉴이죠. 1주일 내내 콩나물 국밥만 먹어도 질리지 않을만큼 좋아해요.
지는 일년내내 먹구 살구 싶어유~~~~~~.
풍금이 있는 자리엔 모주와 전주콩나물 국밥과 함께 따로운 정이 흐른다...풍금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처럼...난중에 함 가보아야겠어요....^^
난중은 기다리지 않는다오. 빨랑 틈만들어 후다닥=3=3=3 튀십시오.^*^ 별빛 님 노가다 시키는 남정네들이 넘 많아 탈~ㅋ전 한 놈도 버거워 헉헉거리는데요. 참으로 장하십니다. 짝!짝!짝!
메뉴는 딱 한가지에요. 식사는 콩나물국밥, 주류는 모주. 저희가 오후 두 시넘어 늦은 시간에 갔는데 많은 손님들이 있었어요. 나오면 바로 암실(흑백사진 작업실)도 있는데 스무살 때 화가 선생님의 암실에서 선생님이 작업하는 과정을 관찰하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10월 20일 순천만 갈대축제 때 러시아 아모르강에서 날아온 흑두루미 부부 한쌍을 시작으로 지금은 약 350 마리의 흑두루미가 있었어요. 새끼들을 지칭하는 이름이 있는데(노랗다는 뜻이 포함된) 세찬 갈대바람에 머릿속에서 날려버렸고 사십 평생에 처음으로 철새가 활개치며 날아오르는 장관도 감상했지요.
( )안의 글. '어린 새'라는 뜻으로 '유조(幼鳥)'라고합니다. 글을 맛나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유조. 전 워낙 메모도 안하구 머릿속에 집어넣지두 않구해서 그냥 느낌만 마음에 품고 다닌답니다. 성격이 워낙 한 번 하자면 너무 꼼꼼히 하는 타입이라 체력 소모가 무척 심해서요.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도 왠만하면 가지고 다니지 않고 휴전전화로 사진이나 동영상도 잘 찍지 않는데요...... . '유조' 는 확실히 기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밤새도록 '유조, 유조, 유조~~~~~~' 하면서 잤습니다. 꿈에.ㅋ
저희 고향이 순천만하고 가까운 곳인데 꼭 한번 들러 보아야 겠네요 부안 백합구이 집에서 처음으로 모주를 한잔 했는데 그 맛이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야말로 약주 한 잔 이더군요!!!
약발 끝내줘요~~~~~~~~.^^*(모주 덕분에 1kg 몸무게가 늘었다는 사실.)
어제도 여수 엑스포 발표나는 순간을 포착하려 밤을 새웠는데 마침 있을 듯한 맥주가 없어 모주 한 병을 또 꼴짝~ 꼴짝~ 그.리.하.여. 또 1kg 더 늘었다는 좋은 소식과 함께 엑스포 유치 순간 포착! 피곤혀~ㅎㅎㅎ(서울 떡이 언제부터 여수사람 되었다고.ㅋ)
날씨가 쌀쌀해지니...콩나물국밥 생각이 간절합니다...순천만 벙개때 넘 맛있게먹었어요...모주도 참 맛있었고 뒷맛이 가벼운 동동주 보다는 텁텁하며 진한향이 정성가득한 보약 한사발을 들이키는 기분이었죠. TV에서 순천만 소개할때에 옆동네처럼 친밀감이 느껴지더군요^^
보약 한 사발 들이키는 느낌! 따악~.
역시 '수필작가' 다운 표현.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