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 모여 아침식사를 했다.
혼자서 배낭을 챙겨 나온다.
아이들에게 가자고 하고 싶지만, 내 맘만 상할 것이다.
9시가 못되어 나선 길이다.
9시 20분쯤 소태역에 내리니, 점심 준비가 안됐다.
예전 김밥집을 찾는데 없어졌다.
수퍼에 들러 만주와 소시지 빅파이를 3,200원주고 산다.
정자에 올라 겉옷을 벗고, 수건을 맨다.
카메라도 꺼내 흐린 무등을 찍어본다.
가까이 보이는 새인봉의 암벽을 매달려 오를 수 있을까?
참꽃이 듬성듬성 피었다.
생강나무 노란꽃도 보이지만 다른 꽃은 아직이다.
10봉인가 장군봉인가를 지나 새인봉이 건너다보이는
선바위에 자리를 잡는다.
배낭을 풀어 술 마시고 '신화와 인생'을 꺼내 읽는다.
호젓한 길인줄 알았는데, 지나는 산꾼들이 있어 부담스럽다.
소시지에 소주를 마시니 힘이 난다.
다시 일어나 걷는다.
중머리께에 이르자 사방에서 점심판이 벌어졌다.
고개를 숙이고 샘에가서 물 한모금 마시고 계속 오른다.
용추 삼거리에서 중봉 하단 쪽으로 걷는다.
가끔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뜸하다.
여기도 이름이 있을텐데---, 그냥 지나서 나무 없는
등성이 바위 위에 앉아 아껴둔 소주를 마져 마신다.
과자는 영 맛이 없다.
너홉소주가 바닥이 가까워지자 아깝다.
쌀랑한 바람이 불어오자 옷을 입고 차분히 논다.
술에 취했다.
다시 일어나 서석대로 오른다.
서석대 지나 입석대를 지나다 긴 바위에 누워 잠을 잔다.
장불재에서 서석대와 입석대를 처다보고
너와나의 목장 쪽으로 내려간다.
술에 취한 몸이 어찌 내려가는지 모르겠다.
너와나의 목장에서 만연산 정상쪽으로 걷는다.
능선삼거리에서 만연사 쪽으로 내려간다.
복수초는 다 지고 초록 열매를 맺어간다.
산자고와 현호색을 본다.
흰제비꽃은 어떤 것은 이파리가 가늘고 어떤 것은 동그랗다.
만연사에 닿자 어둑해진다.
동구리에서 정다산의 독서비를 본다.
한글과 한자를 읽어본다.
박석무가 글을 옮기고 해제를 붙였다.
화순 터미널까지 걸어 152번 버스를 타고
충파앞에서 내렸다.
이문식당에서 설렁탕에 가시오가피주를 3,000원 한다하여
한병을 마셨다.
광주극장에 가서 8시에 하는 '킬러들의 도시'를 봤다.
소시지에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