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정보원 카폐 ‘사회복지관 재가복지 분과활동’ 안에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되도록 전부 자연주의사회사업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을 정리해 올리기로
정수현, 임병광, 최진열, 김희진 등 여러 선생님들과 약속한 뒤 도시락사업에 대해 예전 기억을 더듬으면서 적어보았습니다.
작년 6월 대안학교에서 땀 뻘뻘 흘리며 사례 발표했을 때 메모했던 글 위해 정리했습니다.
입사하면서 맡겨진 첫 업무였기에 참 재미나게 일했었는데 정작 기록된 것이 없어 잘 정리가 되었을지 걱정입니다.
일단 올리고 계속 생각을 보태면서 다듬겠습니다.
복지관에서 입사하면서 처음 맡게 되었던 도시락배달사업의 고민은
‘일요일에 배달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구청에 예산을 신청할 때에 열다섯 분의 어르신을 365일 지원하는 것으로 계산하여 비용을 청구하였으나
구청에서는 그렇게 지원할 예산이 없고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항상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했으니
그렇게 다시 청구하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결식의 우려가 있는 어르신을 지원하겠다는 뜻에서 시작한 사업인데
일요일에 복지관이 일하지 않으니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당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한덕연 선생님을 통해 천안복지세상에서
밑반찬을 지역사회에 있는 교회와 함께 하는 사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역시 지역사회에 있는 교회의 참여를 통해 이를 풀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주 7일의 예산이 주어진다 하여도 일요일에 어르신께 식사를 전하는 것을
복지관이 직접 행한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겠고,
무엇보다 그런 방식으로는 10년을 해도 지역사회가 변화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잘 주선하는 것이
복지관의 정체성에 어울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는 항상 일요일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또 함께 모여 식사하니
식사준비하면서 열분 정도의 식사를 더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침 이런 제 고민을 알고 계신 관장님의 주선으로 도봉성결교회 구제사역담당인 조 장로님을 만나게 되었고
장로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장로님은 흔쾌히 동의하셨고 이후 교회 예배 후 광고시간을 통해 뜻있는 사람을 모았고
두세 명 정도가 배달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당장 배달활동은 못하지만 관심 있는 분이 열분 정도 되신다고 하셨고
그 분들을 위해 복지관 사업과 식사 나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하여
예배 후 친교시간에 교회에 찾아가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도봉성결교회에서 열 가정 정도를 맡아 성도들이 드시는 식사를 조금 나눠
도시락에 담아 각 가정으로 배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도시락을 복지관에서 지원하였고 다음 해부터는 교회에서 직접 구입하여 진행하였습니다.)
교회에서는 부담 되지 않았고 이 활동에 대해 소문이 나면서 다음 해 부터는
본격적으로 교회 안에서 순서를 정해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봉성결교회에서 만든 도시락이 기존 복지관 서비스로 전해지던 도시락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우선 양에 있어 차이가 있었습니다.
몇 번 전하고 나면서 각 가정의 사정을 조금씩 알게 되셨다며
어떤 집은 손자가 있어 밥을 더 했고 또 어떤 집은 치아가 좋지 않아 반찬을 가려 담으셨습니다.
반찬도 특별히 따로 조리한 것이 아니라
교회 성도들이 먹는 것과 같은 것을 덜어 만든 따끈하고 맛있는 도시락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해 지나면서 복지관에서 도시락 서비스를 전하는 모든 가정을 다 맡아주셨습니다.
구청의 방침에 따라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가정도 성결교회에서는 계속 살펴주셨고
그렇게 이제는 복지관에서 어려운 이웃을 교회에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해야 할 마땅할 일을 잘 찾아 행하신 것이고
복지관 또한 (여전히 부족하기는 하나) 어려운 이웃을 그 지역에서 함께 생활하는 교회에 부탁하는 모습이 된 것입니다.
‘관계’라는 것이 그렇듯, 몇 년을 꾸준히 섬기다보니 교회식구들은
자연스럽게 어르신 집안사정도 알게 되었고 정도 쌓이게 되었습니다.
도시락 전해드리면서 차도 마시고 차 마시면서 눈여겨봤던 고장난 부분도
교회 남선교회 집사님들 모셔다 손봐드리고,
교회 청년들에게 부탁하여 영정사진도 촬영하고,
다른 여선교회 집사님들과 맛있는 음식 장만하여 평일에 날 잡아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동네에 소문이 나면서 복지관 근처에 있던 '영신교회'도 참여하게 되었고
영신교회 목사님의 '부름받아' 교회 목사님실에서 차마시며 동네 일 상의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 나눈 뒤 교회의 역량을 고려하여 다섯 가정을 맡아 식사나눔을 진행하기로 하셨고
또 여유가 되신다면서 또 다른 세 가정은 많지 않지만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보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렇게 영신교회도 지금까지 수년 동안 정성껏 동네 어르신들 섬겨주셨습니다.
* 복지관 떠날 때에도 영신교회 목사님이 아쉬워하시면 꼭 한번 들렸다 가라 하셨습니다.
* 여기까지가 제가 맡으면서 했던 모습이었는데, 이 또한 교회들이 섬기는 스무 가정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교회와 함께 상의하면 좋겠습니다.
*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일에 대하여 한덕연 선생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가 있는데,
이 교회들로부터 섬김 받는 스무 가정의 어르신들 중 혹시 교회에 다시는 분이 계시다면
우선 그 교회가 섬길 수 있도록 해서 범죄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 후 어르신들께 여쭈었더니 어떤 분들은 이미 속해있는 교회(혹은 성당)로부터
도움을 받고 계신 분도 계셨고, 또 어떤 분들은 교회에서 당신이 이렇게 어렵게 사는 것을 모르는데
그것을 알게 될까봐 두렵다고 하셨습니다.
교회라도 편하게 다니고 싶다는 분도 계셨고 괜히 교회도움 바라고 가는 사람이라 오해받을까봐
알리고 싶지 않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결국 제 상황 속에 어르신이 속한 교회에 알리고 상의하는 일이 있지는 않았으나
귀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뒤늦게 한덕연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2009.3.17
첫댓글 고맙습니다. 교인 중 어려운 분은 교회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성서적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지요결 중 [교회사회사업]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만 교회 안에서 알려지기를 꺼리고,또 같은 교인에게 도움 받는 것을 꺼릴 수 있으니 이 또한 당사자에게 먼저 걸언하는 것으로 피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로 복지요결에서 '과부교인'부분을 찾아 읽었습니다.
교회는 어려운 성도를 돕는 구조나 기금을 가지고 있더군요. 교회에 다니는 이웃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선 당사자에게 걸언하고, 다니시는 교회에 걸언하는 것만도 길이 보이겠습니다.
지역의 교회는 이웃을 위한 나눔에 열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거들어 드리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을 저 또한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세진 선생님의 경험처럼 교회는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때문에 그 음식으로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기 쉽지요. 본오복지관도 그렇게 두 곳의 교회와 연결되어 필요한 이웃을 알려드리고, 교회에서 주일에 자체적으로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세진 선생님의 글을 보니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