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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유일한 혁신학교, 서초중학교
“돌봄 보다 수업 혁신에 초점”
낙오자 없이 훌륭한 인재를 만드는 동시에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꿈
‘강남의 혁신학교’. 형용모순의 느낌이 짙습니다. 서울에서도 강남 지역은 대입으로 향하는 첨단, 입시교육의 중심에 있는 학군입니다. 반면 혁신학교는 ‘입시교육’으로 발맞춰 뛰어가며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국내 교육 풍토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입시교육’과는 대척점에 있다는 인식이 높지요.
서울 강남의 유일한 혁신학교, 서초중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서초중의 혁신부장 박정은 교사는 “혁신학교는 특별한 모델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학력신장의 욕구가 높은 강남 학군의 한 가운데서, 서초중학교는 어떤 혁신학교의 모델을 찾아가고 있을까요. 지난 3월부터 서초중에서 일하고 있는 혁신부장 박정은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장통 후 혁신의 길로, “이제 시작이다”
서
초중이 혁신학교로 지정된 것은 지난 해 9월입니다. 이제 혁신학교를 운영한지 1년 가량 된 셈입니다.지난해 6월, 혁신학교 공모를 앞두고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에 대한 욕구들이 교내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우리 학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새 교장선생님이 부임하기도 했고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바람이 불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혁신학교가 뭔지도 제대로 모른 채 시작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지난해 6월 직원회의에서 공모 찬반투표가 열렸고, 60%의 찬성으로 공모신청을 해 9월 혁신학교로 지정이 됐습니다.
시작은열정적이었습니다.
“20~30대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혁신소위원회를 만들고, 전 교사를 대상으로 혁신학교 직무연수를 실시하기도 했어요. 또 지난해 12월부터는 자발적으로 교사연구동아리도 만들어졌고, 수업혁신에 관한 토론이 이뤄지기 시작했죠.”
그러나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민주적인 학교 운영방식을 두고 교장과 혁신TF팀의 젊은 교사들 사이에 갈등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모든 혁신학교가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젊은 교사들도 이 과정을 통해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전체 교사의 절반인 교사 30여명이 교체되었습니다. 대부분 혁신학교 추진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교사들이 의지를 갖고 부임했습니다. 한반에 학생 수가 많으면 협동학습 운영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학급수도 4개가 더 늘었습니다. 새로운 교사들과 함께 혁신학교로 향하는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고,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박 교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혁신학교의 자기반복과 고착화입니다. 혁신학교에 정답은 없다는 것. 그는 “(혁신학교에 일반화된)협동학습이 모든 수업에 적합하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어떤 학교는 미리 경기도형 혁신학교에 대한 공부를 해서 그대로 일년 내내 프로그램을 짜놓았다고 합니다. 교사들이 과부하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요. 타 혁신학교 참관이나 연수 등을 통해 배움의 공동체 등에서 말하는 협동학습이 모든 교과목에 효과적인 것 같지 않다는 문제의식도 공통적으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전문성을 신장하고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수업 모형을 보여주자는 것이지, 꼭 기존의 틀에 맞추자는 것은 아닙니다.”
돌봄보다 수업혁신에 방점
박 교사의 말처럼 서초중은 혁신학교로서의 방점을 ‘수업 혁신’에 두고 있습니다. 많은 타 혁신학교가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돌봄과 치유의 교육을 내세우고 있는 것과 다른 점입니다.
“아무래도 이 지역은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많은 타 지역과는 다릅니다. 강남 지역의 학교이다 보니 아이들 학습 수준이 다른 데보다 높은 편이죠. 여기에 맞는 수업혁신을 이루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 교육의 전문성 신장과 열정을 일깨우는 혁신진무연수(위), 더 나은 수업을 위한 수업컨설팅(아래)
서초중은 수업혁신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교내에서 혁신학교직무연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1년 15시간, 혁신학교 관련 전문 강사를 초빙해 건의사항을 이야기하고 서로 토론하고 개선점을 찾는 시간을 갖는 것이지요.
1년에 6회 제안 수업과 수업 컨설팅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제안수업은 주입식 수업을 탈피해보고자 교사들이 교과협의를 통해 만든 토론과 협동학습의 수업입니다. 각 교과 교사들이 ‘이 단원은 이런 식으로 수업해보자’고 협의하면 수업시간에 적용해보고, 그 중 한 반을 택해 제안수업을 통해 수업방식을 공개합니다. 10여명이 교사가 참여한 가운데 학생들은 모둠별로 앉아서 토론과 학습을 하고, 교사는 그 안에서 어떤 배움이 일어나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체크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하면 학생의 성격과 특징까지도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제안수업이 끝나면 바로 수업 컨설팅을 합니다. 제안수업에 참여한 컨설팅 전문가가 교사들과 수업이 어땠는지,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협의하는 시간입니다.
공개수업도 일상적으로 이뤄집니다. 수업에 새로운 모델을 적용시켜 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 영자신문반 학생들의 토론 모습
박 교사는 지난 학기부터 발행하고 있는 영자신문을 자랑거리로 내세웠습니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인 강남지역 특성상 서초중에는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15명의 학생이 기자가 되어 학교행사와 소식, 책‧영화 소개, 해외소식 등 신문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을 담습니다. 신문을 보는 학생들은 수련회 사진에 자기 얼굴이 나왔는지, 스포츠리그에서 누가 이겼는지를 친구들과 관심있게 본다고 하네요. 박 교사는 “학생들이 수준차가 크다.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실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만족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전체적인 학습 수준이 높다보니,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실력향상의 욕구도 높습니다. 이를 위해 서초중은 ‘급우간 학습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성적이 높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를 희망하는 학생끼리 멘토 대 멘티로 엮어 한 학기 동안 서로 도움을 주게 한 것입니다. 눈높이가 같은 학생 입장에서 서로 ‘윈 윈’ 하자는 취지였죠. 실제로 일정 등수 이상 성적이 오른 팀에겐 시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과수업 외 학년별 창의체험활동 시간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1학년의 경우 국악기인 ‘소금’ 익히기, 2학년은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라인 댄스, 3학년은 강남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영어와 뮤지컬이 합쳐진 ‘영어 뮤지컬’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12월 공연을 앞두고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를 연습 중이라고 합니다.
스포츠 활동도 열심입니다. 축구, 농구, 야구 등 종목별로 자발적 ‘학급별 리그전’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학생들은 자비를 털어 유니폼을 맞춰 입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 교사는 “특히 남학생들이 스포츠 활동을 통해 폭력성이 많이 순화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 영어뮤지컬을 준비하는 3학년 학생들(좌), 즐겁게 라인댄스를 추는 2학년 학생들(우)
▲ 농구·탁구 스포츠동아리 학생들의 체육활동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을 향해 달리는 풍토가 팽배한 지역, 입학사정권 안에 있는 학교로서 학부모들과의 갈등은 없을까요. 박 교사의 말입니다.
“저는 혁신학교의 취지와 학력 신장이 꼭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혁신학교의 본질은 교사들은 수업을 열심히 하고, 학생들은 학력 신장해 가는데 다만 즐거운 분위기에서 모두가 행복해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강남 학교이다보니 물론 학력 신장 욕구가 많습니다. 그 욕구도 만족시켜주고, 그 쪽이 아닌 부모님들은 또 스포츠나 문예체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다양한 길을 갈 수 있게끔 하도록 노력 중입니다.”
출근하고 싶은 학교
서초중의 또다른 변화 중 하나는 교사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서초중은 정기적으로 교사들 간 친목을 다지는 ‘교사 어울마당’ 시간을 갖습니다. 지금까지 3차례 ‘교사 어울마당’을 열었는데요. 다함께 산행을 가기도 하고, 발전적 수업혁신 방향을 논의하는 협의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최근 7월에 열린 어울마당에서는 탁구대회를 열어 함께 응원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박 교사는 “마음이 열리면 그 때부터 변화는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선생님들 사이에 즐거움이 있으면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이 전달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혁신학교를 하면서 일어난 많은 문제들이 결국은 ‘마음’의 문제였습니다.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음을 먼저 두드리는 게 혁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한계도 많습니다. 박 교사가 꼽는 가장 큰 한계는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 부족’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교사협의회와 학부모간담회를 갖고 학교 발전을 위해 변화해야할 점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회의 결과, 편중되어 있는 업무분담 조정, 주당 4회인 7교시를 2회로 줄이자는 건의, 고비용 기기는 폐기하고 단순한 기기로 교체하자 등 20여 가지가 넘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박교사는 “교사, 학부모협의회 뿐 아니라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담을 학생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생각을 열어주는 아침독서활동(좌), 범교과 프로젝트 수업 현장(우).
“서두르지 말고 쉬지 말고”
박 교사는 “혁신이 뭔지도 모르면서 혁신 부장을 시작했다”는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이제는 혁신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말로도 들렸습니다.
박 교사가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 혁신학교의 본질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수업을 열심히 하고 학생들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며 모두가 행복해 하는 가운데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 말입니다.
박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 의견충돌이나 교내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서두르지 말고, 쉬지 말고’ 란 말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괴테의 시에서 인용한, 서초중의 혁신 모토입니다.
“혁신은 1년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평생 해나가야 할 일인데 너무 한꺼번에 모든 걸 변화시키려면 힘들고 지치게 됩니다. 그럴듯한 성과물에 집착하지 말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하나하나 교사들과 함께 해 나가보자는 생각을 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자발적으로 혁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행동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도 학교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 모두 “학교가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서로 존중해주고 행복해 하면서 혁신을 이루어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게 정말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출처 - http://blog.naver.com/seouledu2012/110147856097
첫댓글 서초중에서도 혁신학교 흐름이 잘 자리잡기 바랍니다. 학교가 무엇을 하는지, 교사가 무엇을 준비하고 업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잘 알겠는데,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활과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소개가 없어서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