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기- 5, 보리가 익어가는 가파도
23, 05, 15
제주 본섬과 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중간에 있는 가파도.
작은 섬이니 산은 없고 평평한 들판인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가오리를 닮았다고 한다.
제주 여행하는 이들이 동쪽의 우도와 함께
가장 많이 찾아가는 섬일 것이다.
특히 유채꽃이 수채화를 그리듯 노랗게 물들고
보리가 바람결에 일렁이는 청보리
축제할 때면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든다.
올해는 4월 8일부터 16일까지 축제가 열렸는데
이때는 섬을 찾는 사람이 많아
여객선도 증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파도의 사월은 청보리,
보리가 익어가는 오월에는 황금보리라고 했나 보다.
그렇게 많이 찾아가는 가파도인데
어찌하다 보니까 제주도에 속한 6섬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차귀도, 추자도)
중에서 가장 나중에 가보게 되었다.
모슬포 운진항에서 10시 정각 출발한 여객선은
약 10~ 15분 후 가파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타고 들어간 여객선이
가파도에 접근할 때 그 배를 타고 나가려는 이들이
부두에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것이 특이하게 보였다.
가파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약 1시간 반 정도.
12시 반에 되돌아가는 여객선을 타려면
적어도 20분 전에 부두에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닮은 돌담과 선인장
꿈은 하늘을 날고
보리밭 사잇길을 걸었다.
박화목 선생의 보리밭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침에 구름이 하늘을 가리더니
가파도에서 올레길을 걷기 시작할 때쯤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우산이나 우의를 입고 트래킹하다가
섬 한가운데 있는 가파도교회 근처에 갔을 때는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쏟아져서 예배당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자그마한 가파도교회는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는 찬양 연주곡이
잔잔하게 흐르는데
잠시 기도드리고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타고 나갈 여객선이 들어온다
빗줄기가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가파도교회에서 나와 벽화가 있는 골목길과
바람이 세찬 바닷가를 걸었다.
황금빛 보리밭이 바람 따라 일렁거리며 춤을 췄다.
길을 가는 내 마음도 흥겹게 춤을 춘다.
12시 반에 가파도를 출발하는
여객선으로 다시 운진항으로 되돌아 나간다.
저 멀리서 산방산이 오라고 손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