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강진희
국적 : 한국
학력 : 한양대 무용과 졸, 조승미 발레단 주역 무용수
경력 : 세계 유일의 청각장애 발레리나, 전국 대학생 콩쿨 금상, 북큐슈 국제양무콩쿨
준우승, 장애인의 날 대통령상 수상, 조승미 발레단 주역 무용수, 국내외 300여회의
공연 출연
특이사항 : 청각 장애인
듣지 못하는 발레리나 강진희(26)씨는 17일 [올해의 장애 극복상] 수상소식에 {하느님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고 소감을 적었다. 한국장애인복지 체육회(회장 김석원)가 제18회 장애인의 날을기념해 강씨를 수상자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한 것.
"음악은 들리지 않지만, 느낌으로 춤을 추죠."
강씨는 보청기를 끼고 미세한 진동으로 전달되는 음악을 수없이 듣는다. 그리곤 스승의 사인에 맞쳐몸을 움직인다. 무대에 설 때면 누구도 그녀가 청각 장애인임을 눈치 못챈다.
강씨가 고난청 장애 판정을 받은 건 2살 때. 하지만 춤추고 싶은 열정으로 부산 대연여중 시절 담임인 무용 선생님에게 매달렸다. 강씨는 {음악 따로 몸 따로 놀아서 매도 많이 맞았습니다. 남들보다 5배는 더 연습한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발톱이 다 빠질 지경에 이른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보람이 찾아왔다. 90년 전국 학생 무용 콩쿠르 1등, 92년 전국 대학 콩쿠르 금상, 93년 일본 북큐슈 국제 양무 콩쿠르 준우승…. 한때 국립발레단 오디션 탈락으로 절망한 적도 있었지만, 조승미 발레단 주역 무용수로 세계를 누볐다. 작년 12월엔 딸 출산 넉달 반 만에 무대에 서 관객을 놀라게 했다. 이제 강씨 목표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나타샤 마카로바.
"너무 힘들어 가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기엔 발레가 너무 매력적이에요."
오는 24∼25일 과천 시민 회관에서 창작 발레 [삼손과 데릴라] 주역으로 춤출 강씨는 "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신체장애가 인생의 장애는 될수 없다" 고 적었다
감동으로 비상하는 프리마돈나 강진희
무대가 열리면 고요한바다 객석은 숨을죽인다. 한자락 음악이 흘러들면 그녀는 춤을춘다.
소리는 듣지 못한다. 다만 느낄 뿐 온몸으로 감겨오는 음악아닌 진동. 그 진동에 맞춰 춤을춘다. 빛이 쏟아지고 파도가 밀려온다. 감동이 객석으로 흘러내린다.
청각장애 발레리나 강진희. 세상에 태어나 한번도 소리를 듣지 못한 스물네살.
그녀는 어떻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음악이 몸에 감겨들까.
그녀의 공연에서는 그래서 관객들이 숨을 죽인다. 음악이 춤속으로 스며들어 완전히 하나가 될 때 객석은 무대 위보다 더 격정에 쉽싸인다.
춤동작은 또 어떠한가. 관객들의 경탄속에 우뚝 솟아올라 힘차게 비상한다. 활달하고 시원하다.
내면에서 우러난 표정연기는 너무도 당당하다. 우아한 자태에 당당한표정. 자칫 교만하게 보일 정도의 자신감. 그녀를 감싸고 있는 신비로운 힘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무엇이 영혼속을 흐르기에 침묵의 세계에서도 노래를 듣는가. 그것은사랑이다.
부모가 자신의 딸이 농아라는 걸 알게 된 것은 생후 10개월 때였다.
놀라지 않는 아이. 울음소리가 이상한 아이. 어머니는 기도하며 울었다. 말못하는 딸을 위해 여러가지를 가르쳤다. 농아에 맞는다는 미술, 테니스, 육상.... 그러나 딸은 무용만을 고집했다. 그렇다고 듣지 못하는 딸에게 무용을 시킬 순 없었다.
운명인가. 중학교에 들어간 농아소녀의 담임선생은 무용교사였다.
소녀는 담잉선생에게 매달렸다. 선생은 단호히 뿌리쳤다. 그러나 뜻밖에 어머니가 소녀의 편이 되었다. 어머니의 기도속에 춤추는 딸이 보였던것이다. 기도의 응답이었다. 이번엔 모녀가 함께 졸랐다. 이렇게 해서 소녀의 바람은 이뤄졌다.
선생은 농아라고 봐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가르치고 따라오지 못하면 가혹하게 나무랐다.
매도 들었다.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음악을 따라갈수 없었다. 자신보다 앞서거나 뒤에 처지는 음악과 간격을 좁힐 수 없었다. 다른아이가 다섯번을 연습하면 꼭 4배인 스무번을 했다. 발가락에 피멍이 가실 때쯤 되면 선생은 연습량을 더 늘렸다.
중학교 2학년때 처음 솔로 콩쿠르에 참가했다. 탁월한 기량으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본선에선 탈락했다.
역시 음악이 문제였다. 음악을 타지 못하는 발레리나. 듣지 못하는 음악을 눈으로 헤아려 외우고 리듬을 타는 연습이 다시 시작됐다. 그것은 어쩌면 신의 몫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녀에겐 음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소리의 작은 입자 - 진동이 느껴졌다. 끝내 이듬해 참가한 콩쿠르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한양대학교에 진학한 그녀는 또 한분의 좋은 스승을 만나게 된다.
조승미교수. 그녀로부터는 연기를 배웠다. 거친 동작들은 하나씩 시어(詩語)로 변했다. 발꿈치에서 얼굴표정까지 하나의 주제가 흐르는춤. 춤은 갈수록 무르익었다. 92년 전국대학 콩쿠르금상, 93년 마카오 초청공연, 북큐슈 국제양무 콩쿠르준우승.
마침내 대학 졸업을 앞둔 올 2월. 그녀는 조승미발레단이 공연하는 '삼손과 데릴라'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기적의 발레리나 강진희. 청각 장애인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발레리나인 강진희양은 천부적인 예술성과 고도의 테크닉, 그리고 예민한 감성으로 강렬한 인상을 줄 것이다.'
다소 상업적인 소개였지만 팸플릿을 움켜쥐고 그녀는 마음껏 울었다. 필담을 통해 그녀와 얘기를 나누었다.
- 발레를통해 무엇을 얻는가.
"평강이다. 마음에 알수없는것들이 흐른다. 난느끼지 못하지만 아마 노래인지도 모른다"
- 감명받은 영화가 있는가.
"십계와 쉰들러 리스트다. 십계명에선 기적의 하느님을 확인 했고, 쉰들러 리스트에선
인간사랑이 감동적이었다. 쉰들러의 자기본성 고백은 잊혀지지 않는다"
- 꿈이 무엇인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느라 꿈을 갖지 못했다.
항상 눈앞의 것을 이루며 살아왔기에 꿈은 너무 멀었다."
그녀의 삶은 사랑이다.
어머니는 지금도 그녀를 위해 새벽기도를 올린다. 어머니 말고도 그녀를 사랑하는사람이 생겼다.
그와 결혼하고 싶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30대 화가. 그의 화폭은 모두 그녀로 채워져 있다. 그녀는 그속에 들어가 그의 그림이 되고 싶다.
현재 그녀는 에바다 농아교회에서 만난 동양화가인 허남성(37)와 95년 결혼한뒤 17개월된 딸을 가진 예술가 부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그녀는 98년 4월 제 1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애극복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