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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12
S#1. 진료실 앞
널부러진 현우를 향해 다시 한번 봉을 휘두르는 형태. 현우를 막으려 몸을 날리
는 인찬. 인찬의 어깨에 닿는 링겔봉. 수연이 형태의 팔에 매달린다. 수연을 밀
치는 형태를 향해 달려들어 봉을 빼앗으며 덮치곤 형태의 팔을 힘껏 부여잡는
현우. 이때, 문을 열고 나오는 하경.
형태 (반항도 않고 비실비실 웃는다) 그래, 나도 죽여라.
부랴부랴 달려오는 경비원들.
경비원 뭐하는 사람이야, 이거.
형태 (현우보며) 우리 엄마 죽었어.
경비원, 형태를 끌어내려하면 현우, 경비원을 제지한다.
현우 별 일 아닙니다, 일 보십시오.
경비, 주춤주춤 가고 나면... 현우가 형태를 일으키려 손을 내미는데 형태, 뿌리
친다.
형태 (일어서며) 나쁜 놈.
응급실을 향해가는 형태와 그대로 멈춰서 있는 현우. 이마에 가늘게 핏자국이
맺혔다.
하경 (중얼대듯) 현우야. (현우에게로 다가서려다 급히 현우의 머리
를 만지는 수연을 보고 뒤로 물러선다)
수연 (현우의 머리를 만지며) 괜찮으세요, 선생님.
현우 (인찬을 보며) 괜찮냐, 권인찬?
말없이 앉아있는 현우. 수연, 약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움직이지도 않고 앉아있
는 현우 앞에 알콜을 묻혀 현우의 머리를 닦아주는 수연.
현우 한수연, 부탁 하나만 하자.
수연 네, 선생님.
현우 나가줄래?
수연, 현우를 바라본다. 수연, 현우가 발라야할 약과 붕대와 밴드를 내려놓고 가
만히 진료실을 나간다. 홀로 눈만 깜빡이며 앉아있는 현우.
S#4 응급실
무심한 표정으로 다른 환자 앞에서 폴리를 뽑는 인찬. 지나치던 수연.
수연 ..... 괜찮으세요, 선생님?
인찬 (돌아보지도 않고) 네.
수연 ..... 고맙습니다.
인찬 ...... 네. (무심히 인턴에게 지시한다) 이 환자, 이리게이션 하고
나서 빈 입원실 있나 확인해 봐. 두통 호소하면 도파민 ml 넣
고......
미안한 듯 인찬을 바라보는 수연.
S#5 진료실
현우, 여전히 고개 숙인채 굳은 듯 앉아있다. (F.O)
S#6 판독실
컨퍼런스가 진행 중에 있다. 남준을 비롯한 신경외과 직원들. 방사선과 의사 등
이 앉아있다.
상도 45세 여 환자로 아침에 심한 두통을 호소합니다. 자가 공명 촬
영을 시행하여 좌측 전두 측두부의 종야이 확인됐습니다. GM
(악성 신경교종)으로 추정됩니다.
남준 (준서에게) 오늘 수술하게?
준서 네.
남준 재발 환자지?
준서 예.
남준 종양이 보통이 아닌데... 기능 장애가 크지 않겠어?
준서 (잠시 하경을 봤다가) 일반 제거 수술론 기능장애가 클 것 같
아서 뉴로 네비게이션 수술을 응용해 보려구요. 미국에선 시행
단계에 있는 거고, 저희도 해봄직 할 것 같습니다.
남준 컴퓨터로 종양 좌표 계산해서 시술하는거?
...... 브레인 쉬프팅(brain shifting 뇌전이) 때문에 오차 발생도
가 크다잖아.
준서 표식자 수술로 브레인 쉬프팅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준 (나눠준 개요서를 들며) 이게 계획서야?
준서 네.
남준 (훑어본다. 그리곤 옆의 방사선과 의사에게) 방사선 고장님, 어
때요?
의사 좋네요. 재밌는 발상이예요.
잠준 (현우를 보며) 장선생은?
현우 가능하다고 봅니다.
남준 (개요서를 훑어보며) 혼자 할건가?
준서 최하경 선생이 도울겁니다.
남준 최선생 생각이야?
하경 아닙니다. 하선생이 제의를 해와서 돕기로 했습니다.
남준 시도는 좋은거 같네... 해보자 (일어선다)
남준이 일어서자 사람들 다들 의자에서 일어난다. 현우, 그대로 앉아있다. 남준,
나가며
남준 하선생은 나, 잠깐 보지. 예산 좀 짜보자.
준서 네, 과장님.
준서가 따라나가고 물끄러미 앉아있는 현우.
하경 괜찮냐?
현우 응. (일어서서 나가려다 하경을 본다) 내가 그렇게 나쁜 의사
냐?
하경 응.
현우 생명 앞에 도도해서?
하경 응.
현우 그런 것도 같고... 또, 아닌것도 같고....
현우, 힘없이 문밖을 나간다. 슬픈 듯 현우의 뒷모습을 보는 하경.
S#7 신경외과 의국 앞
재봉이 문을 나서면 저만치 복도 코너쪽에서 얼굴을 내미는 순영.
순영 자기야.
재봉 (돌아보며) 어? 자기야. 여기까지 웬일이야?
순영 (재봉의 팔짱을 끼며) 짜장면 먹고 싶어.
재봉 (픽 웃으며) 알았어. 마취과 가서 퍼미션 받고 나서 배달해 먹
자. 근데, 짜장면 말고 다른거 먹고 싶은거 없어?
순영 탕수육.
재봉 그래, 짜장면 먹자.
S#8 마취과 앞
재봉이 순영이 걸어간다.
순영 많이 보던 복도다.
재봉 그야, 자기가 머리... (아뿔사)
순여 머리?
재봉 ... 머릿고기 좋아해?
순여 아니.
재봉 그래, 짜장면 먹자. (마취과 문앞에 멈춰서며) 요기서 잠깐만
기다려. 수술 퍼미션 받고 금방 나올게.
재봉이 마취과 안으로 들어간 사이. 순영이 어슬렁댄다. 그러다 집중치료실로
이동침대를 끌고 가는 인턴들의 모습.
순영 맞어. 일루 끌고 가서 내 머리통 열고.... (인상을 쓴다) 여기가
바로 그 범죄의 현장이구나... 허재봉 어딨어?
그러다 문득, 수술복을 입고 걸어가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본다. 무심히 간호사
들을 보다가.... 환상으로 보여지는 수술복 차림의 자신의 모습이 간호사의 모습
에 오버랩. 이내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 환청. 똥그래지는 눈. 벽에 기대는 순영
S#9 마취과 안
태동 니네는 도대체 뭘 믿고 맨날 하구 전 퍼미션이냐?
재봉 저희야 믿는 구성기 있잖습니까, 선생님.
태동 뭐, 임마? 아, 히터받네.(퍼미션 페이퍼를 던지며) 안해줘. 가.
재봉 과장님 수술인데요.
태동 알어, 임마. 나도 오기가 있는 사람이야. 과장님이고 뭐고 이런
식으론 관리가 안돼.
재봉 네, 선생님. 전화 좀.... (수화기를 들더니) 아, 과장님이세요?
퍼미션 안내준다는데요. (놀라는 태통) 네. (수화기를 주며) 바
꾸라는 데요?
태동 (재봉을 뚫어져라 보며) 흥, 나 히터돌면 뵈는게 없는 사람이
다. 박사님도 익히 그 점은 안다. 내가 그 퍼미션, 향후 일주일
안에는 안내준다. (수화기를 든다. 어금니를 물며) 윤태동입니
다.... 네. (전화를 끊곤 재봉에게) 임마, 뭐해? 퍼미션 용지 줏
어.
재봉이 줍는다.
태동 뭐해? 일루 줘. (사인을 한다)
재봉 벌써 다 된거예요?
태동 (한숨) 밥이나 먹으러 가자.
태동, 일어선다.
S#10 마취과 밖
순영이 구석에 넋을 잃고 쭈그리고 앉았다. 이때, 나오는 재봉과 태동.
재봉 자기야, 거기서 뭐해?
순영 (문득 재봉을 보며) 응?
재봉 그렇게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오해해. 응가하는 자세로.....
태동 어? 아 아가씨, 그 아가씨잖아?
순영 누구세요?
태동 아가씬 모를거야. 아직도 빡빡이네.
순영 (일어서서 태동에게로 간다. 그러더니 태동의 눈 밑부분을 손
으로 가린다) 어, 그래. 그날, 재봉이와 짜고 날 수술대위에 얹
어놓은 그 마취과 의사.
태동 아고, 머리가 이상하다더니 머리만 좋네. 아가씨, 난 아무 잘못
없어. 다 이 허재봉이가 띨띨해서 생긴 일이니까 난 빼줘. 애
가 워낙에 띨띨해.
순영 (태동의 입을 가리며 진지하게) 우리 자기를 욕되게 하지마.
태동 (말을 하려는데 순영이 입을 가린다)
순영 우리 자기가 아무리 띨띨해도 댁의 콧수염보단 나다. (손을 뗀
다) 자기야, 자긴 어떤 역경이 닥쳐도 콧수염을 기르지마. 저
런데서 벼룩이랑 이 같은게 생기고 그러거든.
재봉 (순여의 팔짱을 끼며) 난 절대루 코에다 털 안달고 다녀. 자기
야, 탕수육 사줄까?
순영 응.
재봉과 순영이 다정하게 걸어가면 태동이 벙찐 표정으로 섰다가 콧수염을 긁는
다.
S#11 근전도 검사실
검사를 받고 있는 상도.
S#12 의국
의국 안으로 들어오는 상도. 인찬이 힘겹게 어깨에 파스를 붙이려 하고 있다.
상도 (인찬의 파스를 빼앗아 붙여주며) 임마, 장현우 선생한테 붙여
달라그래.
인찬 ...... 장선생님이 때렸나요, 뭐?
상도 니가 경호원이냐, 남의 매를 대신 맞게....
인찬 그럼, 구경만 하고 있어요?
상도 요기만 붙이면 돼?
인찬 고 밑에두요, 선생님.
상도 (또 하나를 떼어 붙이며) 너, 한수연한테 잘 보일려구 그랬지?
응?
인찬 그만해요, 수연씨 얘긴....
상도 임마, 고새 여잘 뺏기냐?
인찬 (버럭 소리를 지른다) 뺏기긴 뭘 뺏겨요.... (풀이 죽듯) 사귄적
이 있어야 뺏기는 거지.
상도 (등짝을 치며) 임마, 바로 코밑에 있는 걸 말 한번 못 붙여보
냐, 응?
인찬 여자가 수연씨 뿐인가요?
상도 웃기고 있네. 여자 한번 찍어본적도 없는 놈이,한수연 말고 뭐
가 있어?
인찬 (쓴웃음) 있어요. (중얼댄다) 근데, 마음잡기가 힘드네. 그 사람
한텐 미안하고....
상도 궁시렁대지마, 임마. 야, 너 오늘, 하선생 수술방 들어가라. 새
로운 수술이라니까 뭔가를 얻어봐라.
인찬 선생님이 들어가야죠.
상도 바쁘시다, 내가.
인찬 그러죠 뭐.(일어선다) 지금 준비해야죠.
상도 그래. 야, 권인찬 하선생은 수술할 때, 간간히 긴장을 풀어드려
야 된다. 자잘한 대화같은거 하실거야. 그럼 그때 그때 적당히
위트있는 말상대 하면서 어시스트 해드려.
인찬 알죠, 저도 (나가려 하자)
상도 그리고 말 나온김에, 과장님 있지. 과장님은 어시스트 한명만
세우면 안된다.
인찬 알죠. (다시 나가려 하자)
상도 야, 임마. 잠깐만.... 또, 말 나온김에 최하경 선셩님, 최선생님
은 수술준비 확실하게 해야 돼. 펑크나면 그 자리에서 수술가
위 날라온다. 음악은 특별한 경우 빼곤 절대 금물.
인찬 (기막힌 표정으로) 나참, 형.
상도 가만있어, 임마. 장현우 선생님은 보호자 캐어에 전혀 신경쓸
것 없어. 분명하고 깔끔하게 알아서 처리하니까....
인찬 왜 그래? 오늘 한꺼번에 들어오세요, 선생님들?
상도 임마, 너도 인제 내년 치프준비 해야지.
인찬 안 가르쳐줘도 형보다 날 걸? (웃으며 나간다)
상도 뭐 임마? (이미 나가고 없는 인찬의 등 뒤에) 조직검사 의뢰서
수술 기록부, 잊지말고 챙기고.... 수술 후엔 재빨리 사진 찍어
서 따끈따끈할 때, 선생님들 보여드리고.... ....또, 뭐드라.... (혼
자말로) 할 일이 많아, 임마. 치프되면.... (담배를 핀다) 왜 이
렇게 실감이 안나냐?
S#13 진료실
책상위에 넋을 놓고 앉아있는 현우. 간호사가 들어온다.
간호사 선생님, 환자 진료 시작 할까요?
현우 응? 그럽시다.
간호사 김정만씨.
S#14 스텝의국 앞
우울히 걸어가는 현우. 스텝의국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 형태.
놀란 듯 현우가 다가선다.
형태 진료실로 가려다 진료방해하러 온 줄 알고 잡아가라 그럴까봐.
여기서 기다렸수다.
현우 ..... 들어가시지요.
형태 아니요. 나가서 나랑 소주 한잔 하십시다.
현우 .....
형태 바쁘슈?
현우 아닙니다. 까운 좀 벗고 나오겠습니다.
S#15 술집
술잔을 기울이는 형태와 현우.
형태 우리 엄마, 그때 진찰하던 날, 죽을 병인지 진짜 몰랐수?
솔직히 애기 합시다, 우리. 남자놈낄.... 알고도 구질구질해서
뵈서 그냥 보낸거 아니요?
현우 ......몰랐어요.
형태 .....알겠수. 설마 알고야 그랬겠수. 근데, 의사가 진찰을 해서
모르면 누가 아나?
현우 ........
형태 댁이 재수가 없었어. 어쩌다 진찰받자 마자 그날로 죽어? 참
되게 재수 없으셨어.
현우 ......죄송합니다.
형태 난 아직도 댁이 알고도 그냥 보낸거 같수다. 의사, 우린 안 믿
잖아. 우리같이 무식하고 가진것도 드럽게 없는 인간들은, 특
히 의사 안 믿거든.
현우 죄송합니다.
형태 ....내가 길길이 날뛰니까 꼭 무슨 효자놈 같네. 나, 댁이 제대
로 봤어요. 오죽하면 아들놈 말을 안듣고 바득바득 병원문을
나섰을까, 우리엄마, 수술대위에 얹어놓게 됐수다.
현우 ?
형태 내가 원래 능력이라곤 개코도 없어요. 돈을 꿔서 CT-ᄂ 지 뭔
지를 찍는다고 으름장을 놓고... 웃기고 있네. 엄마 죽고 장례
치를 비용도 없는 놈이....(회한에 젖은 듯 말이 없다)
현우 .... 제가, 도움이 될 수 없겠습니까?
형태 아니, 해결됐수다, 잘. 돈 좀 챙길 순 있었는데... 좋은 일로 해
결했수다.... 시체 기증했습니다. 병원에서 고맙다고.. 성의삼아
장례비 몇푼 쥐어줍디다.
현우 ...언제요? 장례비 제가 대겠습니다. 시신, 지금 찾으러 가죠.
형태 됐어요. 어차피 절 찾는 양반이라 화장해야돼. 무덤도 안쓰는
데 그깟 몸뚱이 뭐가 아까워서...
현우 (일어선다) 가자니까요.
형태 유난떨지 마슈,의사선생. 좋은 일 아니요? 뭐 죄졌수? (술을
마신다) 웃기죠? 살아있을 땐 돈이 없어 수술대 근처에도 못
갔는데 죽으니까 수술대 위에 얹혀놓고... 돈까지 줘, 좋은 세
상 아닙니까? (낄낄 웃는다) 시체 줬다고 고맙다니... 예전엔
이건 말도 안됐을 겁니다. 시체주는게 어떻게 고마워? 기가 막
히지. 웃기는 세상이야. 안그래요?(키득대며 웃는다)
현우 .....(고개 수그리고 술을 한잔 따라 마신다)
형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보여주며) 장례비를 쓰고도 이만큼이
남았소. 이거 어디다 써야 되나? 선생님께서 한방 처방전을 내
려줘요.
현우, 아무말 없이 소주잔을 채워 단번에 마신다.
형태 (눈물이 흐른다) 쓸데가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생님
하고... 이렇게 술이나 마셔 날릴밖에.
현우, 고개를 숙여 눈을 감는다.
S#16 수술실
하경과 준서의 네비게이션 수술이 화면에 녹화되고 있다. 종양을 떼어내는 준서
의 손놀림.
하경 어, 좋다(간호사에게) 녹화하고 있지? 간호사 선생?
간호사 네, 선생님.
하경 깨끗하긴 하다.
준서 .... 끝나봐야 알지.
하경 거참, 하선생, 수술실에선 긴장과 이완을 조절해야돼. 지금은
긴장을 풀 때고.... 절제 잘 됐구만... 그지, 권인찬.
인찬 자신있게 해야 실수를 안한답니다, 선생님.
준서 그건 어디서 들었냐?
인찬 장....
하경 (인찬에게 눈짓) 내가 그랬다.
준서 (수술에만 열중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건 현우 대사다.
긴장하는 하경과 인찬.
준서 (하경보며) 긴장 풀어. (다시 종야을 도려내며) 야, 이렇게 큰
걸 안고 살았으니 꽤나 아팠겠다, 이 환자.
S#17 신경과 컨퍼런스 룸
입을 벌리고 사복차림의 수연을 보고 있는 상희.
상희 너, 제정신이니?
수연 제 정신이니까 이러죠, 선생님. (조르듯) 선생님 갖다올께요,
네?
상희 도망간 환자를 어디서 찾겠다고 우기는 거니, 지금.
수연 찾는 수가 있어요.
상희 환자 한명 찾는 시간에 니가 맡은 3,40명의 입원환잔? 그 사람
들은 그냥 방치해도 돼? 얘기 물불을 못가리네.
수연 선생님, 오진아, 진단이 모야모야예요. 그대로 놔뒀다간 머리에
혈관이라도 터지면....
상희 다른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은 니가 없는 동안 병 악화 안되
야지 결심하고 기다려 줘?
수연 선생님, 저 대신 반나절만 선생님하고 다른 윗년차 선생님들이
맡아주세요.
상희 다른 선생님들이 노니, 지금?
수연 그게 아니라 더 힘들어지라는 거죠?
상희 뭐?
수연 우리, 다른과나 병원으로 파견도 보내고 그러죠? 그 기간동안
에는 서로 환자 나눠서 좀 더 일하시잖아요.물론 힘드시죠. 말
할 수 없이 고된거 알지만. 선생님, 그래도 그런땐, 어떻게든
하시잖아요.
상희 의료적인 필요가 있으니까....
수연 그거보다 더 급한게 있잖아요. 생명요, 선생님, 선생님들이 반
나절만 저 파견보냈다 생각하고 일 좀 해주세요, 네? 선생님들
이 저 때문에 좀더 힘들고 피곤한건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당
장 죽진 않잖아요.
상희 그걸 말이라고 하니?
수연 근데, 그 환잔 죽을 수도 있어요. 선생님, 네?
상희 .....(가만히 쏘아본다) 너, 내가 허락 안해도 나갈거지?
수연 (단호하게) 네.
상희 ......(가만히 바라보다 헛웃음) 하.
수연 선생님.
상희 나가.
수연 정말요?
상희 여러말 하기 싫어. 대신, 오늘 자정짜긴 와야된다, 너.
수연 (밝게)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나가려는데)
상희 수연아.
수연 (돌아보며) 네?
상희 권선생이... 널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 (이내 고개를 돌리곤 수
화기를 든다) 아, 우리과 2년차 선생들 있지? 의국으로 좀 오
라고....
수연, 상희를 바라본다.
S#18 시체실
시체실 내부. 현우 앞에 냉동보관함을 끌어내 보여주는 시체실 직원. 그 앞에
서서 망연히 시신을 바라보는 현우의 모습. 적막한 시체실안에 경건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선 현우의 모습.
S#19 과장실
쇼핑백을 갓풀어 헤친 듯 책상 주변엔 포장지가 널려있고, 예쁜 원피스를 입은
채 앉아있는 종미의 모습. 남준이 종미의 타이즈를 신겨주고 있다.
남준 일어나봐, 타이즈 올리게.... (스커트를 올리려 하자)
종미 내가 할래요. (스커트를 내린다)
남준 (웃으며) 고것도 기집애라고... 니가 해, 그럼.
종미 과장님, 보지마요.
남준 임마, 좀 전에 옷 갈아 입을 땐, 팬티까지 봤잖아.
종미 보지마요.
남준 알았어. (등을 돌린다)
그새 종미가 타이즈를 올린다.
종미 다 입었어요.
남준 (다시 몸을 돌리며) 야, 녀석 이쁘네. 인제 좀있으면 머리도 길
르고.... 그러면 과장님이 이쁘게 따줄게. 머리핀도 사주고....
종미 나, 과장님이랑 살아요?
남준 ..... 나랑은 못살고.... 난 바쁘잖아, 이녀석아.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자, 우리. 만나줄거지?
종미 ...고아원 가요, 나?
남준 (버럭 성을 내며) 아니야, 고아원... 수녀님네 집에서 수녀님들
이....
남준, 말문을 잃고 등을 획 돌린다. 종미, 가만히 남중의 등을 바라보다 남준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남준, 마지못해 몸을 돌린다.
종미 만나줄께요, 과장님.
종미를 품안에 꼭 껴안는 남준. 이때, 문이 벌컥 열린다.
인찬 과장님, 종미 못보셨어요?
아무말도 않고 그대로 종미를 안고 선 남준의 모습. 인찬, 애틋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본다.
S#20 스텝의국
널부러진 채, 소주병을 들고 있는 현우의 모습. 하경과 준서가 사진을 들고 들
어온다.
하경 사실, 긴장은 내가 더 많이 했다. 그 수술 신경 많이 쓰여.
준서 ..... 효과가 어떨까 모르겠다.
둘, 들어오다 술에 취해 널부러진 현우를 바라본다.
현우 (놀란 듯 바라보는 둘을 향해) 살아있지?.... 살았으면 됐지, 뭐.
하경 .... (걱정스레) 현우야, 너.....
이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수연.
수연 (허겁지겁 하경과 준서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현우에게 다가가) 일어나세요, 선생님. 얼
마나 찾았는데요. 좀 전엔 여기도 안 계시더니... 어디 계셨어
요?
현우 뭐야, 넌 또?
수연 (현우를 일으켜 세운다) 같이 가 주셔야 돼요, 선생님. 선생님
형님 교회.
현우 .... 뭐하는 거냐, 너?
수연 얼른요. (현우의 팔을 잡아끈다)
현우 (매섭게 팔을 뿌리치며 소리친다) 왜 자꾸 귀찮게 굴어, 너?
수연 (덩달아 소리친다) 선생님이 이러고 있으면, 환자가 또 죽을지
도 모른단 말예요.
멍하니 수연을 바라보는 하경과 준서, 현우.
수연 (단호하게) 어서요, 선생님.
현우 그 교회 애... 문제 생겼냐?
수연 네.
현우, 비틀대며 일어서서 나가고 수연이 따른다. 하경, 둘의 모습을 멍청히 계속
바라본다.
준서 부럽냐?
하경 (문득 고개를 돌리면 당황스레) 야, 난....
준서 .... 목걸이 맘에 안드니?
하경 ..... 아니, 아직.
준서 (사진을 보며) 접수는 된거니까.... 잘 되겠지, 뭐.
어색한 듯 준서를 보는 하경.
S#21 간호사 스테이션
상도가 스테이션을 기웃댄다.
순덕 왜? 이 은주 보러왔어?
상도 아, 의사가 스테이션에 왔으면 노티파이나 오더나 이런걸 떠올
려야지, 고작 이은주가 뭐예요? 아줌마, 신환 있죠? 그 환자....
이때 20대 초반의 여자 방문객이 스테이션으로 다가서며
방문객 아줌마.
문득 순덕이 돌아본다.
방문객 아줌마, 908호실 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 돼요?
순덕 네?
방문객 908호요.
순덕 아줌마요?
방문객 왜요?
순덕 아줌마라니요?
방문객 (의아한 듯) 왜 화를 내고 그러냐? 아줌마 아니예요? (상도에
게) 근데 이분은 왜 그렇게 불러요?
순덕 (버럭 화를 낸다) 누가 그렇게 불렀다 그래요?
방문객 이분이요.
순덕 (상도를 야리곤) 이 분이 언제 그렇게 불렀어요?
방문객 금방요.
순덕 (상도에게) 선생님. 저더러 아줌마라 그러셨어요?
상도 (손을 내젓는다) 무슨 말이예요, 수간호사 선생님? (방문객에
게) 이 선생님한테 제가 아줌마라 그랫다구요, 아줌마?
방문객 어머, 나 아줌마 아니예요.
상도 아줌만 아줌마라 그러면 기분 나쁘면서, 수간호사 선생님한테
아줌마라 부르면 기분이 나쁘지 말아야 되나요?
방문객 아, 나는.
상도 엄연히 간호사란 직업명이 있고, 직분상 선생님 소리 들을만한
위친데, 아줌마가 뭡니까? 네?
방문객 아, 나는...
순덕 아, 됐어요. 저 오른쪽 끝방이예요.
방문객 아, 나는...
상도 아, 아줌마. 얼른 가보세요. 수간호사 선생님, 전 그럼....
순덕 잠깐만요, 치프 선생님. 노티파이 할것도 있으니까, 잠깐만 계
세요.
상도 지금요?
순덕 네. (방문객에게) 어서 가보세요, 아줌마.
방문객 (무안한 듯) 네, 선생님.
방문객 가고나면 인상을 쓰고 상도를 바라보는 순덕.
상도 (겁에 질려) 수간호사 선생님. 노티파이...
순덕 (또박또박한 말투로) 치프 선생님, 선생님이 사용하는 불손한
언어 한마디로, 신성한 병동이 시장판 좌판처럼 변해간다고 생
각지 않습니까?
상도 난, 저기 워낙 우리 사이가 친근한....
순덕 내 이럴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선생님
의 몰상식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언젠가 수간호사의 명예가
이렇게 땅에 떨어질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 안한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알아서
고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헌데... 이런 사태가 오고야 말았으
니 어쩝니까? 정식으로 과장님께 보고하겠습니다.
상도 아줌... 아니, 선생님. 선생님, 잘못했어요. 다신 안그럴게. 과장
님한테 이르지 마.
순덕, 씩씩대며 멀어져 간다. 이때 순덕을 스치며 걸어오는 은주.
은주 선생님, 우리 대빵 왜 그래요?
상도 ... 클 났다. 나, 이번에 과장님한테 유도장 끌려가면 진짜로 죽
을 거 같애.
은주 네?
상도 (한숨) ......
은주 선생님, 오늘 약속 있죠?
상도 응?
은주 588. 깔끔하게 하고 와요. 진짜 의사처럼... 밀린 세수도 하고..
(농염하게) 이따 봐요.
은주, 스테이션 안으로 들어간다.
S#22 택시 안
뒷좌석에 앉은 현우와 수연. 수연이 드링크를 내민다.
수연 대낮부터 술을 드세요?
현우 (거절한다) 그런 거 먹으면 차멀미 나.
수연 술은 깨고 교횔 가야죠, 선생님.
현우 난 맨정신에 거기 간적 없어.
수연 선생님, 왜 그렇게 못됐어요? 굳이 갈 교회면 착한 마음 갖고
가던가, 도저히 착할 수가 없으면 가질 말던가....
현우 ... 한수연, 환자 찾으러 간다니, 같이 가주긴 하는데... 부탁하
나만 하자.
수연 나가라구요? 여기서요?
현우 .... 입 좀 다물어.
현우, 창밖을 본다.
수연 ........
현우 ..... (창 밖을 보며) 한수연, 너라면 환자 상태가 좋지 않다 싶
으면 아마, 난리가 날거야? 병원 못 나가게...
수연 ......
현우 (수연을 본다) 응?
수연 얘기해도 돼요?
현우 ... 말은 잘 듣네. 말해봐. 넌 그러지?
수연 지금 보시면 알잖아요, 선생님. 환자 찾으러 가는 거....
현우 ..... (여린 미소) 그래. 난 너같은 의사, 사실 첨 봐. 이상해.
다시 창밖만 보는 현우.
S#23 응급실
재봉이 필름을 걸어놓고 환자에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재봉 뇌에 농양이 생긴 겁니다.
환자 (놀라며) 종야이요?
재봉 아니요, 노양이요. 고름이 생긴건데...뭐, 수술까진 안해도 되
고... 약물 치료만 하면 되겠네요. 신경과로 옮겨서 자세한 설
명을 받으세요.
환자 (매달린다)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는 건가요? 그래서 그러세
요?
재봉 예?
환자 종야이면, 악성인가요?, 선생님?
재봉 아니, 농양이라니까요.
환자 (울먹이며) 괜히 안심시키려고 그러는 거 같은데... 진실을 말
씀해 주세요. 말기라, 수술도 안되는 겁니까?
재봉 서욱장씨, 농양을 농양리가 그러는데 농양을 종양이라고 우기
면 어떡해요? 농양도 심각한 질환이지만.. 자꾸 종양이라고 우
기니까 농양이 우스워지잖아요.
환자 내병은 내가 알아요, 선생님. 어쩐지 이상했어. 허구헌 날 두통
에... (재봉을 껴안으며)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아
직 젊어요, 선생님.
재봉 안 죽어요, 증말로....
환자 ( 더 꽉 껴안으며) 저, 포기 마시고, 수술이라도 해주세요. 이
왕 이렇게 된 거 수술이라도 받아봅시다, 네?
재봉 아, 나 미치겠네. 제발 내 말 좀 믿어줘요.
인찬 (지나가다가) 뭐? 왜?
재봉 이분요, 가벼운 농양이거든요. 근데 자기가 자꾸 종야이라고
우겨요.
인찬 (필름 보고는) 서욱장씨?
환자 (훌쩍이며) 예, 선생님.
인찬 (친절하게) 의사들은 거짓말 안합니다. 상황에 따라 질환을 설
명하는 방법이나 시기만 다르죠.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의사를
합니까? 서욱장씬 농양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환자 (그제사 재봉을 풀어주며 인찬에게) 그렇습니까, 선생님? 아,
난 또 이 선생님이 하도 이상하게 얘기해서 종양인줄 알았죠.
재봉 내가 언제요?
인찬, 웃으며 벙찐 재봉을 데리고 스테이션으로 향한다.
재봉 (인찬에게 안긴다) 형... 왜 형말만 믿는거지? 왜, 왜,왜 내말은
안믿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의사처럼 보여?
인찬 야, 징그럽게 엉겨붙지 말고... 추락환자, 빨랑가서 봉합해.
Irriagtion 신경 써. Infection 안되게.
재봉 심란해. (스테이션 안으로 들어간다)
상도 (다리를 절둑이며 걸어와) 야, 뭐,일없냐?
인찬 별일 없어요, 선생님. (가고 있는 인턴에게) 송재훈씨 척수천자
했어?
인턴 선생님, 저 혼잔 못하겠습니다.
인찬 아, 그럼 진작 얘길해야지. 시간만 끌고 있었어, 넌? 가자.
상도 야, 내가 할게.
인찬 쉬세요, 선생님. 장애인이잖아요, 아직. (재봉에게) 아, 그리고
NCU에 Tracheotomy(기관 절개술) 하러 가야된다, 허선생.
재봉 (계속 중얼댄다) 심란해.
재봉이 상도를 스쳐서 의료기를 급히 가져가고 있는 모습. 바삐 움직이는 인턴
들 사이게서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상도의 모습.
S#24. 교회 사택
현준이 화난 모습으로 현준처를 나무란다. 그 앞에 수연이 서있고 현우가 구석
에 앉아 신문을 훑어보고 있다.
현준 (무섭게 화를 낸다)내가 당신한테 병원에 꼭 붙어있으라 그랬
잖아.뭐 대단한 일이라고 집에 와.
현준처 교인들, 바자회 준비땜에.. 일단 정리해야 될 것도 있고..
현준 당신 없으면 바자회가 안굴러갈까봐?
현우 (신문에 눈을 고정한채) 고상이나 떨줄 아는 양반이 뭘 잘못드
셨나? 한수연, 빨랑 용건이나 말하고 얼른 뜨자. 술깰라 그런
다, 나.
현준 (수연에게) 미안합니다, 선생님. 소란을 피워서.
수연 저희 진단으론 진아가 모야모야란 병인데.. 뇌혈관들이 일종의
변형을 일으켜서...
현우 터지면 죽어.
현준처 세상에.... (손을 모아 손깍지를 낀다)
현준 그래서 그렇게 빈혈기가 있는 겁니까?
수연 네, 과다하게 호흡을 하면 혈액내, 이산화탄소가 감소해서..
현우 (여전히 신문을 본다) 풍선같은거 불고, 뜨거운거 식힌다고 입
으로 불면, 픽 쓰러져.
현준 그 녀석, 하도 과격해서, 몸통하난 단단하겠거니 했네요.
수연 혹시 진아 집이나, 갈만한데라도....
현준 글쎄요, 나랑은 농담 따먹기나 할려 그러는 놈이라... 아, 오늘
이 무슨 요일입니까?
수연 목요일이요.
현준 (현준처에게) 여보, 내 저고리 좀 줘요. (수연에게) 한번 찾아
봅시다.
현준처가 옷을 가지러 들어간 사이.
수연 (현우에게) 선생님. 인제 선생님은 가보세요.
현우 나 혼자 가라구?
수연 그럼, 데려다 드려요?
현우 ... 얼루 가는데, 넌?
수연 모른다니까요.
외투를 가지고 나오는 현준처.
수연 선생님, 괜히 목사님 집안 분위기 흐리지 말고 가세요..
저, 먼저 가요, 선생님.
수연과 현준이 나가며.
현준 우리 현우보다 높으신 분 같네요. 선생님은?
남겨진 현우와 현준처, 어색한 듯.
현준처 차 한잔 드시겠어요?
현우 (일어선다) 됐습니다. 형수님이랑 저랑 같이 앉아있어봐야 분
위기만 냉냉하죠, 뭐. 저 싫어하시잔하요, 싸가지 없다고.
현준처 싫어할 기회나 주셨어요, 도련님이? 얼굴 한번을 못보는데.
현우 갈께요, (나가려다) 애 하나 안만듭니까? 집안에 거미줄 달릴
것 같네요. 적막하니...(나가려 할 때)
현준처 도련님.
현우 (고개를 돌린다)
현준처 혹시말이죠. 발가락, 손가락이 붓고... 피부에 자꾸 고름이 잡히
는데... 그건 무슨 병이죠?
현우 .... 형수님이요?
현준처 (손을 내저으며) 아니요, 우리 교인이요. 그거, 뭐 큰 병인가
요?
현우 글쎄, 뭐. 검사를 해봐야 알죠. 계속 그러면 작은 병은 아니지
싶네요.
현준처 (어둡게) 네. (이내) 가세요, 도련님.
현우 (나가려다 말고 거실에 빼곡히 놓인 과실주 병을 보며) 목사
집에 웬 술이 저렇게 쌓여있습니까?
뒤돌아서 가는 현우.
S#25 로비
두명의 수녀 앞에 선 종미. 그 양편으로 남준과 인찬이 서 있고 하경이 뒤쪽에
서 있다.
수녀1 아유, 예쁘네.
수녀2 애기 천사네.
남준 .... 약 꼭 챙겨주시고, 조금이라도 머리가 아프다던가, 다른 부
위에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셔야 됩니다.
인찬 그리고... 주로 식사는 000로 하면 좋을 겁니다, 수녀님. 보혈효
과가 있거든요.
남준 아, 그리고... 이 녀석, 껌만 주면 씹고 나서 자꾸 삼키니까, 그
버릇 좀 고쳐 주세요.
인찬 아, 종미랑 대화를 하실 땐 정면에서 말씀을 나누세요,꼭. 다른
분들이나 친구들 한테도 그러라고 좀 전해 주세요.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녀 앞에...
종미 고만하세요. (수녀에게) 제가 알아서 할께요, 수녀님.
수녀1 어쩜, 어른 같으네.
하경 종미야.
돌아서는 종미에게 손을 내민다.
하경 악수 한번 하자. (하경의 손을 잡는 종미) 거기 가서 울고 그
러면, 아프다. 안 울기다.
종미 (담담한 표정) 안 울어요. (수녀들에게) 얼른 가요. (남준에게)
과장님, 안녕히 계세요.
남준 ..... 과장님이 뭐냐? 쪼그만게.... 할아버지라 그래.
종미 할아버지... 만나줄께요.
종미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남준. 종미, 주머니에서 인찬이 준, 선그라스를 꺼내
끼곤 앞장서 나간다.
수녀들 (종미를 따라나가며) 깜깜한데 그건 왜 끼니?
종미의 눈밑으로 흐르는 눈물. 떠나는 종미의 뒷모스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남준
과 인찬.
하경 식사, 안하셨죠? 과장님? 권인찬, 밥먹자.
남준과, 인찬, 감정을 감추려는 듯 각자 휙 반대편으로 돌아서며 바삐 걸어간다.
남준은 과장실로, 인찬은 응급실로... 둘을 번갈아 바라보다 현관을 바라보며 그
대로 선 하경.
S#26 중환자실
수술환자의 상태를 보는 준서. 하경이 다가선다
하경 어때, 김성자씨?
준서 좋다.... 갔어, 종미?
하경 어. 모성애도 봤어.
준서 모성애 느꼈어?
하경 아니. 난 그런거 없어, 이상하게.... 두 남자. 과장님하고 권인
찬.
준서 니가 왜 없어?
하경 난 없드라. 그냥 안됐고, 예쁘고, 그러긴 한데... 엄마 같은거,
없드라.
준서 애 안낳아봤으니가 그러지.
하경 인찬인 뭐, 숨겨둔 애라도 있대냐?
준서 (픽 웃는다) 걘, 애는커녕 연애도 못할거다, 나 닮아서...
하경 인찬이 너 안닮았어.
준서 나 닮았어.
하경 인찬이 걘 멋있어.
준서 내 적이 현우가 아니라, 인찬이였냐?
하경 (웃는다) 늙은 것들이 주책이다, 응? 노망. (생각에 잠기듯) 노
망 났어.
준서 (따라 웃으며 이내) 현우, 왔냐?
하경 응.
준서 수술예후 안 물어봐?
하경 응.
준서 .......
하경 ....... 준서야. 그걸 꼭 현우가 알아줬으면 좋겠니?
쓸쓸한 표정으로 준서를 바라보는 하경. 준서, 얼굴이 굳는다.
S#27 방송국 앞
도로를 걷는 둘.
수연 연예인을 좋아해요, 진아가?
현준 괜히 소리지르고 싶어서 그러죠, 뭐. 목요일마다 무슨 공개방
송 갔다온다고 그러대요.
수연 .... 목사님. 진아랑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현준 지발로 왔어요. 술인지 뽄든지 취해서, 교회안에서 자고 있대
요. 꼭 현우녀석처럼....
수연 장선생님도 뽄드 부세요?
현준 (웃으며) 그 녀석이 몇살인데, 그짓을 해요. 술 취해서 그러는
거지. .... 우리 현우, 좋아하세요, 선생님?
수연 네?
현준 꼭 닮았네. 우리 현우,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생긴건 다
른데, 성격도 다르고... 근데... 꼭 닮았네, 느낌이...
수연 (신이 난 듯) 저랑, 최하경 선생님이랑 닮았어요?
현준 어? 알아요, 그 선생?
수연 (신이 나서) 정말 닮았어요, 목사님?
S#28 세면대
세수를 하고 있는 상도. 재봉이 들어온다.
재봉 남의 오프 뺏어가니까, 신나 주겠지?
상도 임마, 너 나니까 참는데.... 다음 치프한텐 그렇게 까불고 그러
면 내가 가만 안둔다.
재봉 인찬이 형이 될거잖아. 인찬이 형이야 형하고 질이 다른데 무
슨 걱정이야?
상도 ..... 이걸 정형으로 전과를 시켜버릴까?
재봉 (무쓰를 짠다) 형은 정형 애들이 그렇게 좋아? 허구헌 날 으르
렁대면서 뭔 일만 있으면 정형하고 뽕짝이 맞더라. 어젠 정형
치프 선생님이 형, 궁뎅이도 만졌다며?
상도 (소리 지른다) 누가 그래?
재봉 치프 선생님이 그러드라. 형꺼 빵빵하다고.....
상도 아, 그 놈을 그냥....
재봉 참어. 빵빵하면 좋지 뭐. (무쓰를 잔뜩 상도의 머리에 바른다)
상도 아, 뭐야 임마.
재봉 은주 언니 만날거잖아.
상도 누가 그래?
재봉 은주 언니가 그러드라. 588에서 형 만난다고.
상도 하 참. 여긴 사생활이 없냐, 어떻게?
재봉 (궁둥이를 툭 치며) 얼른 가봐.
상도 지금 몇시냐?
재봉 (자명종보며) 6시 30분.
상도 ..... (소파로 와 앉는다) 아직 시간 있네. 야, 재봉아. 담배있냐?
재봉 (담배를 내민다) 한 대만 피워. 또 다 갖구 가지말구.
상도 아, 알았어, 임마. 야, 거기 그 비디오 좀 켜봐.
재봉 (집어들며) 이거 뭔데?
상도 그 왜 유명한 안락사 의사 있잖아. 그 사람이 몇 달전에 CNN
에 자기가 안락사 시킨 환자, 테입공개 했던거야. 루게릭 환자.
재봉 아, 그 싸이코.... 나, 그거 봤어.
상도 봤어?
재봉 근데, 그 환자 보니까... 진짜 죽고 싶겠더라. 완전히 뼈만 앙상
하고 눈만 뗑구레져서... 그냥 죽을 날만 기다리는데.... 힘아리
하나도 없이.... 거기다 2,3년 안에 그냥 가는 거잖아, 그게. 코
딱지만한 희망이라도 있어야지, 뭐. 나래도....
상도 너라면?
재봉 그렇게 하고 어떻게 살까?
상도 (벌떡 일어서며 소리친다) 니가 의사야, 임마? 의사란 놈이,
응? 그렇게 쉽게 죽는단 말을 할 수 있어, 임마?
재봉 (벙쪄서) 내가 언제 죽는다 그랬어?
상토, 토라져서 휙 나간다.
재봉 아, 씨. 왜 저러냐, 저 인간? (라이터를 들곤 탁자를 더듬는다)
아, 담배. 아, 씨. 고새 그걸 갖고 날랐네. 와, 저 인간, 잔머
리...
다시 들어오는 상도.
상도 (재봉을 끌어내며) 왜 자꾸 나만 나가? 니가 나가, 임마. (재봉
을 끌어낸다)
재봉 (끌려가다 상도의 손을 획 뿌리친다) 아, 알았어. 나가면 되잖
아.
상도 손에 든 담배를 나꿔채며 나가는 재봉.
상도 짜식이 말야, 열받게....
의자에 풀썩 주저 앉으며 재떨이에 있는 꽁초를 집어 핀다. 한숨을 토하듯 품어
지는 담배연기.
S#29 방송국 앞(밤)
진아, 오들오들 떨며 아이들 틈에 서 있다. 손에다 입김을 불어넣다 언뜻 비틀.
그러다 이내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다. 연예인 한명이 나오자 소리를 질러
대며 아이들과 함께 그 주변을 에워싼다. 연예인, 다급히 차에 오르고 그 차를
따라 휩쓸려가는 아이들. 진아, 굳이 달려가진 않고 이내 환희에 젖었던 표정이
허탈해 뵌다. 주머니에 손을 넣곤 한 무리속으로 들어간다. 한무리, 다시 방송국
근처 담 밑으로 가, 옹기종기 모여앉는다.
진아 야, 은자야, 담배있냐?
은자 (진아에게) 심자, 너, 어디 있었냐? 요즘?
진아 담배 하나 줘.
은자 매자야, 있냐?
매자 없어.
진아 아, 짜증나.
매자 야, 근데, 쟤 텔레비젼에서 볼 땐 몰랐는데... 완전히 얼큰이다.
은자 뭐가 그러냐? 저만하면 울트라 캡숑 나이트 짱인데....
매자 야, 내깔도 저정돈 된다.
진아 놀고 있네, 보라색 쭈글탱이 같은걸 곧 죽어도 깔이라고...
은자 맞어. 야, 니 깔이 짱이면 차라리 학주 김타가 낫다.
이때 진아 뒤에 서서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현준과 수연.
수연 목사님, 애들이 지금 뭐라는 거예요?
현준 (진아에게) 그게 우리나라 말이냐?
은자 뭐야, 이사람들?
진아,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진아를 쫓아 뛰어가는 수연과 현준.
수연 안돼, 진아야. 뛰지마.
한참을 뛰어가던 진아가 숨을 헐떡이며 선다.
현준 진아야.
둘을 바라보며 과하게 숨을 헐떡이는 진아. 그러다 힘없이 쓰러진다.
S#30 스텝의국
간이 침대에서 잠을 깨는 현우. 눈을 뜨면 정면에서 현우를 바라보고 앉아있는
하경의 모습. 현우, 일어선다.
하경 (은근하게) 집에 가서 자지, 왜 불편하게 거기서 그러고 있니?
현우 나이트 있어.
하경 .... 현우야..
현우 .....(걱정스레) 무슨 일 있냐? 너 왜 그래?
하경 이것 좀 해주라. 잘 안감긴다. (목걸이를 들어보인다)
현우, 목걸이를 받아 하경의 등뒤에 선다.
현우 (고리를 잡아 걸며) 이거 안 잠겨서 울상짓고 있어냐, 넌? (살
짝 웃는다) 오랜만에 귀염도 떤다.
하경 (가만히) 이거 준서가 준거야.
현우, 굳은 듯 하경의 뒷모습만 보고 섰다가
현우 ..... (쓴 웃음) 너, 참... 해도 너무한다... (나가며) 지쳤다.
어느새 흘러내리는 하경의 눈물. 눈을 감으며 목걸이를 만져본다.
S#31 의국
루게릭 환자의 안락사 비디오를 보고 있는 상도. 자명종을 보면 7시 30분이다.
이때 울리는 전화벨. 상도, 수화기를 들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수화기에서 나오
는 은주의 목소리.
은주 신경외과죠?
상도, 가만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비디오를 보는 상도. 울리는 삐삐. 삐삐를
확인해 보곤 그냥 그 자리에 우울하게 앉아있는 상도의 모습.
S#32 중환자실 안
이동 침상에서 병실로 옮겨지는 진아. 수연이 체온을 재고 혈압이며 맥박 등을
잰다 기기들의 기계음 소리. 급히 들어오는 상희. 그 옆에 서서 어찌할 바 모르
는 현준.
상희 인튜베이션(삽관) 준비해. (현준에게) 보호자는 나가주세요.
현준, 멈칫대며 밖으로 나간다. 간호사, 삽관에 필요한 기구를 가지고 오고 수연
이 인튜베이션을 실시한다.
상희 인튜베이션 끝나면 (약품명) 로딩하고...
수연 네, 선생님.
상희 (수연은 보지도 않고 일을 하며) 어떻게 찾았니?
수연 길에서요.
상희 (여전히 표정없이) 대단하다, 한수연.
수연, 흘깃 상희를 보곤 여린 미소.
S#33 수술실
수술을 하고 있는 현우. 옆에서 인찬이 어시스트를 한다.
현우 됐다. 봉합해라.
인찬 네, 선생님.
현우가 물러서고 그 자리에 인찬이 앉는다. 환자의 뇌만 보며 조용히 대화를 시
작하는 둘.
현우 (인찬 뒤에서 팔짱을 낀채 봉합하는 인찬의 손놀림을 본다)
너, 바느질 솜씨 좋다..... 근데 요즘 상도가 잘 안보인다.
인찬 (봉합하며) 다리 때문에 불편하세요. 그래도 일처린 다 하고
다니세요.
현우 니가, 표식자 수술 들어갔냐?
인찬 네.
현우 어떻디?
인찬 뭐가요?
현우 그 수술로 삶의 희망같은게 보이디?
인찬 .... 그건 지금, 이수술실에서도 보이는데요, 선생님.
현우 넌, 보이냐, 그게?
인찬 선생님은 안보이세요?
현우 .... 살려야 된다는 것만 안다, 난. 희망은 뭔지 모르겠다.
인찬 .... 환자를 겸손하게 바라보면, 삶의 희망이 보입니다.
현우 .... 애들이 나보다 낫다. 너나 한수연이나....
인찬 선생님, 누굴 좋아할거면 확실히 좋아하세요. 선생님 때문에
아직도 헷갈리는 몇 사람이 있잖습니까?
현우 .....(인찬을 본다)나, 걔 좋아해도 되냐?
인찬 ......(봉합에 열중하며 무심하고 나직하게) 제가 허락할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둡게 말을 잇는다) 하지만 선생님, 지금
같은 태도라면.... 언젠가는... 아무도 안보는 어두운 곳에서...
제 손에... 선생님의 턱뼈 정도는 부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습
니다.
현우 (물끄러미 인찬을 본다).... 아무리 봐도 니가 나보다 난데, 한
수연은 왜 그러냐?
S#34 과장실
전화를 하고 있는 남준.
남준 그렇지, 여보?..... 아무래도 당신이 애 기르긴 힘들지? 아니야,
그냥.... 아픈애야.... 그래서 입양도 잘 안된대... 아니, 당신 몸
도 시원찮은데... 그냥, 해본 소리야.
S#35 의국
불꺼진 의국. 소파에 머리를 젖힌채 잠이 든 상도. 문득 깨어나 시계를 보면 10
시다. 어둠에 쌓인채 TV모니터의 무지 화면만 뜨고.... 전화벨....
상도 어, 재봉이냐?..... 오프? 응, 갔다왔어. 아니야... 볼 일 다 봤으
니까 지금 내려갈게... 판독실에 필름 다 걸어놨지? 그래.
상도, 까운을 입고 문을 열면 은주가 그 앞에 서 있다.
상도 ........
은주 (고개 숙인채 참담한 표정으로) 지금까지.... 기다렸어요.
상도 이 시간까지? (은주에게 다가서려다 멈춘다) 아, 실은... 갈려구
했는데... 실은...(장난스레) 언니, 좀 부담스러. 난 그냥 언니가
귀엽고 그래서, 장난치고 그러는게 재밌어서 그런건데... 아, 난
막 심각해지고 그러니까.. 좀 부담스럽드라.... 내가 뭐, 벌써 결
혼 생각할 입장도 아니고....
상도의 말을 기다릴 것도 없이 상도의 뺨으로 날아오는 은주의 손. 그리곤 아무
말 없이 뒤돌아가는 은주의 모습을 가슴 아 게 바라보는 상도.
S#36 중환실 앞
현우, 수술복을 입은채 걸어오면 수연과 현준이 마주서서 대화를 한다.
수연 걱정말고 가 계세요. 제가 꼭 지키고 있을께요.
현준 그래도 제가 할 일이 없을까요?
수연 기도해 주세요.
수연이 들어간다. 현준 옆에 다가서는 현우.
현우 가라면 가. 저 의사가 알아서 잘 할테니까... 왜 남의 애 갖고
난리냐? 지 애나 낳아서 잘 기르지.... 성격 이상해. (중환실로
들어갈 때)
현준 현우야.
현우 (돌아본다)
현준 올해는 니 얼굴을 세 번이나 봤다. 기분좋다.
현우 (중환실로 들어가며) 자다가 봉창 두드리나? 성격 이상해.
들어가는 현우를 바라보고 선 평온한 현준의 모습.
S#37 중환실
수연이 혈압계를 체크하고 약품량을 조절하고 있다. 현우가 다가선다.
수연 선생님...
진아의 상태를 보는 현우. 진아의 동공과 기록차트를 본다. 현우, 말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수연의 얼굴을 본다.
수연 불안하세요?
현우 상태가 안 좋다.
수연 (미소 지으며) 보호자의 정성만큼 좋은 치료는 없다고 그러셨
어요. 최하경 선생님이요.
현우 .......
수연 (물끄러미 진아만 보며) 멋있어요, 최 선생님.
현우 오늘밤, 니가 할 일은 약품 투입량을 잘 조절해야 되는거다.
혈압 안떨어지게 조심해라.
수연 네, 선생님.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현우 그리고.... 아니다.
수연 뭐요, 선생님?
현우 아니야.
수연 뭔데요, 선생님?
현우 ......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내준다) 끼니 걸렀을 거 아니냐....
현우, 돌아서서 나간다. 감격스레 현우를 바라보는 수연.
S#38 로비
필름을 들고 수술복을 입은 채 걸어가는 인찬. 퇴근하는 하경과 마주친다.
하경 수술 끝났니?
인찬 네, 선생님. 퇴근 늦으셨네요.
하경 응, 갈게.
인찬 안녕히 가세요. (지나치려는데)
하경 인찬아.
인찬 네.
하경 .... 나랑 장선생이랑은 쌍둥이 같다더라.
인찬 네?
하경 근데, 너랑 한수연도 그래, 참 잘 어울려.
인찬 .....
하경 근데, 쌍둥이는 연인이 될 순 없잖아, 형제니까.... (돌아서 가
며) 한수연, 이젠 그만 놔줘라.
인찬, 눈을 내리깐 채 가만히 서 있다.
S#39 중환자실
중환실로 들어가는 인찬. 카덱스를 보며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다가 진아 옆에서
졸린 듯 꾸벅대는 수연을 본다. 수연, 정신을 차리고 진아의 혈압을 들여다보다
침대 가장자리에 머리를 기대며 얼굴을 묻는 수연을 본다. 인찬, 스테이션으로
가서 얇은 담요 하나를 가져와 수연의 등 뒤에 덮어주는 인찬. 물끄러미 수연을
바라보는 인찬. 중환실로 들어오던 상희가 돌아서는 인찬과 마주친다. 수연쪽을
흘깃 보곤 굳은 표정으로 나가는 상희.
S#40 복도
어두운 복도. 상희, 입술을 물며 나가고 인찬이 부리나케 상희를 뒤따른다. 상희
의 팔을 잡는 인찬.
상희 (뒤돌아서며 서럽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한수연보다 똑똑
하고, 한수연보다 부자고, 한수연보다, 한수연보다.... 키도 크
고....(잦아드는 목소리로) 수연이보다 선생님을 더 사랑합니다.
(눈물이 고인다) 근데, 왜 이렇게 어렵습니까?
인찬 (상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목을 들어보인다) 수술을
해야하는 저희들은, 손목에 시계를 차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선생님, 근데, 저는 수술실을 나올 때마다 이 시계를 차기 시
작했고 이젠 점차 익술해져 갑니다. 박상희, 선생님. 그렇게....
선생님한테 가는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돌
리기가 그렇게 쉽다면... 어디, 그게 사랑인가요? 조금만 천천
이요, 선생님. 그래야 단단해집니다.
고개를 떨구는 상희가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짝이 상희의 손을 잡아주는
인찬 (F.O)
S#41 중환자실 앞
대회진. 여전히 뒤쳐져서 걷는 상도.
S#42 중환실
남준을 위시한 회진팀이 환자를 향해 간 사이 현우가 진아쪽을 보면 수연이 여
전히 진아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상도, 따라오느라 숨이 찬 듯 한 환자 앞에
선다.
남준 배영순씨, 어제 열 많이 났다며?
상도 (숨들 다듬으며) 예, 그래서 어제, 노발긴 ml 투약했습니다.
남준 (카덱스 보며) 열은 많이 내렸네. Infection 온 건 아니야?
상도 감염여부도 검사중입니다, 과장님.
남준 확실히 해라.
상도 예, 과장님.
다시 한번 수연을 바라보는 현우. 하경, 얼핏 현우의 눈길 가는 쪽을 바라본다.
수연을 바라보는 하경. 자리를 옮기는 하경. 자리를 옮기는 회진팀.
남준 김성자씨, 상태는 어때? 포스트 오피는 깨끗하던데....
상도 아직 멘탈이 회복되진 않았지만 다른 기능 상태는 활발합니다.
남준 종양를 떼어낸 만큼만, 더 오래 살면 얼마나 좋겠냐? 어쨌건
하선생이 애썼다. 자꾸 시도하다보면 또 다른 가능성도 생기고
그러겠지 뭐.
남준, 다소 겸연쩍은 미소. 이때 갑자기 들리는 수연의 목소리. 수연쪽으로 고개
를 돌리는 회진팀.
수연 진아야, 깼구나. 너, 기집애. (진아를 부둥켜 안는다) 기집애.
진아 (몽롱한 듯 느리게) 하지마요.
수연 (여전히 진아의 얼굴을 비비며 볼에 뽀뽀를 한다) 기집애. (간
호사에게) 오 진아, 00ml 투약해줘요. (수화기를 들더니) 박상
희 선생님... 오진아, 깼어요.... 네, 지금 올라갈께요. (진아를 보
며) 기집애.
신나서 바삐 나가는 수연을 멍하니 바라보는 남준 일행.
남준 쟤, 왜 저래? 무슨과야?
현우 (수연의 뒷모습을 보며) 신경과 레지던트 1년차, 한수연 선생
입니다.
의아한 눈빛으로 현우를 바라보는 회진팀. 문득 회진팀을 보는 현우.
현우 상도야, 다음 환자.
상도 네, 선생님.
남준 (하경보며) 뭐야? 니네 나 모르는 새에 뭔가가 이상하게 돌
아가는 거 같은데?
하경 예쁘죠, 저 친구? (그리곤 환자쪽으로 간다)
S#43 매점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골라 주인에게 내미는 수연. 돈을 내려 할 때 현우가 뒤
에서 대신 돈을 내준다.
수연 어머, 선생님? 뭐 사러 오셨어요.
현우 아니야, 니 뒤 밟았어.
S#44 진료실
현우의 책상의자에 앉아 빵과 우유를 먹는 수여. 커피포트로 가서 커피를 내리
는 현우.
현우 밥도 못 먹었냐? 식당가서 먹지.
수연 저 원래 밥보다 빵이 더 좋아요.
현우 (커피를 들고 수연 앞에 내려놓으면 수연이 자리를 비켜주려
한다) 아니야, 너, 거기 앉어. (보조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수연 (씩 웃는다)선생님.
현우 왜?
수연 저한테 감동받으셨죠?
현우 (미소지으며) 그래.
수연 요즘 선생님이 나만 보면 웃드라. 드디어, 내 매력에 끌리기
시작했나봐요, 선생님.
현우 그런가부다.
수연 어? 또 불안해. 너무 순순히 인정하시는게... 선생님, 제가 신나
서 그러니까 또 찬물 끼얹지 마세요. 그냥 웃기만 하고 계세
요, 네?
현우 수연아?
수연 아, 안들을래, 또 무슨 썰렁....
현우 존경한다.
수연 .....
현우 난 널 존경한다. 그래서 니가 좋아진다. 넌 나, 왜 좋아하냐?
수연 ........
현우 안 좋아하냐?
수연 .... 좋아해요.
현우 왜?
수연 (나직히) ... 언제가 제가 그랬죠? 아픈 사람 보면 치료해 주고
싶다고...
현우 내가 니 환자냐?
수연 전, 환자를 좋아해요.
현우 ..... 수연아, 난 널, 지난날 내가 했던 사랑만큼 좋아하는진 모
르겠다. 근데, 존경하는 마음만으로도 니 옆에... 내가 있을 수
있겠냐?
수연 ....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크니까요... (현우를 본다) 그리고... 사랑은... 나중에 해요, 선생
님. 언젠가... 사랑이 알아서 찾아올때요.
현우, 수연의 양손을 자신의 가슴에 묻는다. 미소짓는 둘의 모습, 포즈.
제 12 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