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농어촌전형 15%, 입학사정관이 당락 바꿨다10개大 2008학년도 보고서 단독 입수중앙SUNDAY는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운용했던 10개 대학의 ‘대학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집행결과 보고서’를 최근 입수했다. 보고서는 각 대학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것으로, 10개 대학은 가톨릭대·건국대·경북대·경희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인하대·중앙대·한양대다. 이 중 서울대 보고서에는 “농어촌특별전형의 경우 기존의 전형 요소 합산 방식(수능 성적+교과 성적)으로 합격자를 선정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최종 합격자의 약 15%가 합불이 바뀜”이라고 명시돼 있다. 당시 서울대 농어촌전형 합격자는 모두 95명. 이 가운데 학업 성적만 따지면 95등 밖에 있던 14명이 ‘공부 이외의 능력’을 인정받아 합격자가 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14명은 성적은 합격선이었으나 불합격했다는 의미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연구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9학년도 입시에서도 (2008학년도와) 비슷한 정도로 합격 순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하에선 ‘커트라인’의 개념이 있을 수 없다”며 “이 제도하에서는 단지 ‘커트 레인지’(합격 범위)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합격이 이제 성적순이 아닐 수도 있게 된 것이다. 8명 뽑는데, 성적 12등도 합격 서울대는 특히 인문대학에 응시한 경남 K고교 A군의 4단계 선발 과정을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했다. A군의 수능과 학생부 교과 성적은 8명을 뽑은 인문대학 응시자 24명 가운데 12등. 과거 같으면 커트라인을 넘지 못해 탈락할 성적이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들은 서류 검토(1단계)에서 A군이 “매우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학생”이라고 판단하고 현장실사(2단계)를 했다. A군이 제출한 서류 내용과 교육 여건 등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후 면접(3단계)에서 “지원한 모집단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매우 높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마지막 4단계의 입학전형위원 최종회의에서 만장일치로 A군의 합격을 결정했다. 중앙대도 입학사정관이 참여한 전형인 2008학년도 ‘21세기 다빈치 인재전형’에서 서류심사(1단계) 통과자 73명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에 따른 순위와 합격자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50%의 순위가 뒤바뀌었다고 교과부에 보고했다. 서울대나 중앙대의 입시 분석 결과는 입학사정관제가 입시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연세대나 성균관대 등은 입학사정관제도 도입의 긍정적인 측면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세대는 2008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다양한 전형을 만든 결과 이 대학에 지원한 고등학교의 수가 1089개교에서 1238개교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연세대에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는 405개 교에서 588개 교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우리 대학의 합격자 선발 방식의 다양성이 강화돼 더욱 많은 고등학교에 지원과 합격의 기회가 제공됐다”는 게 연세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균관대는 이 제도를 통해 선발된 ‘잠재력 우수생’들이 실제로도 뛰어났다고 보고했다. 성균관대는 2008학년도에 ‘자기추천자 전형’(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자질이 있거나 재능을 보유해 스스로 자신을 추천할 수 있는 자) ‘학업우수자 전형’ ‘올림피아드 입상자 전형’ ‘장영실 전형’(과학고 출신자 또는 과학 전문교과 이수자) 등 네 개의 전형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했다. 학교 측은 이들과 성적순으로 뽑은 일반전형 합격자들의 1학년 학업 성취도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인문계의 자기추천자 전형 학생들 평균 학점은 3.70(만점 4.5), 학업우수자 전형 학생들은 3.47이었다. 반면 일반전형 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3.10에 그쳤다. 자연계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피아드 입상자 전형 합격자들의 평균 학점은 4.05, 장영실 전형 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3.55. 그러나 일반전형 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3.24였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뽑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성적만 갖고 입학한 학생들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성균관대는 보고서에서 “수학이나 과학·문학·리더십 등 특정 분야의 자질이 (종합적인) 학업 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며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대도 2008학년도부터 시행한 ‘21세기 다빈치 인재 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이 “해당 모집단위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과 만족도, 우수한 성적 성취를 보였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앞두고 선도실험 격으로 2007학년도에 ‘CAU 인재 다양화 전형’에서 비교과 성적을 반영해 학생을 뽑았다. 이들의 성적을 들여다봤더니 역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중 의학부에 입학한 B군은 수능 성적으로는 합격하기 어려웠으나 학교 측이 어려운 생활여건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자로 처리했다. 그런 B군의 최근 1년간 평균 평점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3.94(만점 4.5)로 나타났다고 한다. A군 외에 인재 다양화 전형 입학생의 평균 평점은 3.52로 “매우 우수한 편”이었다고 중앙대는 보고했다. “또 다른 사교육 조장” 우려도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나온 게 아니다. 10개 대학 중 상당수 대학이 보고서에서 공정성 확보와 입시 결과 승복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입학사정관제는 정성(定性)적 요소의 확대를 필요로 하나 현재 사회 구성원의 인식은 그러한 입시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울 것”(연세대)이라는 식이다. 연세대 박정선 입학사정관은 “너무 모든 걸(성적) 다 무시하고 갈 수는 없어서 (입학사정관이 뽑는) 진리자유 전형은 1차에선 교과 성적으로만 2배수를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2배수로 뽑힌 학생을 대상으로만 교과 성적을 감안하지 않고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대 김경범 교수는 “숫자(학생들 점수)를 보는 것은 이미 입학사정관제가 아니다”며 “다만 ‘공정성’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교육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입학사정관제의 필수요소 가운데 하나인 서류전형에는 대부분 ‘자기소개서’가 들어간다. 마치 요즘의 취업 준비생들처럼 ‘고스펙’ 경쟁이 초·중·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기소개서에 채울 경력을 만들기 위해 해외 봉사활동 경험을 만들고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쌓으려다 보면 사교육 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나 교과부 관계자들은 사교육을 통해 인위적으로 ‘화장한 얼굴’을 만들 경우 서류심사나 면접 과정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교육을 받는다고 잠재력이 키워지겠는가. 어떤 대학에는 어렸을 때부터 소설을 쭉 써온 학생이 국문과에 입학했다.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사교육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시시한 경시대회에서 10개의 수상경력을 쌓은 것보다 괜찮은 대회에서 하나 입상하는 게 입학사정관들에겐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교과부 대학제도과 관계자) 사교육과 거리를 두기 위한 입시 정책을 내놓는 대학도 있다. 포스텍 같은 대학에선 경시대회 수상경력을 아예 참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익대 미대도 단계적으로 실기고사를 폐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진 이런 대학이 일부에 그치고 있다. 또 사교육을 줄이는 선발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다짐한 대학들이 과연 그것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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